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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9 명왕성의 위성으로 살아남은 히드라의 생명력 (1)

 

히드라Hydra는 고대 그리스 레르나 호수 근처 늪에서 나타난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불멸의 뱀이다. 이 괴물이 수백 명의 희생자를 양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도 영웅 헤라클레스와의 결투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다. 히드라는 말 그대로 다른 뱀보다 훨씬 더 사나웠다. 이 늪에 사는 괴물은 알려진 뱀보다 훨씬 더 컸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몸통에 여섯 개에서 백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히드라의 수많은 머리들은 긴 목으로 지탱되어 있어서 서로 휘감으며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는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다. 결국 모든 목은 하나의 꼬리로 이어졌다.

 

히드라는 끔찍한 외모에 어울리는 포악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히드라가 태어날 때부터 헤라 여신은 이 괴물을 훈련시켜 자신의 시선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을 공격하고 파괴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히드라는 수배 명의 희생자들을 양산했고 레르나 호수 주변의 많은 무고한 마을들을 황폐화시켰다. 히드라가 인간의 살로 배를 채우지 않을 때는 늪 깊은 동굴에서 자고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이 동굴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라고도 한다. 오직 배고픔이나 분노만이 이 괴물을 은신처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히드라는 무의미하고 게으른 생물에 불과했다.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에 새겨진 히드라와 헤라클레스. 출처>구글 검색

 

헤라가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 중 하나로 히드라를 선택한 것은 오판이었다. 이 괴물은 영웅을 지하세계로 쉽게 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히드라의 피는 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떤 이들은 히드라의 은신처에 접근했다가 이 괴물의 독한 피와 숨 냄새만으로 죽기도 했다. 히드라가 죽은 후에도 그의 피는 강한 전사들을 무너뜨리는 무기로 사용되었다.

 

둘째, 히드라는 불멸의 존재였고 뛰어난 재생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 괴물은 불멸의 머리를 갖고 있었는데 각각의 머리는 그 주위에서 자라나는 또 다른 머리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만약 머리 하나가 잘리면 두 개 이상의 머리가 새로 생겼다. 히드라는 이 불멸의 머리들이 모두 잘려야만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히드라는 그리스 초기 괴물들 즉 티폰(불멸의 거인 괴물)과 에키드나(반은 여자 반은 뱀인 괴물)의 자손이었다. 히드라의 모든 성질은 이 두 괴물에서 기인했다. 히드라가 어렸을 때 헤라 여신이 입양해서 헤라클레스를 파괴할 목적으로 이 괴물을 키웠다. 훗날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만났을 때 헤라의 그 동안의 교육과 훈련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영웅은 히드라의 공격으로 죽을 뻔 했으나 조카인 이올라오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이었지만 제우스의 배우자 헤라의 아들은 아니었다. 헤라클레스가 태어난 직후 헤라는 제우스의 불륜을 알게 되었고 아들을 올림포스 산에서 추방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질투심이 강했던 헤라는 이 처벌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특히 헤라클레스가 그리스 영웅으로 성장하면서 헤라의 분노와 질투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신탁이 헤라클레스에게 불멸을 얻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열두 가지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헤라는 이 영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리스에서 가장 무서운 괴물로 알려진 히드라를 입양해서 불멸의 괴물로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헤라클레스는 괴물의 독한 냄새를 맡지 않기 위해 입고 코를 두꺼운 천으로 가린 채 레르나 늪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히드라가 잠들어 있는 아미모네 샘 근처의 동굴로 기어들어가 불화살을 날렸다. 잠에서 깬 히드라가 동굴 밖으로 돌진하기 시작했고 헤라클레스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머리들을 하나씩 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히드라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새로운 머리들이 잘려진 머리 하나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얼마 동안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인 끝에 헤라클레스는 히드라를 혼자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망한 그는 조카 이올라오스에게 머리를 자를 때마다 머리가 다시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잘린 자리를 불로 태우게 했다. 이 장면을 하늘에서 보고 있던 헤라는 헤라클레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거대한 게를 보냈다. 헤라클레스는 그의 발로 산산조각을 내었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하나 남은 히드라의 머리를 잘랐다. 그는 이것을 아테나가 준 황금 칼로 잘라 거대한 바위 아래에 묻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헤라클레스가 조카인 이올라오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과업을 완수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죽인 후 그는 이 괴물의 유독성 혈액에 화살을 몇 개 담갔다. 그는 이 화살을 이용해 새로운 적들을 물리쳤는데 그들은 히드라의 독 앞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켄타우로스 네소스는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독으로 죽인 적들 중 한 명이었다. 네소스는 죽으면서 헤라클레스의 아내를 불러 자신의 피가 남편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사실 네소스의 피는 히드라의 독으로 오염되어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였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헤라클레스의 아내는 자신의 옷을 피 속에 담가 남편이 입게 했다. 옷을 입자마자 히드라의 독은 헤라클레스의 피부를 태우기 시작했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독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히드라의 복수인 셈이다.

 

히드라는 기원전 700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먼저 등장한다. 당시의 많은 그림과 도자기에도 등장하는 히드라 전설은 수메르나, 바빌로니아, 아시리아의 괴물 전설보다 더 오래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헤시오도스가 히드라를 소개한 후 오비디우스, 세네카, 플라톤, 베르길리우스 등이 그 전통을 이어갔다. 오늘날 히드라는 독립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헤라클레스와 그의 시련을 언급할 때 떠오르는 최초의 괴물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히드라는 자연과학에서 특정 생명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살아남았고 천문학에서는 명왕성의 위성 중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  

Posted by 사용자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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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marubutler.tistory.com BlogIcon 리가삼촌 2020.08.19 21:43 신고

    히드라, 멋지네요. 아무리 목을 잘라도 다시 나는 히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