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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저녁별의 신, 헤스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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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은 하늘에 제를 올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니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참성단을 비롯해 하늘에 제를 올리는 곳으로 알려진 전국의 많은 제천대가 제의 뿐만 아니라 천문 관측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특별한 천문 현상이 나타날 때면 제천대에 올라가 천체를 관측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인류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천체에 대한 관심은 비단 한반도 고대인들만의 일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종종 밤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선원들에게 별자리에 대한 이해는 안전한 항해를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수천년 동안 ‘저녁별’로 알려진 금성은 초저녁에 가끔 나타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금성을 가장 밝은 별로 착각했고 이 밝은 별을 헤스페로스Hesperus와 관련시켜 ‘저녁별의 신’으로 인식했다. 대 그리스의 시인 호머는 헤스페로스를 ‘빛의 운반자’로 묘사했다. 그의 ‘저녁별’은 이른 저녁에 나타나 매우 밝은 빛으로 새벽까지 계속 관찰되었다. 잘생긴 외모로 묘사되는 헤스페로스는 이 중요한 천체를 대표했다.

 

헤스페로스의 출생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전설은 그를 여신과 그 배우자의 아들로 묘사했지만 또 다른 전설에서는 헤스페로스가 티탄족 우라노스(하늘의 통치자)의 손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티탄족 히페리온과 테이아가 저녁의 신 에오스를 낳았고 에오스는 아스트라이오스와 결혼했다고 믿었다. 대부분의 전설은 에오스가 헤스페로스의 어머니였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아스트라이오스가 꼭 아버지였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스트라이오스를 헤스페로스의 아버지로 묘사한 전설도 일부 있다. 그가 에오스와 아이스트라이오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확실한 자료가 없을 뿐이다. 이 이야기의 또다른 버전은 에오스와 반신반인 케팔로스의 아들로 묘사한다. 이 전설에 따르면 신들의 사자인 헤르메스와 아테네의 공주 헤르세의 아들인 케팔로스가 에오스와 사랑에 빠져 몇 년 동안 올림포스 산에서 산 적이 있다고 한다.

 

한편 헤스페로스를 아틀라스의 아들 또는 형제로 묘사한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아틀라스가 그의 넓은 어깨로 하늘을 짊어졌다는 것을 모르는 독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어쨌든 헤스페로스의 부모에 관한 다양한 전설들이 존재하지만 그가 아름다운 ‘저녁별’이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그리스 신들과 마찬가지로 헤스페로스도 많은 자녀들과 손자들을 두었다. 한 전설에서 헤스페로스는 헤스페리스라 불리는 딸을 낳았다. 그는 헤스페리스가 아틀라스와 결혼하도록 도왔으며 그 부부는 헤스페리데스(석양의 님페들)라는 여러 딸들을 낳았다. 이 자매들은 북아프리카에 있는 세상의 서쪽 끝 정원을 돌보는 데 시간을 보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들을 자연의 다양한 측면을 의인화한 님페들로 생각했다. 오늘날 고고학자들은 리비아의 현대 도시 벤가지 근처를 헤스페리데스 자매들이 시간을 보냈던 정원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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