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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한국대표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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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둘 노인의 자살과 농촌 경제의 현실 장곡리 고욤나무/이문구/1991년 한 대학교수가 2002년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한 경기도 평택에 배나무 밭과 일대 논 4필지, 2만7천여 제곱미터를 동생 2명과 함께 매입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운영하는 친환경농산물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대학교수가 공동으로 매입했다는 평택 과수원에서는 9년 동안 연평균 3억원씩 총 27억원의 수입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이 대학교수는 동생에게 3억원의 채무를 졌는데 특이한 점은 형제의 거래가 현금보관증 형태로 이뤄졌고, 이 현금보관증에는 '상기 금액(3억원)을 성실히 보관하고 요청에 따라 반환할 것을 약속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한편 이 대학교수는 매입한 논에서 쌀 직불금을 타가기도 했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때면 이런 비슷한 내용들이 어..
방정환이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모험과 우정 이야기 동생을 찾으러/방정환/1925년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이 노랫말을 눈으로만 읽는 성인은 없을 것이다. 은연중에 멜로디를 붙여 흥얼거려야 제 맛이 나는 노래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가사도 멜로디도 잊혀지지 않는 노래가 있다면 바로 어린이날 노래가 아닐까. 필자가 어린 시절만 해도 당시 아이들은 노랫말대로 새고 냇물이었다. 학교 수업만 끝나면 산이며 들로 때로는 바다로 나가 놀다가 해가 늬엿늬엿해 지고서야 집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봄이면 올챙이 잡으러 다니다 신발과 옷은 날마다 흙투성이였고, 여름에는 멱감는 재미에 해가 떨어진 줄도 몰랐다. 가을에는 서리하다 들켜도 꿀밤 한 대로 대신했고, 겨울이면 포대자루..
왜 불륜과 비극의 장소로 물레방아였을까 물레방아/나도향/1925년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계절이다. 올해는 창원을 연고로 한 제9구단 NC 다이노스까지 합세해 꿈의 양대 리그가 현실화되고 있으니 야구팬들에게는 희망 부푼 한 시즌이 될 것이다. 필자도 이런 부류 중 한명이다. 1982년 여섯 개 구단으로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도 이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만큼이나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의 응원문화도 한층 성숙해졌다. 남성 일색이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야구장을 찾는 여성들의 수도 만만찮게 늘어나고 있다. 야구장 여기저기서 벌어지던 추태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직장인들은 회식장소로 야구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각자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희비가 엇갈릴 때마다 애교섞인 다툼을 하는 어느 커플은 모 야구장의 명물이 되었다. 한때 ..
30년대 흉가에 투영된 21세기 싱글맘의 현실 흉가/최정희/193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아빠나 엄마 중 한 명과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 즉 싱글맘, 싱글대디 가구가 159만에 이른다고 한다. 10년 전에 비해 47만 가구가 늘어난 수치로 이 중 싱글맘 비중이 78%라고 하니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가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여기에 국가의 정책적 지원도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싱글맘, 싱글대디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버거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싱글맘을 위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싱글맘이 느끼는 가장 큰 사회적 장벽은 무엇일까. 싱글대디..
소년체전 축구 예선전, 무슨 일이 있었나 저녁의 눈이신/성석제/2003년 달구벌 대구에서는 오는 5월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린다. 한때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해서 문제가 되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작 엘리트 체육에 밀려 생활체육으로써의 스포츠가 냉대받는 현실이고 보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정도다. 필자와 동갑내기이니 꿈나무들의 제전인 소년체전도 이름에 걸맞지 않게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필자에게 소년체전은 아주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스포츠 행사이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매 1982년 제1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운동에는 잼뱅이인 필자가 소년체전에 참가했을 리는 없고 도대체 1982년 그해 필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어찌어찌해서 친구 녀석 둘이 소년체전 수영 군예선에 ..
엉뚱한 상상, 소설 '돈'과 무분별한 언론 보도 돈(豚)/이효석/1933년 눈만 뜨면 연예인들의 잡다한 일상이 새까맣던 TV를 화려한 색으로 가득 채운다. 어디 TV 뿐이겠는가! 우리네 일상 속 대화에서도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네 삶을 속박하는 제도나 시스템에 대한 딱딱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고 상대의 관심을 끄는데 이만한 얘깃거리도 없다. 가수 누구와 탤런트 누구가 사귄다느니, 가수 누구는 16살 연하의 또 다른 가수와 사귄다느니, 심지어 탤런트 누구는 띠를 두 번이나 도는 연하의 누구와 사귄다느니, 모 스포츠 스타와 모 연예 스타의 몰래 데이트 장면이 우연히 찍혔다느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마치 잉꼬부부의 표상인 양 수다를 떨던 연예인 부부가 이혼했다느니, 심지어 자살한 유명 스타의 장례식은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기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 끝없는 애증의 관계 꽃 지고 강물 흘러/이청준/2003년 5년 넘게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음을 받고 고향에 내려간 40대 중견 작가 준섭은 거기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노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자 다른 감정으로 갈등을 겪는 광경을 목격한다. 특히 시집와서 지금껏 시어머니를 모셔온 형수는 홀가분함과 애석함이 교차되면서 그동안의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그러나 가출했던 이복조카 용순의 등장으로 어머니를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상가집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게 요란한 치장을 하고 등장한 용순으로 인해 장례식장은 일대 혼란을 겪게 되는데……. 그렇다고 용순의 행동이 아무런 이유없이 저질러진 철부지의 그것은 아니었다. 이를 알아차린 사람은 다름아닌 준섭의 문학 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따라 내려온..
엽기적 결말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 명랑/천운영/200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입관하던 날 차마 울 수가 없었다. 앙상한 뼈 마디마디에 가죽만 볼품없이 붙어있었지만 얼굴만은 생전에 볼 수 없었던 너무도 편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살포시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한테 퍼주기 좋아하셨지만 되돌아오는 건 배신과 가난뿐이었기에 술로 시름을 달래셨고 급기야 어디 성한 데 하나 없는 몸은 밤마다 들릴 듯 말듯 괴로운 신음소리만 연주했던 아버지였지만 그날만큼은 근심 걱정 하나 없는 표정으로 누워계셨으니 눈물을 훔치는 게 예의가 아니지 싶었다. 정작 서러운 눈물은 화장이 끝나고 아버지의 유골을 보여주었을 때였다. 남한테는 마냥 좋은 사람이 늘 그러하듯 아버지도 자식들에게는 그리 살갑지 못했고 게다가 나 또한 부침성 없는 성격이라 평생을 부자지간의 정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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