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포스팅/따따부따

권력에 기생하려는 언론의 체벌금지와 교권추락 기사를 보고...

반응형
여교사와 성적 농담을 하는 학생들, 수업태도가 불량하는 말 한마디에 교사를 폭행한 학생들, 자녀의 잘못을 지적하는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학무모들...

최근 학교현장을 전하는 언론보도를 보면 대한민국은 무법천지다. 게다가 국회폭력에 가정폭력까지 더하면 대한민국에서 윤리란 약에 쓸래도 없는 개똥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하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라는 한탄 뿐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합세하면서 대다수 청소년들이 도매금으로 취급되고 있다. 더욱이 언론이 말하는 교권추락의 원인과 해법이란 게 고작 체벌금지와 체벌도입에 불과하다. 체벌만으로 교권이 회복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뒤틀린 학교현장을 바라보는 언론의 진지한 고민이 없고 심지어 정치적 의도마저 엿보인다는 것이다.

교권추락이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가 논의되는 오늘만의 문제일까? 과거에는 없었던 2010년 대한민국에 새롭게 나타는 사회현상일까?

점수받기 쉬운 과목, 국민윤리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됐으니 내 청소년 시절은 권위주의 정권의 부도덕성을 온몸으로 느끼며 보냈다. '군사부일체'라는 어느 선인의 말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정권이었고 학교현장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졌다. 교사의 체벌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학부모들은 교사의 체벌을 고맙게 생각해야만 하는 시대였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는 교사의 권위가 온전히 지켜졌을까? 아쉽지만 당시에도 여자 선생님을 희롱하는 학생이 있었고 선생님을 폭행하고 가출하는 학생도 있었다. 다만 '쉬쉬'해야 했고 지금처럼 쉽게 공개될 수 있는 휴대폰과 같은 통로가 없었을 뿐이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것처럼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현상이 대다수 청소년들이 아닌 학교교육에서 소외된 일부 학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열반이라 하여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고 교사들은 오로지 우등반 학생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열등반 학생들에 대한 입시와 고민에 대한 진지한 상담은 있을 수 없었다. 단지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이 생기고 이들이 문제학생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우리교육의 현실이다. 교권추락 사례들이 입시에 대한 긴장감이 풀리는 2학기에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고 윤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민윤리'라는 과목이 있었다. 문제는 '국민윤리'가 단지 점수받기 쉬운 과목이라는 것이었다. 우등반 학생들에게 25점이 배당된 '국민윤리'에서 한 개라도 틀리면 치명타로 받아들여졌고 열등반 학생들에게는 그나마 기본점수를 받게 해 주는 과목에 불과했다. 학교현장 어디에도 진정한 윤리교육은 없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돌이켜보건대 당시 언론에는 학생이 교사를 죽였다는 일본의 졸업풍경이 종종 보도되곤 했다. 이를 보도한 언론은 저마다 입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입시지옥'의 원조, 일본을 답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언론은 이제와서 체벌금지 때문이라는 검증 불가능한 원인만을 따따부따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서

교권추락 뿐만 아니라 요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는 뉴스가 가정폭력의 문제다. 과거에는 가장의 폭력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폭력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급기야 자식이 부모를 죽였다는 뉴스가 그리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지경까지 왔다.

그러나 체벌을 만능처럼 보도하는 언론의 가정폭력에 대한 진단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맞고 자란 아이가 나중에 패륜아가 된다는 식의 원인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거나 가족 구성원간 대화가 필요하다느니 하는 해법을 내놓는다. 결국 학생은 때려도 되고 자식은 때려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게 대한민국 언론이다.

'1등만 기억하는' 뒤틀릴대로 뒤틀려버린 입시교육의 폐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언론이다. 오히려 학생들을 서열화시키고 있는 정부의 교육정책에는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쓰기식 보도에만 열중하고 있다.

결국 진보 교육감 죽이기?

특히 올해 들어 교권추락에 관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기사마다 체벌금지가 교권추락의 원인이라는 일부 교사의 말을 인용해 마치 교육계 전체의 의견인양 보도하고 있다. 특히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추진한 체벌금지는 언론의 타겟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까지 가세하는 모양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곽노현 교육감이 추진한 체벌금지로 교육현장이 엉망이 됐다며 체벌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경받던 대법관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이 무색해진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법이 무슨 소용있단 말인지...

언론의 진보 교육감 죽이기는 교권추락 보도 뿐만이 아니다. 진보적인 교육감들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도 대다수 언론에 의해 '포퓰리즘'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천문학적인 4대강 예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4대강 사업과는 비교도 안되는 무상급식 예산으로 나라가 망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어디에도 진지한 고민이 담긴 분석기사라고는 없다.  

나는 체벌금지가 교권추락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다. 또 그렇게 주장할만한 전문성도 없거니와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다. 다만 체벌이 만연했던 당시에도 교권추락 사례는 존재했었다는 것이고 진지한 고민없이 권력에 기생하려는 대한민국 언론의 보도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안다. 현재의 보수정권이 진보정권으로 바뀐다면 '체벌금지가 교권추락의 원인',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는 언론보도는 언제 그랬나는 듯이 '무슨 일이 있어도 체벌은 안돼', '무상급식 진지하게 고민해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