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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6.09.21 우주가 된 바다 괴물, 시팍틀리

 

시팍틀리(Cipactli)는 아즈텍 신화에 등장하는 태초의 바다 괴물로 악어나 물고기처럼 생긴 거대한 생명체였다. 신들은 이 괴물의 몸으로 대지를 빚었다고 한다. 한 전승에 따르면 최고신 토나카테쿠틀리의 후손인 네 명의 주요 신들이 물속에서 시팍틀리를 창조했고 나중에 그의 형체를 이용하여 틀랄테쿠틀리(때로는 시팍틀리와 동일시되기도 함)라고 불리는 대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시팍틀리는 우주의 혼돈스럽고 풍요로운 기원을 상징했으며 파괴와 생성의 잠재력을 동시에 구현했다. 시팍틀리의 조각난 잔해는 산, 강, 초목 등이 되었지만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피의 제물을 요구했다.

 

여느 문화권의 창조 신화처럼 테스카틀리포카(어둠의 신)와 케찰코아틀(창조 신)의 역할을 강조한 아즈텍 신화에서 이들은 시팍틀리를 죽인 후 그의 몸을 반으로 갈라 하늘과 땅을 만들었다고 한다. 시팍틀리의 턱은 동굴이 되었고 눈은 산이 되었다. 이 우주적 싸움에서 시팍틀리는 테스카틀리포카의 발을 물어뜯었고 이 신화를 토대로 후대 도상학에서 테스카틀리포카는 한 쪽 다리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16세기 나우아틀어 문헌인 <멕시코 화가들의 역사> 등을 통해 전해진 이러한 이야기들은 창조를 위협하는 동시에 가능하게 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힘으로서의 시팍틀리의 이중적인 본성을 강조했다.

 

시팍틀리의 몸은 우주가 되었다.

 

시팍틀리는 신화 외에도 아즈텍 의례 달력인 토날포후알리(고대 메소아메리카 문화에서 사용된 260일 주기 달력)에서 첫날을 나타내는 기호였으며 땅의 괴물과 연관되어 있었고 토나카테쿠틀리(창조신이자 다산의 신)와 같은 신들의 후원을 받으며 시작과 순환적인 갱신을 상징했다. 고고학적 묘사에서 시팍틀리는 뱀이나 파충류와 같은 특징을 지닌 것으로 등장했으며 이는 메소아메리카 우주관에서 시팍틀리가 차지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팍틀리는 고대 나우아틀어로 ‘악어’라는 뜻으로 메소아메리카인들이 생각하는 그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는 시팍틀리가 ‘가시가 있는 생물’을 암시하는 어원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도 악어의 거칠고 갑옷 같은 피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팍틀리는 아즈텍의 260일 달력인 토날포후알리에서 첫 번째 날의 상징으로 새로운 시작, 길들여지지 않은 잠재력 그리고 이후의 모든 시간적 흐름을 시작하는 원초적인 에너지의 본질을 구현했다. 이러한 위치는 신성한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강조했으며 점술가들은 이 달력을 참고하여 출생일이나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운명, 개인적 특성, 우주적 영향력을 해석했다. 이 날과 그 트레세나(13일 주기)는 창조와 풍요의 신인 토나카테쿠틀리가 관장했다. 참고로 메소아메리카의 260일 달력은 20개의 트레세나로 구성되었다.

 

시팍틀리는 시팍토날(점성술과 달력의 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시팍토날은 옥소모코(점성술과 달력의 여신)와 함께 토날포후알리를 창조한 최초의 점술가이자 공동 창조자로 묘사되었으며 예언의 기원, 인간의 창의성 그리고 점술을 관장하는 달력 체계를 상징했다. 1-시팍틀리와 관련된 수호신으로서 시팍토날은 시간 측정을 통한 창조의 근본 행위를 상징했다. 나이 든 현자(시팍토날)와 그의 아내(옥소모코)는 상위 신들로부터 예언과 의례적 지침을 위한 260일 체계를 고안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점성술에서 시팍틀리의 영향 아래 있는 날은 매우 길한 날로 여겨졌으며 이 날에 태어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산, 물질적 풍요, 풍족함 그리고 장수가 보장된다고 믿어졌다. 단 게으름이나 태만으로 인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이 날들은 갑작스러운 혼란이나 압도적인 에너지와 같은 무질서하거나 통제되지 않는 힘으로부터 오는 잠재적인 위험을 경고하는 날이기도 했다. 따라서 아즈텍인들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불행을 막기 위해 시팍토날이나 관련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등의 보호 의식을 거행했다. 이러한 해석은 아즈텍 사회가 의식, 개인적인 결정 그리고 공동체 보호의 시기를 이 날의 약속과 위험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에 맞춰 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아즈텍 신화에 등장하는 시팍틀리는 현재 세계가 형성되기 이전의 혼돈스러운 물 속에 살았던 거대한 원시적 존재로 태초의 바다에 사는 바다 괴물로 묘사되었다. 이 괴물은 악어처럼 튼튼한 몸체에 물고기처럼 비늘이 덮여 있어 물속 환경에 적응했으며 두꺼비나 개구리 같은 특징도 더해져 지하세계와 풍요로움을 상징했다. 시팍틀리는 성별이 불분명했으며 이는 그의 원초적인 본질에 대한 이중성을 상징했다. 시팍틀리는 험준한 지형을 연상시키는 가시 돋친 등, 모든 관절에 달린 여러 개의 입으로 나타나는 무자비한 식욕 그리고 괴물 같은 실루엣을 강조하는 긴 꼬리 등이 특징이었다.

 

시팍틀리는 끝없는 식욕을 통해 아즈텍 우주의 원초적인 혼돈을 구현했다. 이 식욕은 시팍틀리의 모든 관절에 달린 수많은 입에서 드러나는데 이 입은 끊임없이 주변을 지나가는 모든 존재나 물질을 닥치는 대로 뜯어먹었다고 한다. 이 멈추지 않는 굶주림은 형태가 없는 우주에 내재된 무질서를 상징했으며 창조의 원료가 끊임없는 소멸과 소모의 위협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태초의 물속 공허 속에서 시팍틀리의 행동은 이러한 혼돈의 본질을 더욱 강조했다. 시팍틀리는 분화되지 않은 광활한 공간을 끊임없이 헤엄쳤으며 그 움직임은 질서의 부여를 거부하는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상태를 영속시켰다. 이러한 행동은 구조화된 우주 이전에 존재했던 원초적인 무질서를 상징했으며 시팍틀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파괴의 주체로서 작용했다. 시팍틀리의 성별 모호성은 종종 양성 또는 자웅동체로 묘사되었는데 이는 혼돈의 틀 안에서 풍요와 재생이라는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영원하고 자립적인 존재로서 생성과 파괴의 잠재력을 모두 포괄하게 했다.

 

아즈텍 우주론에서 태초의 물은 형태가 없는 광활한 혼돈의 공간 즉 땅도 하늘도 질서도 없는 무한하고 격동적인 바다를 이루었으며 현재 세계가 출현하기 이전에 존재했다. 이 물의 공허는 우주가 형성될 미완의 잠재력을 상징했으며 그 끝없는 심연 속에는 창조력과 파괴력이 모두 존재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는 이전 우주 질서가 해체된 후의 초기 상태로 빛도 단단한 땅도 없었고 오직 끊임없이 움직이는 액체의 어둠만이 존재했다. 시팍틀리는 태초의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로 등장했으며 거대한 악어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혼돈의 원초적이고 끝없는 본성을 구현했다. 시팍틀리가 무질서한 물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으며 공허 속에서 최초로 창조되었다. 시팍틀리는 우주 이전의 영역에 홀로 존재했다. 모든 관절에 입과 눈이 달린 시팍틀리는 물속을 맹렬하게 누비며 창조되지 않은 상태의 영속적인 순환을 강조했다.

 

시팍틀리의 존재는 아즈텍 문명의 다섯 세계 교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각 세계는 재앙적인 파괴로 끝났으며 네 번째 세계는 대홍수로 끝나 세상은 태초의 바다와 유사한 물에 잠긴 혼돈 상태로 되돌아갔다. 파괴 이후 반복되는 이러한 혼돈은 멸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떠올리게 하며 다섯 번째 세계의 갱신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신화에 따르면 홍수에서 살아남아 배를 타고 탈출하여 인류 재건을 도운 신성한 악어 테오시팍틀리와 같은 존재는 순환적인 재생을 상징했으며 악어 모티프를 우주 시대를 초월한 연속성과 연결했다.

 

아즈텍 창조 신화에서 테스카틀리포카는 시팍틀리를 유인하기 위해 원시 바다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시팍틀리와의 대결을 시작했다. 테스카틀리포카는 괴물의 탐욕스러운 배고픔을 이용해 시팍틀리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시팍틀리는 테스카틀리포카의 발을 물어뜯었고 이후 신의 한 쪽 다리는 손상된 채 남아 있게 되었다. 이 때 케찰코아틀이 개입해 시팍틀리의 턱을 잡고 찢어서 제압했다. 그 후 테스카틀리포카와 케찰코아틀을 포함한 신들은 우주 폭력을 정화하기 위해 시팍틀리의 시신을 산산이 분해했다. 이 과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두 신이 뱀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자주 묘사되었다.

 

죽은 시팍틀리의 위쪽 턱은 하늘을 만들기 위해 위로 밀려났고 아래쪽 턱은 지하세계가 되었으며 거대한 몸통은 평평해져 대지를 형성했다. 이 분열로 테스카틀리포카는 영구적인 다리 장애라는 큰 대가를 치렀으며 이는 혼돈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성한 희생을 상징했다. 일부 신화에 따르면 이 싸움은 테스카틀리포카와 케찰코아틀 사이의 적대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역학을 강조했으며 그들의 경쟁 관계가 창조 행위를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아즈텍 창조 신화에서 절단된 시팍틀리는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존재로서의 대지를 구현했으며 그의 몸은 지상의 풍경을 구성했다. 시팍틀리의 몸통은 비옥하지만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대지의 표면을 상징했으며 인간 거주와 농업의 기반을 제공하는 동시에 창조 이후 세계의 안정과 혼돈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을 반영했다. 이는 고대 아즈텍인들이 대지를 단순히 정적인 물질이 아니라 움직임과 우주적 힘에 반응할 수 있는 원시 괴물의 유기적인 연장선으로 이해했음을 강조한다. 시팍틀리의 특정한 해부학적 특징들은 대지의 물리적 지형을 더욱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괴물의 가시는 산맥과 동일시되었으며 가시 사이는 험준한 봉우리를 형성했다. 몸 전체에 분포된 수많은 입은 동굴, 강 또는 대지 표면을 뚫고 흐르는 물의 흐름과 지하세계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다른 자연적인 구멍을 나타냈다. 이러한 요소들은 대지의 복합적인 본질을 강조했으며 괴물의 형태는 생성적인 측면과 위험한 측면을 하나의 우주론적 구조로 통합했다.

 

‘떠다니는 땅’이라는 모티프는 시팍틀리의 역할을 강화했으며 태초의 물 위에 떠 있는 악어와 같은 형상으로 묘사되었다. 이는 아즈텍인들이 생각하는 세계의 섬 즉 '물로 둘러싸인 곳'이라는 뜻의 세마나우악이었다. 이러한 이미지는 홍수와 지진 활동에 대한 대지의 취약성을 보여주었으며 땅의 존속이 수중의 혼돈을 억제하는 데 달려있음을 시사했다. 시팍틀리는 대지의 여신 틀랄테쿠틀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는데 틀랄테쿠틀리는 종종 짓눌린 괴물 같은 형상으로 묘사되었으며 그의 압축과 죽음은 원시적인 혼란 속에서 안정적인 대지의 질서를 만들어냈다고 인식되었다. 이러한 유사성은 틀랄테쿠틀리를 시팍틀리의 유해에서 현현한 대지의 신으로 즉 신의 개입을 통해 달성된 구조적 완전성을 구현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시팍틀리가 다산과 연관된 것은 그의 몸이 조각나서 대지를 형성하고 그 대지가 풍요로운 농작물을 제공하고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켜 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아즈텍 우주론에서 이러한 변형은 시팍틀리를 양육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으며 옥수수와 다른 주요 작물 재배에 필수적인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여 희생과 생계의 상호 연결성을 반영했다. 몸을 조각내는 과정과 그 후의 의식에서 흘린 피는 생명의 번식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었는데 인간의 심장과 피를 바치는 의식은 시팍틀리를 분해해 대지의 생산성을 높이고 인류의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고 믿었다.

 

파괴적인 힘으로서 시팍틀리는 혼돈과 재앙을 상징했으며 그의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인한 지진이나 과거의 대격변을 연상시키는 홍수와 같은 현상으로 나타났다. 만족할 줄 모르는 굶주림으로 모든 창조물을 집어삼킬 듯 위협했던 시팍틀리는 지진으로 인한 현 시대의 종말을 포함한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끊임없는 의식을 통해 달래야 했다. 이러한 측면들은 아즈텍 우주론의 파괴적인 단계에서 시팍틀리가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했으며 달래지지 않은 시팍틀리는 질서와 파괴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을 상징했다.

 

재생의 순환 속에서 시팍틀리의 본질은 다섯 태양 신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의 해체는 현재의 다섯 번째 태양의 토대를 형성했고 이후의 우주적 안정은 이 원초적인 행위를 반영하는 희생 의식을 통해 유지되었다. 이 원시 괴물이 우주적 재설정에 통합된 것은 아즈텍인들이 파괴를 재생의 필수 조건으로 여기고 있었음을 보여주었으며 신화 속 희생 제물의 피는 우주의 지속적인 활력을 유지시켜 준다고 믿었다.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아즈텍 문헌에서 시팍틀리는 260일 주기의 점술 달력인 토날포후알리의 첫날 표시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종종 원시적 혼돈과 대지의 기원을 상징하는 탐욕스럽고 악어 같은 괴물로 묘사되었다. 멕시코 중부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의례용 필사본인 <보르히아 코덱스>는 여러 장에 걸쳐 별들로 가득 찬, 이빨이 드러난 입을 가진 시팍틀리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세계를 탄생시킨 풍요로우면서도 파괴적인 창조의 힘을 상징한다. 이러한 묘사는 시팍틀리의 몸이 테스카틀리포카와 케찰코아틀 신에 의해 산산조각 난 후 땅을 형성한다는 신화적 이야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우주 창조론에서 시팍틀리가 근본적인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1545년에서 1590년 사이에 프란치스코회 수도사 베르나르디노 데 사하군(1499년~1590년)이 나후아족 정보 제공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편찬한 피렌체 코덱스에 따르면 시팍틀리는 태초의 바다에 서식하는 카이만(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악어의 일종)과 같은 바다 괴물이었으며 종종 대지의 신 틀랄테쿠틀리와 동일시되었는데 이는 시팍틀리의 끝없는 굶주림과 신의 개입을 통해 대지의 영역으로 변모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사하군의 텍스트는 토착 구전 전통과 기독교적 영향을 융합했으며 시팍틀리를 단순히 그 날 태어난 사람들에게 강인함과 탐식과 같은 특성을 예고하는 날짜의 징조일 뿐만 아니라 다섯 번째 태양의 형성 신화에서 핵심적인 적대자로 제시했다.

 

식민 시대의 기록들은 나후아족의 우주관과 스페인 문헌을 결합한 다양한 해석을 제시했다. 1530년대에 익명의 프란치스코회 선교사들이 아즈텍 벽화를 바탕으로 쓴 필사본인 <멕시코인들의 그림에 대한 역사>에 따르면 창조 남신과 여신인 토나카테쿠틀리와 토나카시우아틀은 60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 후 태초의 물을 창조했고 그 안에 카이만을 닮은 거대한 물고기 형태의 시팍틀리를 만들었다. 시팍틀리의 몸은 늘어나 땅을 형성했고 틀랄테쿠틀리는 땅의 화신으로서 그 위에 자리 잡았다. 이 이야기는 시팍틀리가 창조자이자 희생양이라는 이중적인 본성을 강조했으며 아즈텍 창조론에 대한 혼합주의적 관점을 반영했다.

 

14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멕시코 오악사카의 틸란통고 역사를 기록한 스페인 이전의 병풍식 필사본인 <비엔나 코덱스>는 시팍틀리의 날 표시를 통치 혈통의 시작과 연관시켰으며 이를 원시적인 물의 기원과 왕조의 정통성과 연결된 상징적인 조상으로 묘사했다. 이 문헌의 우주 창조 장면에서 시팍틀리의 악어 형상은 기도 묶음이나 신성한 꾸러미와 같은 근본적인 요소들의 출현을 상징했으며 이 괴물을 믹스텍(멕시코에 거주하는 메소아메리카 원주민) 귀족의 신화적 조상과 왕권의 순환적 갱신과 연결했다.

 

시팍틀리는 특히 올멕 문명의 영향을 받은 모렐로스 찰카칭고 암각화에 새겨진 초기 도상학과 강한 유사성을 보인다. 이 암각화에서는 악어 형상이 비구름을 내뿜으며 수중 세계에서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파충류 모티프는 시팍틀리가 풍요와 우주의 기원과 연결된 원시적인 대지의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시팍틀리는 마야 문명의 260일 달력에서 첫날을 상징하는 이믹스(악어나 뱀으로 묘사되는 물의 신)와 동일시된다. 메소아메리카인들의 유사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포폴 부>에서 산을 움직이는 수중 거인이자 땅을 빚는 자이며 어원적으로 시팍틀리인 지파크나는 악마적인 존재로 등장하며 태초의 괴물을 길들이는 이야기와 유사하게 영웅 쌍둥이에게 속아 돌로 변하게 된다. 믹스텍과 사포텍 신화를 포함한 더 넓은 메소아메리카 전통에는 혼돈의 물을 상징하고 우주를 형성하기 위해 패배하는 파충류나 뱀과 같은 유사한 원시 괴물이 등장하며 이는 후기 고전기 시대의 이주와 문화 교류 동안 아즈텍의 각색에 영향을 미쳤다. 여러 지역의 달력 기호와 의례적 이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파충류 형태의 땅의 용들은 사포텍 문명의 시팍틀리 날의 기호에서 볼 수 있듯이 해체된 괴물이 땅과 질서를 가져다준다는 통일된 우주론적 주제를 강조한다.

 

메소아메리카 예술에서 시팍틀리는 악어와 같은 턱을 가진 원시 파충류 괴물로 반복적으로 묘사되며 이는 우주 창조 장면에서 하늘과 땅을 나누는 경계로 자주 표현되는 근본적인 모티프이다. 이 턱은 크게 벌어져 있고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 차 있는데 이는 괴물의 탐욕스러운 본성과 혼돈의 창조 이전 물 속에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몸 특히 관절, 눈, 몸통에는 여러 개의 입이 있는데 이는 끝없는 굶주림과 대지를 삼켜버리는 힘을 상징한다. 시팍틀리의 피부는 비늘 모양의 무늬와 물결 또는 별 모양의 문양이 어우러져 태초의 바다에서 탄생하고 천체와 연결된 존재임을 암시한다. 시팍틀리는 물과 관련된 본질을 나타내기 위해 녹색이나 파란색 계열로 묘사되며 몸은 격동적이고 꿈틀거리는 자세를 취하거나 신화적인 창조 행위를 묘사하는 해체된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자세는 종종 파도 속에 엎드려 있거나 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신들에 의해 안정되기 전의 불안정한 상태를 강조한다.

 

주변에는 케찰코아틀과 같은 신들이 함께 묘사되어 괴물과 상호작용하거나 괴물을 제압하는 모습이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세계 창조에 있어서 신들의 협력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상징적인 소품들은 이러한 표현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데 특히 창조 이후의 맥락에서는 수련이 몸에서 돋아나 풍요와 수생 생태계의 재생을, 옥수수가 해체된 몸에서 자라나 농업의 풍요로움과 순환적 재생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요소들은 파괴적인 괴물을 생성의 원천으로 변모시키며 아즈텍 우주론의 갱신이라는 주제와 맥을 같이한다.

 

시팍틀리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는 올멕 시대부터 아즈텍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며 메소아메리카 문화 전반에 걸쳐 악어 형태의 땅의 괴물 도상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초기 묘사는 기원전 1200년경 올멕 예술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옥으로 만든 도끼와 도자기 그릇에 새겨진 악어 형상은 원시적인 수생 생물을 나타내며 후대의 시팍틀리 형태의 전신 역할을 한다. 이러한 모티프는 테오티우아칸과 같은 유적지에서 고전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했는데 이곳의 부조에는 악어 머리가 건축 요소에 통합되어 근본적인 대지의 힘을 상징한다. 그리고 후기 고전 시대 아즈텍 조각에서는 괴물의 해체되거나 납작해진 몸이 땅의 기질을 강조하는 형태로 절정에 달한다. 대표적인 아즈텍 유물로는 브루클린 박물관에 소장된 15세기 조각상인 '땅의 괴물(시팍틀리)'이 있다.

 

테노치티틀란의 템플로 마요르 유적지에서는 시팍틀리와 관련된 악어 문양이 새겨진 여러 개의 돌과 제물이 발굴되었는데 의례적 맥락에서 발견된 이러한 유물들은 시팍틀리가 땅의 기반과 제사 의식과 연관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로 시팍틀리의 대지적 측면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거대한 틀랄테쿠틀리 석상이 2006년에 발굴되었다. 이 석상은 납작하게 입을 벌린 채 악어의 턱과 발톱을 드러낸 시팍틀리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테오티우아칸의 깃털 달린 뱀 피라미드에는 깃털 달린 뱀 머리와 머리 장식을 한 악어(시팍틀리) 머리가 번갈아 새겨진 부조가 있는데 이는 기원후 3세기 초에 제작되었으며 신전이 대지의 신화적 몸체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상징한다. 테노치티틀란의 템플로 마요르에서도 유사한 악어 부조가 주춧돌과 제단 받침대에 나타나는데 이는 기원후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지어진 층층이 쌓인 신전 건축물에 통합되어 있으며 대지와 관련된 의식 동안 신성한 땅과 인간 공간 사이의 경계를 표시하는 역할을 했다.

Posted by 여강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