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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책 소개>동물 홀로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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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홀로코스트/찰스 패터슨 지음/정의길 옮김/휴 펴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한창이던 지난 8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정권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와 그 후손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지구 공습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스라엘 우파가 신나치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이스라엘 거부운동을 요구했다. 이 성명에는 전세계 26개국 국적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 40명과 희생자와 생존자 후손 287명 등 모두 372명의 유대인이 동참했다 

이들 유대인들이 단체 성명을 발표한 데는 또다른 나치 학살 생존자의 이스라엘 지지 광고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유대계 작가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글로브앤드메일 등에 전명광고를 내고 '하마스가 어린이를 방패막이로 삼아 희생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나치 학살 생존자들과 후손들은 이런 위젤의 신문광고에 반박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치의 인종 학살에서 살아남았거나 생존자·희생자의 후손으로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지화를 분명히 규탄하며 이를 지원하는 미국과 서방 국가도 비난한다"고 밝혔다.  

 

저자인 찰스 패터슨은 인간의 재미(사냥 등)와 음식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무자비한 학살과 착취는 히틀러가 유대인에게 자행한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는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동물에게 자행하는 이러한 폭력들이 약자인 인간에 대한 폭력과 착취로 이어지는 논리적 연결고리를 찾아나간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짓밟힌 동물의 권리, 동물옹호 운동에 대한 절실함과 필요성을 동물 도살장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 수용소의 연관성, ‘힘이 정의’라는 신념하에 가해지는 인간의 동물 착취와 권력자의 약자에 대한 착취 사이의 연관성에 천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통찰력은 가히 혁신적이라 할만하다! 

 

 

 찰스 패터슨은 동물과 사람들에 대한 산업화된 폭력과 대량학살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역사적, 논리적 근거를 들어 입증함으로써 아이작 싱어의 말을 뒷받침한다.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헨리 포드의 조립라인은 도살장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이 조립라인식 도축은 후에 동물육종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의 우생학(유전 법칙을 응용해서 인간 종족의 개선을 연구하는 학문)과 함께 나치 독일의 히틀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저자는 실제 나치 독일이 인간 학살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원들의 후생을 위해 유대인들을 인간이 아닌 ‘동물’처럼 보이도록 무던히 애를 썼다고 말한다. 지저분한 환경은 물론 벌거벗겨 동물처럼 보이도록 하고, 개에게 수감자들을 물도록 지시를 내려 만신창이가 되게 함으로써 그들이 인간보다는 동물과 비슷하다고 여기게 한 것이다. 실제 초기의 강제수용소는 동물육종의 관점에서 상당부분 논의되었다. 이 책에서 동물권 운동가인 블랑크는 수용소에서의 학살 과정과 도살장 안에서의 도살 과정, 수감자와 동물들에 대한 존엄 박탈 과정, 작업자들이 사용한 언어 등을 살펴보면 나치 시대와 오늘날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것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수용소의 작업자들 중 상당수가 도살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이처럼 《동물 홀로코스트》는 인간과 동물을 분리하고 동물 지배와 도살을 정당화한 인간의 방식이 역사적으로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인간 본위가 아닌 생명 본위의, 모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서는 동물도 포함하는 경계 없는 윤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50년 사이 고기 소비량이 세 배가량 급증한 한국, 수요를 맞추기 위한 대량생산 시스템은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부작용을 낳고, 이는 동물들의 대량학살과 생매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생매장 인근 지역의 지하수 오염 가능성 등 환경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임시방편으로 사태 무마에만 급급할 것인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동물 학대와 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인간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나 불만족스러운 자질을 동물에 빗대어 생각하게 했다. 반대로 인간이 가진 우수하고 바람직한 특징들은 동물과 대비시켜 더욱 돋보이게끔 했다. ‘인면수심’, ‘짐승 같다’, ‘짐승새끼’ 등과 같은 동물에 빗댄 말들은 인간사회의 서열화를 더욱 조장하였다. 전시에는 상대편을 ‘돼지’ ‘원숭이’ ‘쥐’ ‘해충’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폭력과 학살을 정당화시키기도 했다. 인간은 특성과 환경에 따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소유와 착취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렇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자행되고 있는 ‘동물 홀로코스트’는 유대인 대학살보다 더욱 끔찍한 모습으로 나날이 확대되고 심화되고 있다.

 

《동물 홀로코스트》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동물’을 학대나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무심함과 무자비함 속에 곳곳에서 자행되는 동물과 약자들의 고통이 계속되는 한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이 잔혹하고 잔인한 대학살의 역사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동물이든, 사람이든 폭력은 다시 폭력을 낳는다. 이 책은 동물 착취와 학대의 부당성을 철학적인 관점에서만 논증하지 않는다. 동물을 다루는 인간의 방식, 즉 ‘힘이 곧 정의’라는 신념이 동물뿐 아니라 곧 우리에게도 적용될 것임을 풍부한 역사적 근거들을 통해 밝힘으로써 동물권뿐 아니라 인권에 대한 지평도 넓혀준다. -출판사 제공 서평 중에서-

 

홀로코스트란 2차 세계대전 당시였던 1933년부터 1945년 사이에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을 말한다. 홀로코스트가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많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희생자 후손들이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는 것도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인류 최대의 홀로코스트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인류 역사상 인간이 동물에게 자행한 학살이다. 인간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홀로코스트는 대규모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자행되어 왔다는 사실은 거부할 수 없는 인류의 죄악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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