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엽기적 결말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 명랑/천운영/200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입관하던 날 차마 울 수가 없었다. 앙상한 뼈 마디마디에 가죽만 볼품없이 붙어있었지만 얼굴만은 생전에 볼 수 없었던 너무도 편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살포시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한테 퍼주기 좋아하셨지만 되돌아오는 건 배신과 가난뿐이었기에 술로 시름을 달래셨고 급기야 어디 성한 데 하나 없는 몸은 밤마다 들릴 듯 말듯 괴로운 신음소리만 연주했던 아버지였지만 그날만큼은 근심 걱정 하나 없는 표정으로 누워계셨으니 눈물을 훔치는 게 예의가 아니지 싶었다. 정작 서러운 눈물은 화장이 끝나고 아버지의 유골을 보여주었을 때였다. 남한테는 마냥 좋은 사람이 늘 그러하듯 아버지도 자식들에게는 그리 살갑지 못했고 게다가 나 또한 부침성 없는 성격이라 평생을 부자지간의 정을 제..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