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3일 우여곡절 끝에 2011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상황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계가 요구한 최저임금에 턱없이 모자란 시급 4,320원으로 결정된 것이다. 2010년도 시급 4,110원보다 200원이 오른 것이다. 200원, 일당으로 따지면 2,000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당 1,600원,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한 끼 식사는 물론이거니와 요즘은 아이들이 즐겨찾는 아이스크림도 어중간한 것은 1,000원이 넘어간다. 현실을 모르는건지, 외면하는건지 자본과 권력의 횡포는 조금 세련되어 졌을 뿐 20세기와 다를 게 없다.

이나마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가 수백만에 이른다니 그들이 주구장창 자랑하는 성장의 단맛은 도대체 누가 맛보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작업환경이 좀 많이 개선됐나,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자본과 권력과 또 하나 언론의 외면 속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소리소문없이 죽어나가고 있다. 억울한 하소연마저도 할 수 없는 시대다. 말이 소통이지 자본, 권력, 언론 어느 누구도 막장으로 치닫는 노동자, 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들끼리의 소통,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야간에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은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오죽했으면 여기까지 떠밀려 왔겠는가! 야간노동현장은 다양한 군상들의 집합소다. 그러나 불안정한 최저임금과 각종 사고위험에 맨몸으로 노출되어 있는 곳이 그곳이다. 대부분 일용직이다보니 변변한 노동조합도 없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부딪쳐야 하고 열대야의 공격에 정신이 혼미하지만 찬물 한번 끼얹고 버텨야 하는 곳이 바로 야간노동현장이다. 그렇게 일해서 받은 최저임금(?)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 시대 가장들이 수천, 수만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다른 야간노동현장에 비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겨울이면 잠시라도 언 손을 녹일 수 있고 여름에는 막간을 이용해 땀이라도 식힐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말이다. 그 뿐이다.

언제부턴가 휴게실에 일회용 커피가 박스채로 놓여져 있었다. 건강에 결코 좋을 리 없는 커피지만 밤새 졸음을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야간 노동자들에겐 그나마도 꿀맛이다. 오래 전부터 요구했던 일이라 회사측의 배려겠거니 생각했다. 아무리 복지 무풍지대라지만 이 정도는 회사측에서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종이컵을 들고는 커피믹스 하나를 꺼내는 순간 이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게 하도 이상해서 봤더니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더라. 2010년 7월20일. 실망하기에 앞서 무너져내리는 자존심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사실은 이랬다.
내가 근무하는 물류센타는 밤새워 일하는 현장 노동자와 새벽에 각 거래처에 배송될 제품들을 실으러 오는 배송기사를 합쳐 30~40명이 일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회사측에 밤새워 일하는 곳인데 다른 건 몰라도 커피라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묵묵부답, 수익구조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말만 되풀이해오고 있다. 그깟 커피 때문에 회사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답답했는지 배송기사 중 한 명이 거래처에서 반품하는 커피를 가져온 것이다. 유통기한이 제품이 변질되는 기간도 아닌데 이거라도 있어야하지 않겠냐 싶었던 모양이다.
너댓명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에는 식당 카운터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대형 커피자판기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거기서 뽑아 마시면 되지 않냐고? 아파트 3층 높이의 사무실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려달라고 요구도 해봤지만....말이 없다. 야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요즘 국회의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꽤 많은 것 같더라. 진정 소통하기 위한 공간인지 아니면 대세에 밀려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별로 신뢰는 가지 않는다. 국회의원 나리들, 당신 지역구에 있는 야간노동현장을 한 번 방문해 보시오. 아마 당신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사진이나 찍을 양으로 기자들 대동하지 말고 암행이라도 해 보시오. 당신들보다 더 신뢰하지 못하는 부류가 그들이니...

야간노동자에게는 유통기한 지난 커피도 달고 맛있다. 아니 달아야 하고 맛있어야 한다. 먹어야 버티니까... 

Posted by 사용자 여강여호 트랙백 1 :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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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1.05.12 19:00 신고

    1600원 곱하기 30하니까, 4800원이 나오네요. 요즘 웬만한 식당의 밥 한끼도 6천원 정도인데, 결국 30일을 하루 8시간씩 부려먹으면서 밥한끼 더 사주는 것조차 안되는 현실이네요.
    GDP니 GNP니 하는 그런 지수만 들먹이며 경제경제 하지 말고 밥먹고 살수 있는 경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kingo.tistory.com BlogIcon 하늘엔별 2011.05.12 19:25 신고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iiloveenhye.tistory.com BlogIcon 알럽은혜 2011.05.12 19:31

    생각해보니 최저임금으로 1시간 근무해야 별다방 커피 1잔 정도 먹을 수 있겠네요.
    글 잘보고 갑니다.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daum.net/saenooree BlogIcon 耽讀 2011.05.12 20:01

    87년 군 입대를 하기 전 알바를 가방공장에서 해봤는데 두 달을 했습니다. 12만원을 받았습니다. 제대후 학비 번다고 노가다 4개월했고, 지난 2007년은 공공근로를 석 달 간 해봤습니다. 저는 잠깐 해봤지만 우리 시대 정말 일하고 임금 제대로 받는 분들 적지요. 삼슝 후계자는 앉아서 엄청난 돈을 받지요.

  6.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khrux.tistory.com BlogIcon 화랑 2011.05.12 20:44 신고

    저도 몇년 전에 현장에서 물류 알바를 어느 정도 했었기에 그 피곤함이나 힘듦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좀 안타깝네요. 회사는 윗 사람의 복지와 급여에는 신경을 쓰지만 아랫 사람들의 것들에는 경제논리를 대버리니 말입니다....

  7.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1.05.12 20:56 신고

    이거 진짜 심각하게 봐야 될 포스팅이네요
    유통기한 지난 걸 알면서도 먹어야 버틸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걸까요?

    만감이 교차합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8.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crabbit.tistory.com BlogIcon 굴뚝 토끼 2011.05.12 21:03 신고

    우선 오늘도 무사히 일 마치시기를 기원합니다.
    온라인에서 '직딩노예'라는 은어가 일반어가 된 게 이런 이유들 때문이죠.
    우리시대 대부분 직장인들은
    농사만 짓지 않을 뿐 중세 농노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9.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moana.tistory.com BlogIcon 쪼매맹 2011.05.12 23:01 신고

    슬프네요.. 유통기한이 지난걸 먹으면 안될텐데... 참..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거겠죠..

  10.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foodfafa.tistory.com BlogIcon 이츠하크 2011.05.13 00:20 신고

    이뤈, O같은 놈들. 야간 근무 일주일만 해보라고...눈꺼플이 따갑고 온몸이 부웅 뜬것처럼 컨디션이 제 상태가 아닌데 커피 자판기 하나가지고 수익구조를 따지냐? 그런 놈에 회사 뭐하러 운영하냐 이 나쁜 놈들아. 임대해서 조그마한 커피자판기 하나 놔주면 될것을. 있는 놈들이 더해...
    저도 어려운 시절 밤일을 3년간 해보아서 알지만 졸릴때는 커피한잔이 아쉬울 때가 많지요. 누가 밤에 일하래? 그렇게 말하지 마라. 사람일이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썩을놈들아.
    이 밤에 혈압 상승하네요. 으휴~

  11. addr | edit/del | reply 빈배 2011.05.13 05:56

    씁쓸한 우리 사회의 현실. 메이저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가상의 공간일 뿐이죠.

  1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ys610.tistory.com BlogIcon 블로그토리 2011.05.13 06:12 신고

    사회양극화야 심각하지만 소귀에 경읽기니 원...
    꼭 사건이 터지거나 잇슈가 되어야 손을 대는 더러운 근성...ㅠㅠ

  1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careernote.co.kr BlogIcon 따뜻한카리스마 2011.05.13 07:20 신고

    뭐라고 말해야될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_-;;;;

  1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gimpoman.tistory.com BlogIcon 지후니74 2011.05.13 07:48 신고

    정말 노동조합이라도 있는 회사는 그나마 이런저런 요구도 하고 근무환경을 개선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 상황입니다. 대기업 노조는 이미 이익단체화된지 오래되었구요. 진정한 노동운동이라면 소외받는 다수의 근로자들을 보호해주어야 할텐데 그런 노력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1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www.ymca.pe.kr BlogIcon 이윤기 2011.05.13 09:42 신고

    커피믹스만은 안 먹으면 좋을텐데요...커피믹스에 들어있는 프림이 식용유라고 하더군요.

  16.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dangjin2618.tistory.com BlogIcon 모르세 2011.05.13 11:30 신고

    잘보고 갑니다.즐거운 시간이 되세요

  17.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altdole.tistory.com BlogIcon saltdole 2011.05.16 10:26 신고

    할 말이 없어지는 갑갑한 순간입니다.

  18.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facebulgaria.com BlogIcon 고명진 2012.01.06 07:54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19.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etreadylosangeles.com BlogIcon 김보경 2012.01.07 03:13

    좋은 일을 나의 친구를 계속, 이거 정말 끝내 준다

  20.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ok-coral.is-a-celticsfan.org BlogIcon 스텔라 2012.04.17 21:15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2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andyabc.homelinux.net BlogIcon 가브리엘라 2012.04.20 00:41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