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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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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박근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7시간 추적자들/박주민 외 씀/북콤마 펴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있던 날 이정미 권한 대행이 탄핵 선고 결정 요지문을 읽는 동안 20분이 20년처럼 느껴지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특히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발표에 허탈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치지만 국민 법감정으로는 가장 큰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중대한 사유로 인해 헌법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이 확정되긴 했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가장 중대한 탄핵 사유로 인식하고 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헌법 재판소는 의미있는 보충의견을 남겼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생명권 보호의무..
오이디푸스 왕과 박근혜 오이디푸스 왕/소포클레스(Sophocles, B.C 496~B.C 406, 그리스) 지음/황문수 옮김/범우사 펴냄 2017년 3월10일은 현재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날로 기억될 것이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이 말한 이 한 문장 때문이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되었다. 촛불 민심의 승리라고들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박근혜 탄핵은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었다. 대통령도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탄핵될 수 있다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적인 사건임을 부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사저로 ..
수이전, 여왕을 사모했던 말단관리의 운명은? 수이전/작자 미상(신라 시대로 추정, 57~935년)/이대형 편역/소명출판 펴냄 나무 목[木]자 둘을 합치면 수풀 림[林]자가 된다는 것은 한자 문외한이 아닌 이상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물 수[水]자 셋을 합치면 어떤 글자가 될까? 아니 그런 한자가 있기나 할까? 나무가 둘 모여 수풀을 이루니 물이 셋 모이면 어떤 의미일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묘[淼]자란다. 수면이 아득할 정도로 '물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궁궐 전각에는 화재예방을 위해 수[水]자를 새긴 육각형 은판을 봉안했다고 한다. 물론 '드므'라는 커다란 물항아리를 건물 곳곳에 배치했다고는 하나 건축물 대부분이 나무로 지어져서 한 번 불이 나면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주술적 힘이라..
첫눈이 오면 공휴일? 행복한 나라 부탄의 비밀 불국기행/정찬주 지음/유동영·아일선 사진/작가정신 펴냄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 『인연 1, 2』 등 불교와 밀접한 글쓰기를 해온 작가 정찬주. 그가 이번에는 부탄, 네팔, 남인도, 스리랑카, 중국 오대산까지 불국을 다녀온 경험과 기록을 담아 『불국기행』을 펴냈다. 이 책에는 세계문화유산인 보드나드 스투파, 더르바르 광장, 스와얌부나트 사원, 카샤파 왕궁터, 운강 석굴 등은 물론이고 그간 독자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디첸포드랑 승가학교, 파로종, 질루카 사원, 아소카 스투파, 까르마이 꾸탐 사원터, 갈비하라 사원, 나후사 등 주요 불교 유적이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오롯이 소개되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금언처럼 사전 지식이 있어야 여행하는 곳의 역사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단일민족론의 허구, 고려는 다문화 사회였다 고려사의 재발견/박종기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한국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각 왕조의 장기 지속성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700여 년간, 고려와 조선은 500여 년간 각각 존속했는데, 이러한 예는 세계사에서도 드물다. 한국인의 역사 관심은 그중에서도 고대 또는 조선시대에 편중되어 있어, 500년간 지속된 고려왕조에 대한 역사 이해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은 그간 특정 시대와 영역에 편중되어 있던 한국사 이해의 편식증을 극복하고, 한국사 이해의 영역을 고려로 확장함으로써 고려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고려왕조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다양한 사상이 공존한 다원사회였다. 문화와 사상 면에서의 다양성과 통일성, 정치와 사회 면에서 개방성과 역동성을 지닌 이 시대를 은 수많은..
그리스가 복지 때문에 망했다고? 복지사회와 그 적들/가오롄쿠이 지음/김태성·박예진 옮김/부키 펴냄 "복지 지출이 많은 나라는 정부 부채가 많다." "복지 국가는 효율이 낮다." "복지 사회는 부자 나라에서만 가능하다." 복지 국가에 대한 이러한 문제 제기들이 과연 사실일까? 복지 국가는 현대 '위기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적절한 좌표인가? 이 책 『복지 사회와 그 적들』은 바로 그러한 문제 제기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시한다. 복지 국가에도 결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복지 국가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과 영국이 금융 위기나 유럽 부채 위기 등 초대형 경제 위기에 휘청거리는 사이, 복지 국가의 대명사인 북유럽 선진국들은 여전히 낮은 실업률과 높은 1인당 GDP, 상대적으로 작은 빈부 격차를 실현하고 있다. 그런데..
기축옥사 담당 위관 논쟁, 유성룡인가 정철인가 유성룡인가 정철인가/오항녕 지음/너머북스 펴냄 조선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기축옥사! 게다가 장원급제하여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 주옥같은 가사를 남겨 한국 문학사에서 우뚝 선 문장가이면서, 관찰사로 민생 안정에 주력하였던 청백리 송강 정철. 임진왜란 때 영의정으로 난국을 수습하였으며 그 7년의 경험을 이라는 책으로 남겨 후세를 경계한 경세가였던 서애 유성룡. 선조 연간의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두 분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함께 겪어야 했으나, 두 분이 돌아가신 뒤에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엉키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후세 사람들에 의해 엉킨 기억의 당사자가 되었다. 사건에 대한 기억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 책은 그 사태에 대한 탐구이다. 이 엇갈린 기억의 ..
뚜제체, 지구가 아름다운 별인 이유 뚜제체/김여정 지음/도서출판 말 펴냄 이 책은 일곱 명의 외국인 활동가 이야기이자 구호단체에서 겪은 저자 자신의 눈물 젖은 경험담이다. 《뚜제체》는 한비야 같은 유명 구호활동가의 무용담은 아니다. 의욕은 있으나 서투른 초보 활동가가 현장에서 겪는 좌절과 분노, 열정과 깨달음이 담긴 책이다. 어쩌면 구호활동가가 겪는 현장의 모습은 이게 현실일 수 있다. 저자는 지구촌 공동체 활동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 영어 실력이 있다고 구호 활동가가 되는 게 아니며, 스펙 쌓으려고 구호 활동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하고자 했다. 빈곤한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원조단체에서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