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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태풍의 어원이 된 괴물, 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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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어 타이푼(typhoo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티폰(Typhon)’에서 유래됐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폰은 엄청나게 큰 거인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거인들처럼 티폰도 반인반수였는데 머리에서 허벅지까지는 인간이었지만 하체는 똬리를 튼 거대한 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머리에도 사람의 눈 대신 번갯불과 불꽃을 내뿜을 수 있는 100개의 용머리가 돋아나 있었다. 또 온몸은 깃털과 날개로 뒤덮여 있었는데 티폰의 어깨는 하늘에 이르렀고 100개의 용머리가 돋아나 있는 머리는 별에 닿을 듯 했다고 한다. 두 팔을 벌리면 세상의 동쪽과 서쪽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티폰이 날개를 펼치면 태양을 가려 세계가 어둠 속에 잠겼다고 한다. 한편 티폰이 내뿜는 불은 세상을 황폐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위력이 이 정도였으니 어느 신인들 감히 티폰의 심기를 건드릴 수나 있었을까?

 

괴물 티폰(오른쪽)과 싸우는 제우스. 출처>구글 검색

 

티폰은 올림포스 이전의 신이다. 즉 제우스가 아버지인 크로노스(시간·세월의 신)를 죽이고 신들의 지배자가 되자 이에 분노한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크로노스의 원수를 갚기 위해 타르타로스(지옥의 신)와 관계를 맺어 낳은 신이 티폰이었다. 티폰의 출생에 대해서는 또 다른 설이 있는데 제우스의 누이면서 아내이기도 했던 사랑의 여신 헤라가 바람둥이 남편(제우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크로노스에게서 받은 알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티폰은 델포이를 지키는 왕뱀 피톤에 의해 키워졌다.

 

어떤 출생설이건 그 배경에는 제우스에 대한 복수심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화를 읽는 독자라면 알 것이다. 티폰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는 것을. 그가 언젠가 제우스와 한 판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티폰은 제우스와 맞장 뜨기 위해 기간테스(올림포스 이전의 거인, ‘자이언트의 어원)를 대표해 올림포스를 찾았다. 모든 올림포스의 신들이 도망갔지만 유일하게 아테나(전쟁의 신)만이 올림포스를 지켰다. 아테나는 신 중의 신이라는 제우스의 비겁한 행동을 비난했고 비웃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제우스는 다시 올림포스로 돌아왔으나 티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제우스는 티폰에 의해 힘줄을 빼앗겨버렸다.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였다. 다행히 헤르메스(전령의 신)와 판(다산의 신, 영어 패닉의 어원)의 도움으로 힘줄을 찾은 제우스는 번갯불로 티폰의 머리를 맞춰 가까스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티폰(Typhon)의 이런 파괴 본능과 위력 때문에 타이푼(typhoon)으로 변형돼 태풍의 어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티폰의 위력이 대단하긴 대단했나 보다. 티폰과 관련된 자연현상에는 태풍 말고도 또 있다. 바로 화산이다.

 

마피아의 도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활화산이 있다. 에트나 화산이다. 일본 후지산 화산과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에트나 화산은 2,700여 년 전부터 활동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고 높이가 3 350m인 에트나 화산의 생성 과정은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다. 많은 학자들이 형성된 시기와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궁 속이다. 미국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 바누아투의 야수르 화산과 함께 세계 3대 활화산으로 꼽히고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이 분화하는 것은 티폰 때문이라고 믿어왔다고 한다. 제우스와의 대결에서 완패한 티폰이 에트나 산에 갇혔기 때문이다. 에트나 화산이 분화하는 것은 티폰이 움직이면서 불을 내뿜기 때문이란다.

 

아시아 북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태풍(颱風)큰 바람을 의미하는 광동어 대풍(大風)이 그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한편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세계2차대전 이후 미국 해군에 의해서라고 한다. 기상 예보 장교가 자신의 애인이나 아내 이름을 따서 태풍을 불렀는데 태풍이 온순해 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녀차별이라는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1978년부터 다양하게 태풍 이름을 짓게 되었다그러다 2000년부터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14개국으로 구성된 태풍위원회를 만들었고 각국에서 태풍 이름 10개씩을 제출받아 돌아가면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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