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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한국대표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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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을 앞둔 소녀의 눈에 비친 여자의 일생 중국인 거리/오정희/1979년 나는 다시 손안의 물건들을 나무 밑에 묻고 흙을 덮었다. 손의 흙을 털고 나무 밑을 꼭꼭 밟아 다진 뒤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쓰며 장군의 동상을 향해 걸었다. 예순 번을 세자 동상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두 계절 전 예순다섯 걸음의 거리였다. 앞으로 다시 두 계절이 지나면 쉰 걸음으로 닿을 수가 있을까. 다시 일 년이 지나면, 그리고 십 년이 지나면 단 한 걸음으로 날듯 닿을 수 있을까. - 중에서- 오정희의 소설 는 성장소설이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에서는 남자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는 열 두살 소녀가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성 작가의 여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라는 점에서 남자 아이의 성장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
긴급조치 9호 위반 리빠똥 장군, 이유 있었네 리빠똥 장군/김용성/1971년 박정희가 1972년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본따 만들었다는 유신헌법은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대폭 강화해 영구집권을 가능하게 한 한국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 결국 김재규의 총탄에 의해 무소불위의 권력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긴 했지만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유신의 역사적 평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안을 두고 다시 역사적 평가에 맡기자는 그들의 논리를 보며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자행되었던 '역사의 후퇴'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조치로 박정희는 긴급조치를 발동함으..
'우상의 눈물'로 본 학교폭력의 매카니즘 우상의 눈물/전상국/1980년 현정부를 두고 '문민독재'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민정부'와 '독재정부'라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않은 두 단어가 하나의 용어로 탄생한 데는 정치권력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단지 총칼에 의해서만 비롯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경험으로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권력은 저항의 근거가 확실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합법을 가장한 숨은 권력은 정당한 저항의 통로마저 봉쇄해 버린 채 인간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상국의 문제작 은 바로 이런 정치권력의 매카니즘을 어느 고등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에 빗대어 비판하고 있다. 소설이 발표될 당시의 시대상황을 추적해 본다면 그 비판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
그녀에게 부부관계는 성적폭력이었다 불/현진건/1924년 아동 권리를 위한 국제 구호 기구인 플랜 인턴내셔널(Plan International)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는 20%의 여성이 15살 이전에 결혼해 세계에서 가장 조혼율이 높은 나라라고 한다. 유니세프(UNICEF,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Children’s Emergency Fund)는 방글라데시 여성의 66%가 18살 이전에 결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조혼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조혼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혼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조혼은 여성인권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조혼은 여성의 ..
황순원 곡예단 피에로들을 소개합니다 곡예사/황순원/1952년 왁자지껄 도때기 시장같던 분위기가 일순간 숙연해진다. '오늘도 아슬아슬 재주 넘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내가 곰이네. 난장이 광대의 외줄타기는 아름답다, 슬프도다, 나비로구나'. 그리고는 억눌렸던 감정이라도 폭발시키 듯 숨가쁘게 전개되는 가사와 경쾌한 몸짓이 무대를 장악한다. 그 짧은 난장은 이내 다시 가슴을 후벼파 듯 느리게 느리게 감성을 자극한다. '커다란 무대 위에 막이 내리면 따스한 별빛이 나를 감사네. 자주빛 저 하늘은 무얼 말할까. 고요한 달 그림자 나를 부르네'. 끝맺음은 흥청망청 춤을 추다 숨쉴 틈도 주지않고 '헤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짧은 공연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단절되고 알 듯 모를 듯한 여운만 길게 남는다. 참 많이도 불렀다. 아니 그렇게라도 폭발하고 싶었다. I..
왜 징후를 예감하는 사람은 외로울까 팽(부풀어오르다)/천정완/2011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지 2주가 되어가지만 그 날의 감동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한 켠을 메우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오심이 유독 많았고 그 대상이 우리 선수들인 경우가 많았던지라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들은 두배 세배의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체조 도마 부분에서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양학선'이라는 독보적인 기술로 세계를 제패한 양학선 선수의 활약은 올림픽이 주는 감동의 절정이었다. 게다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감동의 실체를 애국심으로 단순화하기에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경험과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예술도, 문학도, 소설도 마찬가지일..
노부부가 수몰지구 오두막집에 사는 이유 당제/송기숙/1983년 정부는 지난 8일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북측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에 통지문을 보내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17일 개성이나 문산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5.24조치(2010년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대북경제제재로 남북교역 중단, 방북 중단, 북한선박 운행 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체적 부실정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5년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던 이명박 정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독선과 오만, 불통이라는 부정적 단어들을 빼면 딱히 설명..
한국언론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개는 왜 짖는가/송기숙/1983년 지난 5월16일 아침 조선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승의 날 학생들 앞에서 학교 폭력을 일방적으로 교사 탓으로 돌린 발언이 적절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서울시는 즉각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조선닷컴이 보도한 박원순 시장의 스승의 날 발언은 명백히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보도로 정정보도 요청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조선닷컴이 해당 기사를 삭제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됐다. 문제의 발언은 이랬다. 스승의 날인 15일 강남중학교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은 한 학생이 학교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학교폭력 참 이해가 안가요. 그건 전적으로 성인들의 잘못이라고 저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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