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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기침이나 가래가 있을 때 도라지가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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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음식을 대충 먹는 사람이든 요모조모 따져 먹는 사람이든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밥을 코로 먹지는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입으로 밥을 먹는다. 그런데도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밥은 입으로 넘겨야 한다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작 입으로 들어간 다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음과 식을 제대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모자란 부분은 더하고 넘치는 부분은 줄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도라지 무침. 사진>라이프투데이 

 

한의학에서는 모든 음식이 각기 들어가는 곳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서로 다른 음식의 기가 우리 몸의 여기저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근대 서양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고기든 단백질이나 지방 등의 구성이 다를 뿐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어떤 고기인가에 따라 몸의 다른 부위에 작용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모두 비위脾胃에 작용하지만 돼지고기는 콩팥에도 작용한다고 본다. 콩팥의 기를 세게 해 주는 힘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음식이 우리 몸의 어떤 부위에 작용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바로 귀경歸經이다. '귀경'은 경락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우리 몸을 하나의 기로 보되 간이나 심장 등으 오장육부를 나누어 각각의 기를 구분하여 간을 중심으로 흐르는 기를 간경肝經의 기라고 부르고 심장을 중심으로 흐르는 기를 심경心經의 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런 기가 흐르는 길을 간경, 심경이라고 한다.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식이 신장腎臟에 작용하면 그 음식의 귀경은 신경腎經이 되고 폐에 작용하면 폐경肺經이 된다.

 

예를 들어 도라지를 먹으면 기침이나 가래가 있을 때 좋다고 한다. 이는 도라지가 폐경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근대 서양 과학은 이를 도라지의 특정 정분의 작용으로 말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도라지의 기의 작용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의 모든 음식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그 음식의 기미와 더불어 귀경을 밝혀 놓았다. 만일 어느 특정 장부의 기만 커지거나 적게 되면 병이 생긴다. 모자란 것(허虛)도 병이지만 넘치는 것(실實)도 병이다. 그래서 어느 하나의 음식만 먹게 되면 그 음식의 귀경에 따라 특정 장부의 기가 치우치게 된다. 

 

그런데 똑같은 경락에 들어간다고 해도 차고 더운 차이가 있으며 보해 주느냐(보補) 깎아내리느냐(사瀉)의 차이도 있다. 오르고 내리는 차이(승강부침升降浮沈)도 있다. 체질에 따른 차이도 있다. -작은책 6월호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박석준/동의과학연구소 소장, 들꽃피는 한의원원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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