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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가이아와 우라노스, 그리스 신화의 시작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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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서양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시작은 대지의 신[母神] 가이아Gaia로부터 시작된다. 가이아는 자신이 낳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us와 결합해 크로노스Kronos와 제우스Zeus에 이르는 그리스 신화의 핵심 계보를 형성한다. 즉 제우스를 기준으로 크로노스, 우라노스는 각각 아버지, 할아버지에 해당한다.


태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광활하고 어두운 혼돈Chaos이라 불리는 허공만이 있었다. 이 혼돈의 허공 속에서 최초의 창조의 힘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모신 가이아였다. 가이아에 관한 기록은 BC 700년 경의 그리스 시인이었던 헤시오도스Hesiodos의 <신통기>('신의 계보'라고도 한다)에 잘 묘사되어 있다. 태초의 창조자 가이아는 지상과 지하에 각각 에로스Eros와 타르타로스Tartaros라는 신을 창조했다. 또 이때 어둠의 신 에레부스Erebus와 밤의 신 닉스Nyx도 태어났다. 에로스는 에레부스와 닉스를 결합해 공기의 신 아이테르Aether와 낮의 신 헤메라Hemera를 창조했다. 또 에로스는 가이아와 결합해 산과 바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의 계보를 형성하게 될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았다. 


모신 가이아의 창조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식인 우라노스를 남편으로 삼아 티탄족을 낳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오케아노스, 히페리온, 크로노스, 레아, 테미스, 포이베, 테티스, 므네모시네 등이 그들이다. 이들 티탄족 중에서 크로노스와 레아Rhea가 결합해 낳은 아들이 올림포스의 지배자 제우스였다. 신화에서 늘 그렇듯 가이아도 제우스 못지않은 난봉꾼이었다. 



 ▲모신 가이아, 사진>구글 검색


가이아는 우라노스의 눈을 피해 자신이 낳은 오케아노스와 타르타로스와 바람을 피워 훗날 '신들의 전쟁'의 원인이 되는 괴물들을 낳았다. 외눈박이 키클롭스, 백 개의 팔과 천 개의 다리를 가진 헤카톤케이레, 독사 히드라, 지옥의 개 케르베르소, 태풍의 어원이 된 티폰 등이 그들이었다. 대부분 괴물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남편인 우라노스는 이렇게 흉측한 괴물들을 자식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우라노스는 가이아가 오케아노스, 타르타로스와 바람을 피워 낳은 이 괴물들을 암흑의 지하세계로 추방해 버렸다. 가이아는 이런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무리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자식인지라.


결국 가이아는 우라노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티탄족들에게 같이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라노스의 강력한 힘에 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때 나타난 자가 바로 막내아들 크로노스였다.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낫을 주었고 크로노스는 아버지인 우라노스가 어머니 가이아에게 접근할 때 그의 성기를 낫으로 잘라 버렸다. 이 때부터 땅과 하늘이 영원히 분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 크로노스에게 거세당하는 우라노스. 사진>구글 검색


아들에게 패한 우라노스, 게다가 남성의 상징까지 잃어버렸으니 체면이 말도 아니었을 터. 우라노스는 한 가지 예언을 하고는 신화 저 뒤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예언은 바로 아들 크로노스가 지금 자신과 똑같은 상황을 훗날 겪게 될 것이라는 저주였다. 실제로 크로노스는 아들 제우스에 의해 파멸당하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우라노스의 퇴장은 또 다른 신들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기도 했다.


잘려진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나온 피는 바다 한가운데로 튀었고 흰 포말이 되어 여기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가 탄생했다. 아마 조개껍질 속에서 태어나는 비너스Venus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마 신화의 비너스가 바로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와 동일 인물이다. 한편 거세당한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흘린 정액은 가이아(대지)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불화의 씨앗을 만들고 만다. 이 때 태어난 신들이 거인족인 기간테스Gigantes, 복수의 신 에리니에스Erinyes였다.


한편 가이아가 낳은 태초의 신, 티탄족들은 여러 천체도 지배했는데 포이베와 아틀라스가 달을 지배했고, 레아와 크로노스는 토성을 지배했으며 테이아와 히페리온은 태양을 지배했다. 아들 크로노스에게 패한 우라노스는 토성보다 먼 천왕성을 대표하는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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