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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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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아더 왕의 영원한 휴식처이자 이상향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사내가 있었다. 조선시대 허균의 한글 소설 제목이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는 의적 홍길동이었다. 홍길동은 철저하게 신분사회였던 조선에서 서자로 태어난 억울함을 새로운 사회에의 꿈으로 해소했고 활빈당의 우두머리가 되어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홍길동은 연산군으로부터 제의받은 병조판서 자리도 거부하고 부하들과 함께 바다 건너 율도국이라는 섬나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홍길동에게 율도국은 출신 성분에 따른 신분 차별이 없는 이상향이었을 것이다. 물론 봉건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던 당시로서는 율도국이 완전한 이상 사회였다기보다는 홍길동 자신이 말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던 휴식처로서의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
구쿠마츠와 우라칸, 태풍 허리케인은 어디에서 유래됐을까? 우리나라에 태풍이 있다면 북대서양이나 카리브해, 멕시코만 등에서는 해마다 허리케인(Hurricane) 때문에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보곤 한다. 허리케인은 대서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을 일컫는데 마야 신화의 우라칸(Huracan)에서 유래했다. ‘하늘의 심장’이라고도 부르는 우라칸은 폭풍의 신으로 구쿠마츠(Gucumatz)와 함께 마야의 창조신으로 알려져 있다. 에 따르면 태초에 세계는 고요하고 적막한 거대한 빈 공간이었다. 오직 땅에는 물살에 휩싸이고 반짝이는 초록, 파랑 깃털로 둘러싸인 뱀 구쿠마츠와 하늘에는 ‘하늘의 심장’ 우라칸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구쿠마츠와 우라칸은 거대한 빈 공간이었던 세계에 산과 땅, 나무와 숲 등 각종 자연을 창조해 냈다. 하지만 자연만으로는 허전했다. 구쿠마..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1%의 유혹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남재일 지음/천년의상상 펴냄 은 언론 및 대중문화 강의를 하며 틈틈이 글을 써온 남재일 교수가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사회 일반을 날카롭게 분석한 산문집이다. 저자는 개인, 사회, 정치, 윤리, 언어를 아우르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구체적 증상들을 진단하고, 명징한 문장과 적확한 표현으로 무심코 지나쳐왔던 일상의 문제들을 해부해나간다. 우리 삶은 어떤 거짓말과 관념들로 이루어졌는지, 개인들은 무엇에 복종하고 있는지, 지배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자발적으로 내면화하고 있는지 멈추어 곱씹고 되짚는다. 한 가지 상황을 바라볼 때 그것에 달라붙은 여러 기존 이미지와 거짓말을 파헤쳐 본질과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자본주의사회, 곧 행복이 오직 자본의 증식으로..
[펌] 바벨탑 폭파작전 출처> 경향신문 2013년 10월12일/낮은 목소리로/소설가 김별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이라는 책 제목이 있지만, ‘지금 알고 있는 걸 (당연히) 그때도 알았던’ 일이 있다. 최소한의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다만 의도된, 방기된, 무책임한 욕망이 무지를 가장했을 뿐이다.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쳐 ‘공구리’를 치고 얻을 게 무엇인가. 삽질 한 번에 밥 한 술이라도 얻어먹을 욕심이 아니라면 상하좌우, 남녀노소, 이 땅에서 나고 죽고 새끼 치고 살아갈 모든 숨붙이에게 백해무익한 헛짓이었다. 캄캄한 방구석에서 나라를 근심하는 노나라 아낙처럼, 나는 홀로 분개하여 “4대강 살리기인지 뭔지를 하려거든 차라리 바벨탑을 지어라!”는 괴악한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넉넉한..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서브리미널 효과 그동안 최근의 어수선한 정국에 대해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아니 안듯만 못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국정원(국가 정보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대상인 국정원에게 국정원 개혁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본질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 일부러 본질을 흐리려고 하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사회통합이다. 대통령의 사회통합능력은 여당과 야당, 정치적 지지자와 반대자간의 갈등과 반목을 조정하고 합의에 이르도록 중재하는 데서 시작한..
희망은 절망의 생채기에 돋아나는 새살이다 노랑무늬영원/한 강/2003년 한 대학생이 조지아주 브룬스윅행 버스에서 수년간의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아내가 있는 자신의 옛집으로 가던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아내가 자신을 받아줄지 고민하던 중 교도소에서 아내에게 미리 출소 날짜를 알려주고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준다면 집 앞의 참나무에 노란색 손수건을 걸어달라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아내가 자신을 받아주길 간절히 원했지만 선택은 아내의 몫이었다. 버스가 자신의 옛집에 가까워오자 그 남자는 가슴이 떨려 볼 수 없었던지 그 대학생에게 참나무에 손수건이 걸려있는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승객들도 가슴을 조이며 차창 너머로 마을 입구를 바라보았는데, 그 남자가 말했던 참나무에는 노란색 손수건이 한가득 매어져 있었다고 한다. ..
아리송한 창조경제, 기본부터 시작하라 지난 달 박근혜 정부 첫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정립하고 구조개혁 및 지방대학, 전문대학 육성 등 주요 대학정책 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 전문가로 대학발전기획단을 구성·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 장관은 '창조경제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방사청장도 '방위산업과 창조경제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 장관은 물론 장관 후보자들까지 기계적으로 외치는 말이 바로 '창조경제'다. 작년 대통령 선거 당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처음 주장하면서 시작된 '창조경제'는 새정부 출범 한 달이 갓 넘었지만 어느덧 익숙한 경제용어가 되었다. 문제는 귀에 낯설지 않다고 해서 이 용어의 의미를 제대..
역전파출소 점거사건 영웅의 파란만장 일대기 조동관 약전(略傳)/성석제/1997년 남산의 못생긴 바위에는 '똥깐이바위'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아래의 굴에는 '똥깐이굴'이라는 이름이 보태졌고, 그 앞의 비석은 '똥깐이비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훌륭한 깡패가 되려는 소년은 모름지기 그 바위, 그 굴, 그 비석으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는 전통이 생겨났다. - 중에서- 무릇 전(傳)이라 함은 이나 , 처럼 한문 문체의 하나로 어떤 사람 특히 영웅의 행적을 기록하고 여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이거늘 작가 성석제는 은척마을 역사상 불세출의 깡패, 똥깐이의 영웅적 일대기를 이 형식에 맞춰 기록했으니 이도 傳이라면 傳이라 할 수 있을런지……. 이름하여 이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영웅 중에 '하필 왜 깡패냐'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 고상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