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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이오, 제우스의 불륜 상대에서 이집트의 여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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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이오(Io)에 관한 이야기는 가장 오래 된 신화 중에 하나로 호메로스의 문학 작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오는 최고신 제우스의 인간 연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 속 이오 이야기는 이집트와 그리스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신화 속에도 등장한다.

 

이오는 나이아드(Naiad, 그리스 신화 속 물의 요정, 복수는 나이아데스)로 포타모이(Potamoi,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사이에 태어난 3,000명의 강의 신)인 이노코스와 오케아니드(Oceanid,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3,000명의 딸)인 아르기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 이오의 아버지 이노코스는 강의 신으로 아르고스의 첫 번째 왕이었다.

헤라의 감시를 피해 이오를 어린 암소로 변신시킨 제우스. 출처>구글 검색

이오는 매우 아름다웠으며 이 아름다움 때문에 제우스의 이목을 끌게 되었으며 결국 제우스의 유혹을 받게 되었다. 당시 제우스는 헤라와 결혼한 상태로 헤라는 남편 제우스의 불륜 행각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자신의 불륜 행각을 숨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야만 했다. 제우스는 이오와의 불륜 현장을 숨기기 위해 구름으로 아르고스 땅을 덮어 올림포스 산에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이오를 유혹했지만 아르고스 땅을 덮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름을 이상하게 여긴 헤라의 의심을 받게 되었고 급기야 헤라는 아르고스 땅으로 내려갔다.

 

이를 눈치 챈 제우스는 재빨리 이오를 어린 암소로 변신시켰다. 제우스가 평소 워낙 난봉꾼이었던 탓에 헤라도 눈치 백단이었다. 헤라는 제우스에게 어린 암소를 선물로 줄 것을 요구했고 제우스는 헤라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결국 어린 암소로 변신한 이오는 헤라의 소유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우스가 다시 돌아와 어린 암소를 다시 여인의 모습으로 변신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헤라는 눈이 백 개나 달린 괴물 아르고스(Argus)를 시켜 어린 암소를 지키게 했다. 아르고스는 잠을 잘 때도 두 개의 눈은 항상 뜬 채로 있었다. 결국 제우스는 올림포스로 돌아갔고 어린 암소(이오)는 헤라의 신성한 올리브 숲에서 나무에 묶인 채 남아있어야만 했다.

 

제우스는 이오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를 아르고스로 불렀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괴물 아르고스로부터 이오(어린 암소)를 훔쳐오게 했다. 헤르메스는 도둑의 신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도둑의 신이라 해도 눈이 백 개나 달린 괴물에게서 이오를 훔쳐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헤르메스는 괴물 아르고스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아름다운 연주로 아르고스를 잠들게 한 후 목을 잘랐다.

 

드디어 이오도 자유로운 몸이 되었지만 헤르메스는 암소로 변한 이오를 다시 여인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까지는 없었다. 한편 헤라는 암소를 감시하던 괴물 아르고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지상으로 내려가 아르고스의 눈을 공작의 깃털에 꽂아 주었다. 그리고 이오에 대해서는 복수를 결심했다.

 

헤라의 복수는 간단했다. 쇠가죽파리를 어린 암소로 변한 이오에게 보내 이오의 등을 찌르게 했다. 어린 암소(이오)는 자신을 계속 물어뜯는 쇠가죽파리를 피해 고대 세계를 방랑하기 시작했다. 이오는 아르고스 땅을 멀리 벗어나 바닷가에 도착했고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훗날 이오가 도착한 이 바다를 사람들은 이오니아 해(Ionian Sea)라고 불렀다. 또 이오가 건넜던 해협은 ‘소의 길’이라는 뜻의 보스포러스(Bosporus, 흑해와 마르마라 해를 연결하는 해협)라고 불리게 되었다. .

암소가 된 이오의 방랑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은 코카서스 산에서 일어났다. 이오는 이곳에서 프로메테우스를 만나게 되었고 이오의 사연을 들은 프로메테우스는 이곳에서 이오는 프로메테우스의 도움을 받아 예지력을 갖게 되었다. 당시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 산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한편 프로메테우스는 이오에게 훗날 많은 자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또 이집트에 가면 새로운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말을 들은 이오는 다시 머나먼 여행을 시작했다.

 

뒤늦게 이오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이나코스는 키르노스(Cyrnus)와 리르코스(Lyrcus)를 보내 이오를 찾게 했다. 하지만 이오를 찾는데 실패했고 이들은 카리아(Caria, 소아시아에 있는 고대 도시)에서 이오 찾기를 포기했다. 이곳에서 리르코스는 카우노스 왕의 딸과 결혼했고 키르노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다.

 

이오는 프로메테우스의 조언대로 이집트에 도착했고 나일강의 언덕 근처에서 휴식을 취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말대로 이곳에서 이오는 제우스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제우스는 어린 암소로 변한 이오를 다시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시켰다.

 

이곳에서 이오는 에파포스(Epaphos)라는 이름의 제우스의 아들을 낳았다. 에파포스는 이집트 신화에서 아피스(Apis)라는 신성한 소로 여겨졌다. 또 이오는 이집트 신화의 이시스(Isis)와 동일시되었다.

 

멀리 이집트에서 제우스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헤라는 쿠레테스(Curetes, 크레타 섬에서 아기 제우스를 돌봤던 반신반인의 무리들)를 보내 아이를 납치해 오도록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우스는 번개를 일으켜 쿠레테스를 죽였지만 아들을 찾기 위해 이오의 방랑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오는 지금의 레바논인 비블로스(Byblos)에서 자신의 아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 제우스가 이오에게서 낳은 딸인 케로사(Ceroessa)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어떤 학자들은 케로사도 에파포스처럼 이집트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이집트가 아닌 이오의 방랑 중에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오가 방랑 중에 태어났다면 케로사의 고향은 비잔티움일 가능성이 높다. 비잔티움의 창시자인 비자스(Byzas)의 부모가 바로 포세이돈과 케로사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이오는 이집트의 왕 텔레고노스(Telegonus)와 결혼했고 아들 에파포스는 멤피스라는 새 도시를 건설했다. 이 때부터 이집트의 왕들은 이오의 자손들이 되었다. 또 에파포스도 모든 에티오피아와 리비아 인들의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이오는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와 동일시되면서 오시리스의 아내로 여겨졌다. 또 오시리스와의 사이에서 호루스를 낳았다. 호루스의 그리스식 이름은 하르포크라테스(Harpocrates)로 침묵과 비밀의 신이었다.

 

이렇게 프로메테우스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고 이오의 자손들은 그리스로 돌아가 카드모스는 고대 도시 테베를, 다나우스는 아르고스를 각각 세웠다. 이리하여 이오는 아틀라스(Atlas), 데우칼리온(Deucalion)과 함께 그리스 민족의 3대 조상 중 하나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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