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권력

(33)
불안과 위기를 조장하는 사회에의 역습 열린 유리문/사키(Saki, 1870~1916, 버마) 한 소녀가 있었다. 베라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녀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짧은 순간에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열여섯 살에 불과했지만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나 그 재능을 잘만 키운다면 장차 세계적인 소설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소녀의 창작 능력과 입담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한 청년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들고 말았다. 사키의 소설 의 분위기는 학창 시절 들었던 어디에나 있었던 학교 괴담처럼 괴기스럽고 공포스럽다. 결국 소녀의 꾸며낸 이야기였다는 마지막 반전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나의 소개로 새플턴 부인을 방문한 프램튼 너틀은 부인을 기다리는 동안 소녀로부터 이 집 특히 열린 유리문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된다. 사연은 ..
교황과 추기경, 이래서 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 이 대답에 앞서 교황은 이런 말도 했다.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방한 기간 중 국민들이 교황에 열광한 이유는 바로 정치를 초월한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 때문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내민 투박한 손을 기꺼이 잡아 주었다. '종교란 원래 이런 것이었구나!'하고 무신론자들까지도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경외심을..
한밤중 유령 소동, 이보다 더 웃플 수는 없다 외투/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 1809~1852, 러시아)/1842년 세상의 별의 별 유령은 다 들어봤지만 이런 유령 이야기는 또 처음 들어본다.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칼린킨 다리 근처에는 관리 옷차림의 유령이 밤마다 나타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외투를 강탈한다는 것이다. 참 특이한 취향의 유령이다. 어쨌든 이 유령은 고양이 가죽 외투건, 담비 가죽 외투건, 솜을 누빈 외투건 상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어떤 외투건 보기만 하면 모조리 벗겨 간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경찰이 유령을 잡았다는 것이다. 황당하기 그지 없지만 사실이다. 더 황당한 것은 잡은 유령을 놓치게 된 사연이다. 유령을 잡은 경찰은 기쁨에 젖어 코담배를 꺼내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려고 했는데 담배 냄새가 너무 독해 오..
나는 왜 바보상자가 되었을까요? 나를 시청하는 게 아이의 뇌 발달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다. 아이들이 언어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아니고 일방적인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언어가 발달하지 않는다. 나에게만 의존하다 보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서툴러질 수 있다. 게다가 나는 화면 전환이 너무 빠르다. 채널을 돌릴까봐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빠른 화면 전환은 아이들은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리둥절하게끔 하는 충격을 줌으로써 지능 발달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용을 무조건 학습하는 나쁜 점도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본 것을 무조건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안 좋은 장면을 마음껏 보여주기 때문에 위험하다. 게..
문인들 "반성없는 권력에 맞설 것"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인들이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는 일이 작가의 몫’이라며 국민의 편에 서지 않는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맞설 것임을 선언했다.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 소속 문인 754명은 2일 서울 서교동 인문까페 창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이런 권력에 국가개조를 맡기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시국 성명서를 발표했다. 소설가 황석영, 시인 이시영, 평론가 황현산 등 문인들은 세월호가 침몰한지 한 달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참담한 광경들을 거듭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례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는 시민들을 향해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서는 통제와 억압을 진두지휘하는” 박근혜 정부..
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알기나 할까 여우와 가시나무 선거가 다가오긴 다가오는 모양이다. 어디에 처박혔는지 바람에 먼지 하나 실어 보내지 않던 빈 수레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천지를 뒤흔들고 있으니 말이다. 취임 1주년이랍시고 대통령은 느닷없이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임기 내에 잠재성장률 4%, 고용율 70%,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일명 ‘474 비전’이라는데 명박산성 너머에서 눈물을 흘렸다던 그 분의 ‘747(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하기야 그 밥에 그 나물이니 더 말해 무엇 하랴마는 어릴 적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하며 배웠던 ‘경제개발 5개년 개혁’의 짝퉁을 대면하고는 이내 실소가 터지고 만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초석을..
목적이 상실된 현대인의 초상 이상한 정열/기준영/2013년 세족식(洗足式, 카톨릭 교회 의식의 하나)이 열리고 있는 성당, 남자의 시선이 한 여성의 다리를 향하고 있다. 이 남자의 이름은 프란시스코이고 그가 그렇게 집중하고 있던 다리의 주인은 글로리아다. 그 날 이후 프란시스코는 병적일 만큼 글로리아에게 집착한다. 글로리아는 프란시스코의 친구와 결혼할 사이다. 프란시스코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글로리아에게 끊임없는 구혼을 하고 끝내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못한다. 프란시스코의 의처증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짧은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프란시스코는 사제의 길을, 글로리아는 라울과 결혼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프란시스코가 있는 성당을 방문한다. 헤어진 아내를 몰래 훔쳐본 프란시스코는..
야마시꾼은 절대 못당할 참꾼의 염력, 현실에서도 그럴까 고수/이외수/1979년 노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마 '참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속임수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참꾼의 무기는 염력이다. 오직 마음의 힘만으로 승부를 가늠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속임수가 뛰어난 '야마시꾼'이라 해도 이 참꾼을 당할 재간은 없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외수의 중에서- 이외수의 소설 는 참꾼과 야마시꾼이라는 노름판 주역(?)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기와 협작만 존재할 것 같은 노름판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일종의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속임수가 뛰어난 야마시꾼이라 해도 절대 참꾼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참꾼'이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노름꾼이라면 '야마시꾼'은 사기꾼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문득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