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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바다의 미소년 네리테스가 조개로 변신한 두 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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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많은 이야기들이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위대한 고대 작가들에 의해 쓰여졌거나 일부 이야기들은 호메로스나 에우리피데스 같은 많은 고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그 이야기들의 등장인물 중 일부는 신전도 없고 숭배문화도 없었던 평범한 캐릭터였다. 이런 등장인물 중에는 유명한 작가들에게 의해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바다의 신 네리테스Nerites도 있었다. 조개가 되지 않았더라면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 네리테스 이야기를 해 준 이는 후대의 박물학자였다.

 

미소년 네리테스는 아프로디테와 헬리오스에 의해 조개로 변신했다. 출처>구글 검색

 

박물학자인 아엘리안(Claudius Aelianus, AD 175년~AD 235년)은 그리스 주변에서 발견된 많은 동물들과 관련된 신화를 채집했다. 이것들 중 하나는 조개가 어떻게 물에 살게 되었고 그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엘리안에 따르면 네리테스가 어떻게 조개가 되었는지에 관한 2개의 전설이 있다고 한다. 두 전설의 공통점은 네리테스는 바다의 신 네레우스와 오케아니드 도리스의 아들이었다는 것이다. 네레우스와 도리스가 낳은 50명의 딸들인 네레이데스에 대해서는 많은 작가들이 언급하고 있지만 네레우스와 도리스의 자식들 중 유일한 아들이 있었다는 언급은 아엘리안이 유일하다. 네레우스와 도리스의 유일한 아들인 네리테스는 매우 젊고 아름다운 소년으로 올림포스 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두 개의 전설은 네리테스의 주목을 끌고자 경쟁한 올림포스 신들을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 전설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의 베누스)는 네리테스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사로잡혔다. 제우스가 아프로디테를 바다에서 올림포스 산으로 데려왔을 때 그녀는 네리테스도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네리테스는 거절하면서 그의 부모나 여자 형제들과 함께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지내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아프로디테가 그에게 올림포스 산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까지 줬지만 네리테스는 여전히 바다에 남겠다고 말했다. 연인의 거절에 화가 난 아프로디테는 네리테스의 몸을 비틀고 피부를 딱딱하게 만들어 조개로 변신시켰다. 그녀가 가져다 준 날개는 에로스(로마 신화의 큐피드)에게 달아 주었다.

 

또 다른 신화에서 네리테스에게 사랑에 빠진 이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었다. 네리테스는 포세이돈의 구애를 거절했지만 그의 호의는 즐겼다. 네리테스와 포세이돈은 여전히 서로에게 호의적이었고 결국 호애의 신 안테로스를 창조했다. 포세이돈은 또 네리테스에게 누구보다 뛰어난 수영 실력을 주어 늘 자신의 전차 옆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했다.

 

미소년 네리테스는 아프로디테(그림 가운데)의 첫 연인이었다. 출처>구글 검색

이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던 태양 신 헬리오스는 이 어린 신에게 화가 났다. 아일리안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포세이돈이 네리테스에게 준 수영 실력이었을지도 모른다. 네리테스가 어리석게도 헬리오스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헬리오스가 단순히 포세이돈과 네리테스의 사랑을 질투했을 수도 있다. 헬리오스는 네리테스가 포세이돈과 바다에서 노는 대신 자신과 하늘에서 놀기를 원했다. 아일리안은 또 포세이돈의 젊은 연인에 대한 태양 신의 질투는 두 늙은 신 즉 헬리오스와 포세이돈 사이의 경쟁심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세이돈과 헬리오스는 코린트의 지배권을 두고 경쟁했다. 아일리안에 따르면 둘 사이에는 오랜 증오가 있었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전설은 헬리오스가 네리테스를 조개로 변신시켰다고 전한다.

 

네리테스 조개(바다조개)는 그리 대단한 창조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일리안은 바다조개가 네리테스 신의 특성을 일부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다조개는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야기 마지막에서 아일리안은 어느 전설이 더 사실에 부합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에 사과했다. 그는 어느 전설이 더 정확한 이야기인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종교적인 침묵을 지키기로’ 선택했다. 고대 사회에서 그런 입장은 일반적이었다. 왜냐하면 그리스가 하나의 국가가 아닌 많은 넓은 식민지와 영토를 포함하고 있었고 하나의 사실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리스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신화는 거의 없다. 하나의 사실에 두 개의 이야기가 있을 때 그리스인들은 아일리안처럼 어느 것이 사실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들은 신을 거역하는 리스크보다는 어떤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즉 둘 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일리안이 두 이야기 모두에 대한 구체적인 기원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 역사가들은 각각의 이야기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지 못한다. 민간에 구전되는 이야기 모두가 현재까지 전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역사의 풍파를 맞으며 더해지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며 사라지기도 한다. 현재 지중해와 남반구에서 발견되고 있는 네리테스 조개(민달팽이라고도 한다)가 서로 다른 전개이긴 하지만 그 전설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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