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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시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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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펠, 아이의 전생은 누구일까? 캄챠크 반도의 북반구와 그 주변에 거주하는 코랴크족 신화에서 아나펠Anapel은 환생과 출산의 여신이다. ‘아나펠Anapel’이라는 이름은 코랴크어로 ‘작은 할머니’를 의미한다. 출산을 앞둔 여성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위해 아나펠 여신을 달래야 했다. 코랴크족 사람들에 따르면 그들에게는 고대부터 환생 또는 부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코랴크족 판테온 최고신이 죽은 이의 영혼을 아이의 몸으로 보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아이로 환생한 사람은 누구일까? 코랴크족 사람들은 아나펠이 전에 죽은 사람과 아이를 연결시켜 준다고 믿었다. 운 좋게도 아버지는 ‘작은 할머니’ 아나펠 여신의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즉 아버지는 죽은 친척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면서 끈에 ..
퉁구스족 창조신이자 최고신, 부가 시베리아 퉁구스족 판테온에서 부가Buga는 창조신이자 최고신이다. 퉁구스어로 ‘부가Buga’는 ‘가장 위대하고 전지전능한 영원한 존재’라는 뜻이다. 또 이 말은 ‘하늘’, ‘우주’를 의미하기도 하며 ‘세계’, ‘지역’에 해당하는 용어를 지칭할 수도 있다. 이 단어는 금기가 아니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한편 부가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창조했다고 하며 하늘에 거주하면서 신과 인간을 지배한다. 퉁구스족 창조 신화에서 부가는 불을 사용해 물이 있는 공허 속에서 대지를 창조했다. 뿐만 아니라 불, 흙, 철, 물 등으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했다. 신화에서 부가는 인간이 죽은 후 사악한 자들을 심판하는 악마인 부닌카Buninka의 맞수로 등장한다.
시베리아 출산의 여신, 아지시트 시베리아 신화에서 아지시트Ajysyt는 ‘출산을 주는 자’라는 뜻으로 시베리아 동부 레나 강 근처에 사는 야쿠트족이 숭배했던 어머니 여신이다. 그녀는 출산을 주재했고 신생아에게 하늘로부터 받은 영혼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지시트는 운명에 관한 황금의 서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신생아까지 포함해 모든 인간의 이름과 운명을 담고 있었다. 숭배자들은 아지시트를 종종 아지코툰Ajy-Khotun(출산을 도와주는 여인), 아지시트 이작시트 코툰Ajysyt-Ijaksit-Khotun(출산과 양육의 어머니)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지시트는 또 다른 시베리아 여신인 야쿠트-쿠바이코툰Yakut-KubaiKhotun과 유사하다. 야쿠트-쿠바이코툰은 바이칼호 동쪽에 거주하는 부랴트족이 숭배한 여신으로 생명의 나무 또는 그 ..
지진을 막아주는 창조신, 울간 시베리아 신화에서 울간Ulgan(또는 울겐Ulgen)은 창조신으로 알려졌다. 많은 신화가 창조 과정에서의 울간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다. 알타이 신화에 따르면 울간은 대지를 창조하기 위해 하늘에서 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때 갑자기 얼릭이 나타나 어떻게 대지를 창조할지 알려 주었다. 울간과 얼릭은 물의 깊이를 나누고 각각의 영역을 나누었다. 둘의 합의로 얼릭은 물 속을, 울간은 물 위의 먼지 부분을 갖게 되었다. 울간은 물 위의 먼지로 대지를 창조했다. 반면 울간은 물로 대지에 습지를 만들었다. 이어서 울간은 진흙으로 물 위에 떠다니는 인간을 닮은 생명체를 창조했다. 울간은 이 창조물에 생명을 주고 얼릭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애초에 얼릭은 울간의 친구이자 형제였다...
갈까마귀 창조신, 쿠트크 시베리아와 북동 아시아 샤머니즘 전통과 창조 신화에서 쿠트크Kutkh는 갈까마귀 신 또는 정령으로 매우 중요한 신으로 등장한다. 쿠트크는 갈까마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신’ 또는 ‘창조자’로 번역된다. 시베리아 민속에는 창조 과정에서 쿠트크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쿠트크는 트릭스터(신화에서 도덕과 관습을 무시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장난꾸러기 같은 존재)로도 알려져 있다. 일부 신화에서 쿠트크는 스스로 창조된 신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신화에서 쿠트크는 창조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도 한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대지 자체가 쿠트크의 배설물로 형성되었다고 하고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쿠트크가 돌을 깨뜨려 대지에 불을 가져왔으며 그의 부리로 태양과 달을 창조했다고 한다. ..
오만 때문에 지하세계의 신이 된 얼릭 투르크와 몽골 신화에서 얼릭Erlik은 죽음과 지하세계의 신이다. 시베리아 신화에 따르면 얼릭은 창조신 텡그리와 울간의 첫 번째 창조물이었다. 하지만 얼릭의 자만심은 두 신 사이의 불화를 일으켰고 급기야 얼릭은 지하세계로 추방되었다. 알타이족 신화에서 얼릭은 인간 창조에도 관여했다. 그는 전령의 신 마이데레를 죽였다. 그는 때때로 곰 토템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투르크 신화에서 얼릭은 어둠과 악마, 지하세계의 신으로 죽은 자들의 심판을 담당했다. 그는 울간이 창조한 최초의 인간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늘 울간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 싶었지만 그는 결코 울간을 넘어설 수 없었다. 얼릭은 자신만의 영토를 갖고 싶었지만 결국 아홉 겹으로 둘러싸인 지하감옥에 갇혔다. 그곳은 지상의 빛의 세계와는 정반대의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