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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운명의 서판을 훔친 악마 새, 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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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안주Anzu(또는 주Zu, 임두구드Imdugud)는 버금 신 또는 괴물이었다. 그는 담수의 신 압수Apsu와 대지에 의해 잉태되었다고도 하고 술의 수호 악마 시리스Siris 여신의 아들이었다고도 한다. 안주는 불과 물을 내뿜는 거대한 새로 묘사되었지만 머리는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안주 서사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버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하나는 닌기르수Ningirsu가 등장하는 기원전 2천년 경의 자료이고 또 하나는 니누르타Ninurta가 등장하는 기원전 1천년 경의 버전이다. 닌기르수와 니누르타는 동일한 신으로 치유, 사냥, 풍요, 전쟁, 폭풍우 등과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안주는 다른 문헌에는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안주가 아부Abu 신의 초기 형태라는 주장도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에게 아부는 니누르타/닌기르수와 동일한 신으로 폭풍우와 관련이 있었다. 아부는 ‘아버지 초원’으로 언급되었는데 이는 봄철 들판과 폭풍우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아부는 원래 독수리 모양의 거대한 검은 천둥 구름으로 여겨졌지만 나중에 사자 머리와 함께 묘사되면서 천둥의 굉음과 연결되었다. 따라서 안주에 대한 몇몇 묘사는 염소와 잎이 무성한 가지를 동반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고대 근동에서 염소는 천둥 구름처럼 산과 관련이 있었다.

 

안주와 아부의 연관성은 안주 새가 조각된 큰 눈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에서 더욱 강화된다. 이 조각상은 안주를 인간과 같은 높은 신적 모습을 상징하기 위해 아부 신처럼 묘사했을 것이다. 몇몇 신화학자들은 이 조각상이 실제로는 안주를 숭배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학자들은 이 조각상이 수메르인들의 일반적인 숭배 모습과는 맞지 않으며 오히려 추상적인 형태나 상징을 인간의 모습을 한 신과 일치시킨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메르와 아카드 신화에서 안주는 남풍과 천둥 구름을 의인화한 신성한 폭풍 새다. 신화에 따르면 반인반조의 이 악마 새는 엔릴Enlil의 ‘운명의 서판’을 훔쳐 산꼭대기에 숨겼다. 아누Anu는 다른 신들에게 ‘운명의 서판’을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신들은 안주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문헌에 따라 마르둑Marduk이 안주를 죽였다고도 하고 니누르타가 화살로 죽였다고도 한다. 안주는 이 밖에도 <길가메시 서사시>, <인안나와 훌루푸 나무>, <루갈반다의 귀환> 등에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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