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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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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보스와 다섯 개의 강 검은색 도포를 입고 핏기 없는 흰 분장을 한 남자가 다짜고짜 어느 사내의 방에 들어와 명부를 펼쳐 신분을 확인하고는 같이 대동할 것을 명령한다. 사내는 절대 따라가지 않겠다고 버텨 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이내 말없이 남자를 뒤따른다. 한참을 걸어 안개가 자욱한 강가에 이르러 흰 분장을 한 남자는 사내에게 마음을 다잡을 것을 충고하고는 사내를 데리고 조용히 강을 건너면서 화면이 바뀐다. 어릴 적 이불을 뒤집어 쓰고 보았던 '전설의 고향'에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다. 저승사자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데려가는 장면이다. 사후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모든 살아있는 자들이 느끼는 인지상정의 감정이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인간은 사후세계에 대한 많은 상상을 쏟아내 왔다. 우리네 그 상상이 저승사자였다면 고대 그리스..
닉스와 에레보스, 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그리스 신화▶그리스 신화에서 밤의 여신 닉스(Nyx)와 어둠의 신 에레보스(Erebus)는 각각 밤과 어둠을 의인화한 개념이다.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 B.C 7세기경)의 에 따르면 닉스와 에레보스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카오스로부터 생겨났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에로스와 함께. "맨 처음 생긴 것은 카오스고 그 다음이 눈 덮인 올륌포스의 봉우리들에 사시는 모든 불사신들의 영원토록 안전한 거처인 넓은 가슴의 가이아와[길이 넓은 가이아의 멀고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라와] 불사신들 가운데 가장 잘생긴 에로스였으니, 사지를 나른하게 하는 에로스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가슴 속에서 이성과 의도를 제압한다. 카오스에게서 에레보스와 어두운 밤이 생겨나고…" -헤시오도스의 (도서출판 숲) 중에..
잔혹한 출근 찬바람 부는 계절이 오면 뭐가 그리도 급한지 해는 서둘러 서산을 넘는다. 여름이었다면 한창 마지막 열기를 내뿜고 있을 시간인데 말이다. 초봄인 양 따사로왔던 낮의 열기는 에레보스(그리스 신화, 카오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암흑의 신)의 방문과 동시에 급격히 시들해지기 시작한다. 때를 놓칠세라 동장군은 도둑처럼 찾아오고야 만다. 낮 동안 텅 비었던 아파트 주차장은 크고 작은 차들이 제자리를 찾기위해 분주하다. 아기새에게 먹일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온 새들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가 아파트 복도를 가득 채운다. 뉘 집에서 새어나오는지 청국장 냄새가 스멀스멀 콧끝을 자극한다. 언젠가 본 적 있는 윗층의 젊은 부부와 아이들은 한나절만의 상봉이 그리도 즐거운지 쿵쾅쿵쾅 요란스럽다. 이 부부는 뉴스도 안보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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