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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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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고기에 대한 성찰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우치자와 쥰코 지음/정보희 옮김/달팽이 펴냄 우리가 먹는 돼지고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식탁에 올라왔을까? 알듯하면서도 실상은 별로 아는 게 없다. 예전에는 시골 농가에서 마당 한구석에 돼지우리를 만들어 부업으로 한두 마리씩 잔반을 먹여 키웠다. 집안에 경조사 같은 큰일이 있을 때는 직접 도축하여 먹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기계화된 시스템을 갖춘 거대한 축사에서 대량으로 사육하고 있다. 수퇘지 정자재취와 인공수정 분만과 사육, 그리고 도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공장식으로 정해진 공정을 거쳐 고기가 되어 마트에 진열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이 가려진 고기를 손쉽게 식탁에 올리고 있다. 요즘같이 모든 게 분업화된 시대에 이러한..
음식 그림에 담긴 인간의 은밀한 본능 풍미 갤러리/문국진·이주헌 지음/이야기가있는집 펴냄 법의학자와 미술평론가가 ‘음식물 정물화’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파헤친다. 이 책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예민한 미각을 주제로 명화 속에 담겨 있는 음식의 풍속과 사람들의 욕망을 풀어내고 있다. 인간들이 느끼는 맛은 분위기, 성향, 감정, 심성 등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저자들은 단순히 ‘맛’이라는 표현보다는 ‘풍미’라는 말로써 명화 속에 담겨진 풍성한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있다. 법의학자 문국진은 음식물에 포함된 과학적, 의학적 의의와 맛의 감각성에 대해 명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음식 문화가 예술로 승화된 인문적 배경과 역사적 배경으로 명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는 맛이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사람 그리고 이 모두..
상상병을 위대한 업적으로 바꾼 사람들 상상병 환자들/브라이언 딜런 지음/이문희 옮김/작가정신 펴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몸이 갑자기 이상하다. 당신은 어깨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꼈을 수도, 오장육부를 옥죄는 통증에 온몸이 굳었을 수도, 몸의 일부를 뒤덮은 느닷없는 발진을 발견했을 수도, 혹이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생긴 혹을 목격했을 수도 있다. 불안이 엄습하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동료의 건강검진 결과를 듣다가, 희귀병을 앓는 어떤 환자의 인터뷰를 듣다가, 상사의 호된 질책을 떠올리다가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번 정신에 스며든 의심은 점점 강렬해진다. 모든 징후가 하나의 질병을 가리키는 듯하다.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병은 당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이것이 바로 심기증이다. 심기증은 질병과 죽음에 대한 보편적 두려움과..
문화유산을 되찾아 지키는 것의 진정한 의미 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김영배·안희정 옮김/시대의창 펴냄 2012년 설립되어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15년 10월 현재,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 현황은 총 20개국에 걸쳐 16만 342점에 이른다. 그중에는 약탈당한 것도 있고 공식/비공식 절차를 통해 매매된 것도 있다. 일본이 6만 7,708점으로 전체의 42%를 갖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1,400여 점을 반환받은 이후 되돌려받은 국보급 문화재는 2006년 ‘조선왕조실록’과 2011년 ‘조선왕실의궤’ 등에 불과하다. 2011년 5월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부터 반환받은 ‘직지’는 해당 국가에 있지 않은데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일한 예라고 한다. 영국 왕립박물관..
현대가 남성지배사회라고? 남성도 착취당한다 소모되는 남자/로이 바우마이스터 지음/서은국, 신지은, 이화령 옮김/시네마북스 펴냄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똑똑한 것도 아니고, 여성에 대한 사악한 음모자들도 아니다. 남녀의 차이는 기본적인 호불호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남녀 차이는 남성이 다른 남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이 남성들의 관계방식이 여성들간에 이루어지는 관계방식과 어떻게 다른지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남녀 차이는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련된 것이다. 남성들이 갖게 된 우연적 요소로 인해 문화는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관계모형을 근간으로 발전되었다. 이 책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잘하는 일은 무엇이고, 문화가 왜 이러한 일들을 남성에게 맡기고 해당 일들에 있어서 남성들을 착취하는지에 대해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네사 캐리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 펴냄 “DNA는 대본에 가깝다. 예컨대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생각해보라. 1936년에 조지 큐커 감독은 이 작품을 레슬리 하워드와 노마 시어러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만들었다. 60년 뒤에 배즈 루어먼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를 만들었다. 둘 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기본 대본으로 삼았지만, 두 영화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 시작은 같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세포가 DNA에 들어 있는 유전 암호를 읽을 때에도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같은 대본을 사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_본문 중에서 할아버지의 식습관이 손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산모의 영양..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만들어낸 세계, 유토피아 엘포의 유토피아 기행/엘포 지음/우현주 옮김/서해문집 펴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2009년, 이탈리아의 만화가 엘포(본명 잔카를로 아스카리)는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권리》를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무한경쟁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1880년대 라파르그의 글은 마치 지금 이 시대를 위한 것만 같았고, 이에 영감을 얻은 그는 인류 역사상 더 나은 미래, 즉 유토피아를 꿈꿨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엘포의 관점은 이제까지의 유토피아 이야기와는 그 결이 다르다. 플라톤의 《국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비롯한 유토피아 소설들, 20세기 공산주의 국가들의 ‘이상으로서의 유토피아’가 기존의 유토피아 담론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엘..
식민 지배의 흔적이 남아있는 풀꽃 이름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이윤옥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우리 겨레는 오래전부터 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해왔다. 당연히 오랫동안 불러온 우리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의 일환으로 우리 산야의 식물들이 채집하고 이름 붙이면서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식물의 호적이라 할 수 있는 학명에는 일본 학자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 같은 저속한 이름은 일본 이름을 번역한 것이다. 심지어 번역조차 엉터리인 것이 많다. 광복 70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 풀꽃 이름은 아직도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및 관련 기관은 이 문제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학자들은 “예전부터 써오던 이름은 바꾸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