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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북유럽

게르만족이 맥주를 좋아하는 이유와 바다의 신 아에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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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들 중 하나로 아에기르Aegir가 있다. 바다(대양)의 신으로 두려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는 아에기르는 특히 게르만 민족들 사이에서 아스가르드의 신들을 위한 ‘맥주 양조자’로 그려지기도 한다. 아에기르의 거대한 바다 궁전은 신들이 싸울 수 없는 곳이었다. 또 싸움의 당사자들은 아에기르 궁전에서 영원히 추방되었다. 아에기르 궁전에는 끊임없이 스스로 채워지는 뿔로 만든 술잔이 있어서 아홉 세계 최고의 술들을 맘껏 마실 수 있었다.

 

 

사실 아에기르는 신이라기보다는 거인이었다. 게르만 부족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전쟁(기간토마키아)과 같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 거인들의 영역인 요툰족은 그들을 숭배하는 바이킹과 색슨족처럼 끊임없는 전쟁을 이어간다. 하지만 모든 신성한 존재들이 모이는 유일한 곳이 아에기르의 궁전이었기 때문에 아에기르는 신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유일한 거인이었다.

 

아에기르 궁전의 입구는 오늘날 덴마크 레소로 알려진 흘레르 섬 해안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에기르 궁전은 바다 밑에 있었기 때문에 불이 없었다. 대신 빛과 포근함은 궁전 중앙 바닥의 순금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에기르 궁전은 산호와 보석, 침몰한 배로 장식되었으며 인어들이 손님을 맞이했다.

 

길고 흰머리를 가진 마른 노인으로 묘사되는 아에기르는 놀라운 궁전의 주인이었다. 피마펭과 엘디르라는 하인을 거느린 아에기르의 환대는 한계가 없었다. 말 그대로 궁전의 빈 접시와 술통은 최고의 재료들이 끊임없이 채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신들 중 가장 현명한 것으로 알려진 오딘은 아에기르의 술이 모든 아홉 세계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바다의 주인은 그의 아홉 명의 딸과 함께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큰 주전자에 술을 채웠다. 이 술 주전자의 크기는 깊이가 1.6km, 너비는 1마일이었다고 한다.

 

이 거대한 양조통은 신들이 식사를 위해 앉았고 테이블이 다소 비어 있을 때 아에기르의 소유가 되었다. 신들이 아에기르에게 연회 장소를 물었을 때 그는 술 없이는 음식을 제공할 수 없으며 술을 만들어 담을 주전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 천둥의 신 토르가 거인 히미르에게서 거대한 주전자를 훔쳐 아에기르에게 주었다. 그 이후로 이 유명한 바다 궁전에는 술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에기르는 친절한 노인이자 신들에게 거의 유일하게 사이가 좋은 거인으로 묘사되었지만 그는 바다의 주인이자 무자비한 성격의 소유자였을 수도 있다. 배가 침몰할 때마다 사람들은 선원들이 아에기르의 궁전에서 식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배를 타고 유럽 해안을 돌아다니는 바이킹은 바다의 통치자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갖고 있었고 색슨족은 잔잔한 바다를 보장받기 위해 인질의 1/10을 제물로 바치는 풍습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게르만 부족은 술(맥주)을 매우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들에게 술을 제공했던 아에기르가 게르만 부족의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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