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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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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곁들인 고명이 딸이 된 사연 소설 으로 배우는 우리말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줏어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 -윤흥길의 중에서- '행랑이 몸채 노릇한다'는 속담이 있다. 신분이 낮은 아랫사람이 일에 간섭하고 주인 노릇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국민을 섬겨야 할 위정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요즘 세태와 딱 맞는 속담이다. 행랑은 대문의 양쪽이나 문간에 붙어 있어야 하거늘 마치 안방인양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아..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 사막을 건너는 법/서영은/1975년 작열하는 태양이 그나마 남은 습기마저 온전히 빨아들이는 곳, 생명이란 태초의 기억 속에 갇혀버린 곳, 땅으로부터 상승하는 열기에 삶의 이유마저 흔들리는 곳, 신화 속 이야기의 재현인 양 살 한 점 붙어있지 않은 백골이 뿌려진 곳. 극한 도전의 단골메뉴이자 마지막 단계인 사막은 그렇게 절망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도전에 쓴 웃음을 연신 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 맞은 편에 희망이 있다면, 그래서 꼭 건너야만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막 입구에서 그저 주저앉을 것인가, 무색 무취의 화염 속으로 뛰어들 것인가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아니 삶에 대한 열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당신은 저 절망의 사막을 건너야만 한다. 강요된 선택이건 자발적 선택이건 당신이 해야..
이 땅의 아사달 아사녀에게 바치는 시 아사녀/신동엽(1930년~1969년) 모질게도 높운 城돌 모질게도 악랄한 채찍 모질게도 음흉한 술책으로 죄없는 월급쟁이 가난한 백성 平和한 마음을 뒤보채어쌓더니 산에서 바다 邑에서 邑 學園에서 도시, 도시 너머 궁궐 아래. 봄 따라 왁자히 피어나는 꽃보라 돌팔매, 젊어진 가슴 물결에 헐려 잔재주 부려쌓던 해늙은 餓鬼들은 그혀 도망쳐갔구나. -애인의 가슴을 뚫었지? 아니면 조국의 旗幅을 쏘았나? 그것도 아니라면, 너의 아들의 학교 가는 눈동자 속에 銃알을 박아보았나?-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우리들의 피는 대지와 함께 숨쉬고 우리들의 눈동자는 강물과 함께 빛나 있었구나. 四月十九日, 그것은 우리들의 조상이 우랄 高原에서 풀을 뜯으며 양달진 동남아 하늘 고운 半島에 移住 오던 그날부터 삼한으로 백제로 고려..
노동절에 다시 읽는 시 '노동의 새벽' 노동의 새벽/박노해/1984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암울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며 활동하는 노동형제들에게 조촐한 술 한상으로 바칩니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첫 시집 은 '1984년 타오르는 5월에' 이 땅의 노동형제들을 향한 저자의 애틋한 사랑과 연대의 말로 시작된다. 어쩌면 저자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쓰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애도를 '조촐한 술 한상'을 바치는 심정으로 시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벌써 횟수로 삽십 년이다. 이 노동자의 삶을 그린 어떤 소설이나 시보다도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저자가 이 땅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온몸으로 부대낀 노동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피끓는 대학 시절 읽었던 을 다시 꺼내 든 노동절 아침, 세 번씩이나 변신을 거듭했던 강..
소년체전 축구 예선전, 무슨 일이 있었나 저녁의 눈이신/성석제/2003년 달구벌 대구에서는 오는 5월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린다. 한때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해서 문제가 되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작 엘리트 체육에 밀려 생활체육으로써의 스포츠가 냉대받는 현실이고 보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정도다. 필자와 동갑내기이니 꿈나무들의 제전인 소년체전도 이름에 걸맞지 않게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필자에게 소년체전은 아주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스포츠 행사이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매 1982년 제1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운동에는 잼뱅이인 필자가 소년체전에 참가했을 리는 없고 도대체 1982년 그해 필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어찌어찌해서 친구 녀석 둘이 소년체전 수영 군예선에 ..
역전파출소 점거사건 영웅의 파란만장 일대기 조동관 약전(略傳)/성석제/1997년 남산의 못생긴 바위에는 '똥깐이바위'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아래의 굴에는 '똥깐이굴'이라는 이름이 보태졌고, 그 앞의 비석은 '똥깐이비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훌륭한 깡패가 되려는 소년은 모름지기 그 바위, 그 굴, 그 비석으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는 전통이 생겨났다. - 중에서- 무릇 전(傳)이라 함은 이나 , 처럼 한문 문체의 하나로 어떤 사람 특히 영웅의 행적을 기록하고 여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이거늘 작가 성석제는 은척마을 역사상 불세출의 깡패, 똥깐이의 영웅적 일대기를 이 형식에 맞춰 기록했으니 이도 傳이라면 傳이라 할 수 있을런지……. 이름하여 이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영웅 중에 '하필 왜 깡패냐' 할지 모르겠지만 어디 고상하고 ..
소문이 권력인 시대의 현명한 대처법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성석제/1995년 호랑이가 소머리를 쓰고 곶감을 사칭하며 여우떼를 물리친다는 마해송의 동화 은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엄마는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호랑이가 잡아간다고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지만 아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세상에 무섭다는 것은 다 동원해 보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모른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 것은 엉뚱하게도 울지 않으면 곶감을 주겠다는 엄마의 단 한마디였다. 이 말을 밖에서 듣고 있던 호랑이는 곶감의 정체를 알지도 못한 채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 엄마의 말에 곶감을 무서워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엄마의 재치라고 할 수 있는 이 설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체도 없는..
비상을 꿈꾸는 당신, 중력과 맞서 싸워라 산타페로 가는 사람/김승희/1994년 F =Gm1m2/R2 F: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 G: 중력상수, m1,m2: 두 물체의 질량, R: 두 물체 사이의 거리.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고, 물체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은 만고의 진리였다. 근거는 없지만 종교적 믿음과 다를 게 없었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급한 과학적 영감을 얻기 전까지는. 그것은 바로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 중력 때문이었다. 김승희의 소설 전편에서 독자는 '중력'의 압박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한편 '중력'의 압박은 '비상'이라는 탈출구를 향해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게 한다. 의 대결구도는 '중력'과 '비상'이다. 저자가 양자의 대결구도를 통해 힘겹게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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