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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비교] 잘되는 집 vs 안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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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선배와 저녁을 먹기로 해 만난 적이 있다. 오랜만에 저녁 약속이라 조금 서둘러 선배가 운영하는 가게로 갔다. 수다가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두 남자의 수다는 저녁때를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시간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하나.
손님이 많아서 시원한 걸까? 시원해서 손님이 많은 걸까?

선배와 만나서 식사를 할 때마다 매번 들르는 곳이었다. 고기도 맛있고 찬도 다양해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도 꼭 그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소주도 한 잔 하곤 했다. 여름이 주는 푹푹함에 몇 분 안되는 거리인데도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느껴졌다. 연신 손부채를 흔드는 사이 그 식당에 도착했다.

문을 여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흘러내리던 땀의 속도를 늦추는 듯 했다. 그런데 식당 내부는 사람 열기로 가득했다. 늘 그러하듯 사장님은 웃는 얼굴로 인사부터 했다. 그리고는 '어쩌죠, 보시다시피 빈자리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하기야 금요일 저녁이라 이 정도는 예상했어야 했는데...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김없는 사장님의 웃음 띤 인사를 뒤로 하고 다시 여름 속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갈까? 찌는 더위는 망설임을 오래 두지 않았다. 선배가 몇 번 가봤는데 맛이 괜찮다며 길 거너 수육집으로 가자고 해서 종종 걸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둘.
손님이 없어서 더운 걸까? 더워서 손님이 없는 걸까?

막상 도착하고보니 나도 몇 번 가봤던 식당이었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어슴프레 떠올랐다. 식당 입구 출입문에서는 한 중년 남자가 뭔가를 열심히 만지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갈려는 것을 눈치챘는지 길을 비켜주었다.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 막혀오고 흘러내러던 땀은 순식간에 옷 속을 스며들기 시작했다.

선배와 눈빛을 한 번 교환하고는 그냥 자리를 잡기로 했다. 넓은 식당에 손님이라곤 한 테이블 뿐이었다. 나는 짜증섞인 말로 '왜 이리 덥냐'며 투덜댔다. 주인장에게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하게....이 말을 들었는지 밖에서 문을 만지고 있던 중년이 들어오더니 조용히 에어컨을 작동시켰다. 알고보니 주인장이었다. 어차피 자리를 잡은 터 주문하기 위해 종업원을 불렀다.

메뉴판을 들고온 종업원에게 선배는 사장님이 바뀐 것 같다며 뭐가 맛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왠걸!!! 종업원은 버벅대면서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주인장이 답답했던지 와서 대신 설명해 주었다. 선배와 나는 그냥 해장국 한 그릇씩만 먹기로 했다. 먼저 차려진 밑반찬을 보더니 선배가 주인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내부는 서서히 시원해 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서둘러 먹어 치우고 나오고 말았다. 선배는 나에게 미안했던지 다음에 맛있는 거 먹자며 담배 한 대를 물었다.

 


맛집의 기준을 생각하다

인터넷에는 맛집으로 넘쳐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본 맛집 중 정말 맛있는 집도 있었고 내 입맛에는 별로인 집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맛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의 문제다. 매운 맛을 그 집의 특색으로 소개되었지만 매운 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집일 뿐이다. 결국 인터넷 맛집은 참고자료일 뿐이다. 아니 참고자료로 삼아야지 절대적인 믿음으로 찾아가면 낭패보기 일수다.

그래서 나는 나 나름의 맛집 기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한마디로 맛집은 어머니의 맛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맛이란 무엇일까? 어머니의 손맛과 더불어 사랑이다. 여기에 더해 가족이 주는 편안함은 비록 일식삼찬(一食三饌)으로 초라할지라도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대한 밥상으로 만들어 준다.

결국 외식현장에서의 맛도 어머니의 그것과 유사할수록 위대한 밥상이고 진정한 맛집이 아닐까? 그래서 정리해 본 나 자신만의 맛집 기준이다.

 내가 그 집의 왕이었나? 아니면 돈벌이용 고객이었나?(친절)................40

 내 눈과 혀는 환상의 세계를 여행했나?(맛)....................................................30

 일행과는 속깊은 얘기를 할 수 있었나?(분위기)...........................................20

 기타...................................................................................................................................10

끝내주는 맛이지만 불친절한 맛집과 끝내줄 정도는 아니지만 친절한 맛집 중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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