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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한국대표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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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어머니 손맛에 열광하는 이유 석류/최일남/2003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으스름한 저녁, 맛집을 찾아 한 번쯤 발품을 팔아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고단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현대인들에게 취미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맛있는 음식에 소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만큼 희열감에 빠져든다. 게다가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의 맛까지 경험한다면 이내 단골집으로 점찍어 두기 마련이다. 딱히 이거다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뭐니뭐니 해도 맛집 여행의 백미는 '어머니 손맛'을 찾는 일일 것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맛집 삼매경에 빠져있다. 인터넷과 TV에서도 맛집을 주제로 한 포스팅이나 프로그램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인기 콘텐츠가 된 지 오래다. 맛집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흘린 눈물의 의미 그림자를 판 사나이/김영하/2003년 슐레밀은 회색옷을 입은 신사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팔고 그 댓가로 자기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얻을 수 있는 행운 주머니를 받게 된다. 그림자는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지만 행운 주머니는 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줄 수 있으니 회색옷을 입은 신사의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림자를 팔아버린 슐레밀은 행복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던 그림자를 팔아버린 후 슐레밀은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로 외톨이가 되었고 애인마저도 슐레만을 떠나게 된다. 돈만으로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 슐레만은 그림자를 팔았던 자신을 후회한다. 이 때 다시 나타난 회색옷을 입은 신사는 빼앗긴 그림자와 슐레만의 영혼을 맞바꾸자고 제안한다. 슐레밀은 비로소 회색옷을 입은 신사가 악마..
춘향의 수절은 부패한 관리들의 음모였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김연수/2003년 경로의존성이란 개념이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쓴 4월16일자 경향신문 시론 '민주당, 우열구도에 익숙해져라'에 따르면 경로의존성이란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이라고 한다. 즉 일단 어떤 경로가 정해져서 익숙해지고 나면 나중에 틀리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돼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반독재 투쟁 시절 민주 대 반민주와 같은 찬반 사고의 틀에 갇혀있는 민주당을 비판한 글이다. 생각컨대 경로의존성은 비단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개념은 아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 일상에서도 이 개념은 쉽게 발견된다. 고전 비틀기 얼마 전 시사 파워블로거 아이엠피터의 글 중에 우리나라..
반레와 김지하, 두 시인의 같은 듯 다른 삶의 이유 존재의 형식/방현석/2002년 “문재인 지지하는 48%는 국가전복세력이고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다.” 어느 극우주의자의 발언 같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유신독재투쟁의 상징적 존재였던 김지하 시인이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그를 두고 누구는 화합을 위한 변신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역사를 부정한 변절이라고도 한다. 변절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의 계절에 변신과 변절의 차이가 백지장보다 얇다고 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을 호소했던 김지하 시인의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신이든 변절이든 당사자에게는 그만의 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변화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높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
국가정책에 무너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 암소/이문구/1970년 한국 유기농업의 발상지인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의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3년 만에 해결됐다고 한다. 국토해양부와 농민 측이 유기농 하우스단지가 있던 두물머리를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자는 종교계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데 못내 씁쓸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일방통행식 국가정책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이 여론의 관심 저 편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다수의 행복이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원칙이라지만 그 지고지순한 원칙보다는 다수의 행복을 가장한 위장 민주주의가 횡횡하는 현실에서 그것 때문에 소외받는 소수는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희생양인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위한 거룩한 제물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실제 두물머리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복..
두보와 흑달의 영화같은 한판 대결, 사랑인가 우정인가 영기(令旗)/이정환/1969년 요즘 대종상 영화제를 두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이병헌 주연의 가 각종 상을 독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김기덕 감독의 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 , 등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가 많았다는 점에서 의 싹쓸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매년 수상작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중성이 작품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제마다 각기 다른 선정기준이 있겠지만 국내 영화제의 경우 대부분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이 우선한다는 점에서 천편일률적이다.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영화제 수상작 선정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 영화제도 해외 영화제처럼 작품성이나 예술성을 기준으로 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
열여덟 살 소년 제화공의 죽음과 천하무적의 길 천하무적/김남일/1991년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투표시간 연장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각 후보 진영간 정치공학적 이해타산으로 시작됐지만 사실은 훨씬 이전부터 국민들이 요구해온 주장이기도 하다. 현행 투표시간은 민주주의의 원칙 중 하나인 국민 참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을 두고 각 후보 진영은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측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측은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는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박근혜 후보는 '100만 정보방송통신인과 함께 하는 박근혜 후보 초청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데가 우리나라밖에 없으며 투표시간을 늘리..
오자의 기행으로 본 질서정연한 보편적 권위의 실체 오자(誤字)/김형수/2012년 소설 제목보다는 수필 제목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오자(誤字)'란 말 그대로 '잘못 쓰인 글자'를 말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수히 많은 글자들 속에 꼭꼭 숨어있는 '오자'를 발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아마도 책이라는 소름 끼치게 치밀한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진 해방감을 만끽했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을 것처럼 저자와 책의 완벽함이 구축해놓은 장벽이 비로소 무너지는 느낌같은 것 말이다. 한편 '오자' 하면 떠오르는 그리 멀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 4.11총선 당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어느 스포츠 스타가 박사논문 표절로 자격시비가 한창일 때 표절의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자료가 바로 '오자'였다. 즉 오자만큼은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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