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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바두헨나, 숲의 두려움이 전쟁의 여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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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로 유명한 로마 시대 역사가 타키투스(Publius Cornelius Tacitus, 55년? ~ 117년?)의 또 다른 저작 <연대기>에는 낯선 이름의 여신이 등장한다. 전쟁의 여신 바두헨나Baduhenna. 바두헨나는 ‘전투’를 의미하는 게르만조어 ‘바드와Badwa’와 어원이 같다고 한다. 타키투스의 <연대기>는 바두헨나가 등장하는 유일한 문헌이다. 타키투스는 자신의 조국인 로마를 공격한 프리지아의 공격을 ‘바두헨나의 전투’라고 기술했다. 오랫동안 프리지아는 로마의 존재에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로마인들과 어울려 살았다. 하지만 올레니우스가 프리지아를 통치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올레니우스는 프리지아에는 없는 오록스와 오록스 가죽 등을 세금으로 요구했다. 타키투스에 따르면 프리지아 사람들은 아내와 딸을 노예로 파는 등 세금을 내기 위해 모든 것을 팔아야만 했다.

 

 

양측의 갈등은 프리지아인들이 무리한 세금 요구에 대항해 소규모 군대를 결성한 서기 28년에 정점에 이르렀다. 프리지아 군대는 올레니우스가 숨어있는 로마 요새 카스텔룸 플레붐을 공격했다. 로마 군대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오늘날 네덜란드의 니지메겐으로부터 지원군을 받았다. 이에 대해 프리지아 군대는 프리지아인들에게 익숙한 ‘바두헨나 숲’으로 후퇴했다. 익숙한 지형과 손도끼와 같은 가벼운 무기 덕분에 프리지아 군대는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로마 군대는 전세가 불리해지자 배신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의 군인들을 살해하기까지 했다.  

 

타키투스는 <게르마니아>에서 게르만 사람들은 신의 이름을 따서 숲의 이름을 짓는 전통이 있다고 기술했다. 결국 이 신을 숭배하고 숲은 해당 신의 숭배 장소가 되었다. 바두헨나도 이런 게르만인들의 전통에 따라 전쟁의 여신이 되었다. 접미사 ‘헨나Henna’는 일반적으로 여성임을 나타내는데 사용되며 접두사 ‘바두Badu’는 전투를 의미한다.

 

여기서 로마 군인들은 왜 스스로를 죽이는 광기를 보였을까? 단순한 프리지아 군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숲의 특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전혀 지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로마 군인들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했을 것이다. 피와 복수에 대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이 까마귀 울음소리는 전투 직전의 고요함을 깨는 유일한 소리였으니 로마 군인들의 두려움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까마귀는 전쟁의 여신 바두헨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와 비슷한 신으로는 켈트 판테온의 전쟁 여신 모리간이 있다.

 

결국 바두헨나는 숲과 전쟁과 광기의 여신이었다. 그녀는 전투에서 승자를 선택하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포와 편집증을 불러일으키는 여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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