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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伏)날 개고기는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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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삼복(三伏) 중 그 첫째인 초복(初伏)이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날이 바로 삼복이다. 조상들은 추위는 극복 가능한 자연재해로 생각했지만 더위만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장 더운 세 날을 아예 노는 날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피서(避暑, 더위를 피하다)란 말을 쓸까?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린 날이 복날이라고 했다고 한다. 즉 음기를 보충해야 제대로 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삼복이 들어있는 양력으로 7월 중순에서 8월 초순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의 계절이다. 특히 다습한 기후로 인해 짜증까지 더해지면서 때로는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름철 일기예보에서 불쾌지수를 같이 보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쉼없이 흐르는 땀으로 기운은 쇠해지고 떨어진 의욕은 좀처럼 회복될 줄을 모른다. 그래서 조상들은 복날에는 특별히 쇠해진 기운을 회복하고자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개고기다. 요즘은 전통과 동물보호 논란으로 인해 삼계탕으로 많이 대체되고 있지만 여전히 복날 보양식의 대표로는 개고기를 따를 게 없다.

그렇다면 복날 개고기는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사실 복날 개고기를 먹게 된 사실이 기록된 역사 문헌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다만 동국세시기에 '사기(사기)에 진덕공 2년 삼복 제사를 지냈으며 4대문 안에서 잡아 충재(충재)를 방지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삼복의 복자가 사람(인)과 개(견)가 합해져 만들어진 회의문자(둘 이상의 글자를 합쳐 만든 한자)다. 더위로 인해 사람 옆에 개가 축 늘어져 엎드려 있는 모습일 수도 있고 사람이 개를 훈련시키는 모습일 수도 있다. 그만큼 개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복(伏)자 때문에 개고기를 먹었던 것일까? 아니면 개고기를 먹어 복(伏)자가 만들어졌을까?

복날과 개고기의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은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상들이  엎드린 음기의 보충을 위해 개고기를 즐겼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그의 동생인 다산 정약용이 흑산도 유배생활로 몸이 허약해진 형을 위해 개고기를 추천했다는 기록이 있다. 뿐만 아니라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해 주며 쇠약증을 막아주고 혈액과 위장을 튼튼하게 해 준다고 했다. 특히 개고기에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수증기로 쪄낸 개소주는 노인 원기회복에 좋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개고기의 효능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복날과 연관지을 만한 기록은 없다. 삼복 더위에 지친 몸의 원기를 회복하려는 필요에서 자연스레 이런 효능이 알려진 개고기가 복날의 대표 음식이 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반면 최근에는 개고기를 즐겨온 우리 전통을 두고 의학적으로 개고기의 효능이 과장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 동물학대라는 동물보호론자들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인 조나단 사프란 포어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음식은 이성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음식은 문화고 습관이며 열망이고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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