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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한국대표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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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위무 매향/전성태/1997년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은 길가메시다. 활발한 토판 발굴로 호메로스의 와 를 대신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서사시로 인정받고 있는 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에 등장하는 신들 중에서 또 한 명의 빼놓을 수 없는 신이 있다. 바로 엔키두다. 는 목축사회를 상징하는 엔키두와 농경사회를 상징하는 길가메시의 대결로 시작되지만 엔키두의 죽음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목축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의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엔키두의 죽음은 길가메시로 하여금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겨준다.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되살리고 영생을 주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게다가 엔키두의 죽음은 길가메시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갖게 한다. 길가메시의 여행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
역사왜곡 논란을 민주주의 조급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 세상 끝의 골목들/이남희/1995년 최근 일본 우익 인사들의 과거사 부정은 전세계적인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일본 극우의 원조로 불리는 이시하라 도쿄 지사는 조선 침략에 대해 무력이 아닌 조선인들의 총의에 따라 합병했다는 막말을 하는가 하면, 아베 현 일본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해괴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급기야 차세대 일본 총리로 주목받고 있는 하시모토 오사카 지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면서 주일미군에게는 매춘 활용을 건의하기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일본 우익들의 군군주의를 향한 꿈이 갈수록 조직화되고 치밀화되는 것은 패전으로 조성된 자학사관 체제를 타파할 필요가 있다는 일본내 보수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
선천성 뇌성마비 문성현씨의 장애 극복기 착한 사람 문성현/윤영수/1997년 얼마 전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담은 책 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씨가 도쿄 시내 한 음식점에서 퇴짜를 맞은 사실을 트위터에 올려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식당은 건물 2층에 위치해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이 걸어서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오토다케씨는 식당 측에 자신을 안고 올라갈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일본 네티즌들이 양측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였다는 데 필자 생각으로는 식당측의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를 문제삼기 전에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무작정 자신을 안고 2층으로 올라갈 줄 것을 요구한 오토다케씨의 경솔함이 더 문제인 듯 싶다. 필자가..
왜 나이가 들면 뽕짝을 부르게 될까 목련꽃 그늘 아래서/한창훈/1995년 어버이 날 노래를 부르다 느닷없이 스승의 날 노래로 넘어가는 경험을 적잖이 했을 것이다.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탓에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알아차리고는 겸연쩍어 했던 경험 말이다. 한 때 개그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예 그런 노래들만 모아서 개인기로 활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아무리 웃음을 주기 위함이라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음악적 소양이 있어야 가능하련만 남편 계모임에서 가곡을 부르다 어물쩍 뽕짝으로 넘어간 음암댁의 선택은 생뚱맞기 그지 없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로 시작하는 가곡이 있다. 멜로디만 들으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대중적인 노래다. 그러나 그 다음 가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아는 독자는 그리..
가난한 아내의 좌충우돌 중산층으로 사는 법 티타임을 위하여/이선/1991년 한 때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된장녀란 미국식 소비주의에 사로잡혀 무분별한 소비를 일삼는 여성을 비꼬는 온라인상의 은어였다. 밥 대신 커피를 마시고, 월급의 대부분을 명품가방 구매하는 데 지출하고,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등 자기 능력 이상의 소비 행태를 보이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이런 여성과 똑같은 남성을 일컬은 '된장남'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된장녀, 된장남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사회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점이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한복판이었다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겠지만 어쨌든 아메리카노니 모카니 라떼니 하는 낯선 커피 용어들은 어느덧 일상어가 되었고,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백이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
태양주물 천씨가 김장 보너스를 받고 우쭐해진 이유 쇳물처럼/정화진/1987년 업무 특성상 물류센터는 야간 노동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장 중 하나다. 야간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는 낮에 자고 밤에 일한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본디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게 만물의 자연스런 생체리듬이거늘 이를 거슬러 일하는 습관이 제 아무리 몸에 밴다한들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근무환경이 좋냐. 그것도 아니다. 어쩌면 근로 기준법의 사각지대가 야간물류센터일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아는 한은 그렇다. 여름에는 열대야와 빗물처럼 쏟아져내리는 땀과 싸워야 하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에 옷을 몇겹이나 껴입어도 살을 애이는 추위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업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도록 마련된 캐비넷은 군대 관물대보다 못해서 몇 사람씩..
희망은 절망의 생채기에 돋아나는 새살이다 노랑무늬영원/한 강/2003년 한 대학생이 조지아주 브룬스윅행 버스에서 수년간의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아내가 있는 자신의 옛집으로 가던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아내가 자신을 받아줄지 고민하던 중 교도소에서 아내에게 미리 출소 날짜를 알려주고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준다면 집 앞의 참나무에 노란색 손수건을 걸어달라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아내가 자신을 받아주길 간절히 원했지만 선택은 아내의 몫이었다. 버스가 자신의 옛집에 가까워오자 그 남자는 가슴이 떨려 볼 수 없었던지 그 대학생에게 참나무에 손수건이 걸려있는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승객들도 가슴을 조이며 차창 너머로 마을 입구를 바라보았는데, 그 남자가 말했던 참나무에는 노란색 손수건이 한가득 매어져 있었다고 한다. ..
현대인에게 타인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홍의 부고/조해진/2012년 급격한 산업화와 현대화의 길을 걸었던 1970년대 일본에서는 외부와 연락을 단절한 채 집에만 틀어박혀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텔레비전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나친 자학증세나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부모 의존적인 일상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런 젊은이들의 독특한 생활태도는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2000년대 들어서는 노령화와 함께 심각한 노동력 부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번역해도 결코 낯설지 않은 용어, '은둔형 외톨이'가 바로 히키코모리이다. 현재 약 2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일본의 히키코모리가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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