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타갈로그 판테온에서 비가리(Bighari)는 꽃의 여신이었다. 비가리는 최고신 바탈라의 딸로 무지개 여신이기도 했다. 타갈로그 신화에 따르면 하늘에서 추방된 비가리는 인간 세상에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비가리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우아한 신으로 묘사되었으며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정원은 화려한 색으로 만발했다. 비가리는 무지개 색을 한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진 바하가리(Bahaghari. ‘무지개’라는 뜻)의 화신으로 묘사되었다. 그녀의 옷은 햇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싱싱한 꽃잎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꽃의 여신답게 비가리가 지나는 곳은 어김없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났다. 비가리는 타갈로그 판테온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들 중 하나였다.

최고신 바탈라의 딸인 비가리의 형제로는 빛나는 샛별 탈라, 찬란한 새벽 리와이와이, 수확의 신 타그아니, 번개의 신 키들랏, 바람의 신 항인, 타오르는 태양 아라우가 있었다. 비가리는 타갈로그어로 ‘무지개’를 뜻하는 ‘바하가리’라는 단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무지개는 그녀가 인류에게 준 선물로 그녀의 신성한 혈통을 상기시켜 주었다.
꽃의 여신 비가리는 매혹적이면서도 변혁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비가리는 단지 존재만으로도 땅에 생명을 불어넣어 황량했던 들판을 꽃으로 가득 채웠다. 그녀의 영향력은 계절을 초월하여 식물의 순환적인 재생을 보장했다. 비가리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무지개를 창조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그녀의 신성한 기원과 지상과 천상을 잇는 마법 같은 색채 아치였다. 일부는 비가리가 결혼 생활의 불화를 막아주는 힘을 지닌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비가리의 선물은 대체로 평화롭지만 전설에 따르면 그녀는 아름다움, 자연 또는 가족의 의무를 어기는 자들을 저주할 수도 있었다.
신화에 따르면 바탈라가 중요한 천상 회의를 위해 자녀들을 소집했을 때 비가리는 부름에 응하는 대신 정원에 머물렀다. 이러한 반항이 거듭되자 분노한 아버지는 결국 그녀를 지상으로 추방했다. 하지만 비가리는 슬퍼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사랑과 정성으로 땅을 가꾸었고 그 결과 하늘조차 알지 못했던 풍성한 꽃들이 피어났다. 그녀의 헌신과 슬픔에 감동한 사람들은 그녀를 기리기 위해 꽃으로 아치를 만들었다. 이 신성한 아치가 최초의 무지개가 되었다고 한다. 즉 필리핀 사람들에게 무지개는 하늘에 남은 아름다운 비가리의 흔적, 천상에 대한 그리움, 용서, 신성한 존재의 시각적 표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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