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그리스 신화]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너는 살찌고/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거북이야!/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푸로메디어쓰 불쌍한 푸로메디어쓰/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푸로메드어쓰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저항시인이었던 윤동주의 시 '간'은 조선의 식민지화를 보고 시인 자신의 희생적인 모습을 묘사해 양심의 회복을 노래하고 있다. 시 '간'에 담긴 윤동주의 저항의식은 '푸로메드어쓰'로 형상화된다. 푸로메드어쓰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의 시 창작 당시의 표기법이다. 윤동주의 시에서뿐만 아니라 프로메테우스는 다양한 곳에서 저항정신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데는 프로메테우스와 인간 그리고 올림포스의 주인인 제우스와의 관계에 기인한다. 참고로 책의 첫머리에 쓰는 서문을 의미하는 영어 '프롤로그Prologue'가 프로메테우스에 그 어원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치다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사진>구글 검색


세상이 창조된 이후 어떤 신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땅을 정리하고 내를 파서 숲과 샘을 만들고 대지에는 비옥한 들을 만들었다. 이 때 바다에는 물고기가, 공중에는 새가, 대지에는 네 발 가진 동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신들에게는 그들을 섬길 보다 발달된 동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창조된 동물이 인간이었다. 이 임무를 맡은 신이 프로메테우스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올림포스 신들보다 한 세대 앞선 티탄족에 속하는 신으로 이아페토스와 바다의 요정 클리메네 사이에서 탄생한 아들로 형제로는 아틀라스, 에피메테우스, 메노이티오스, 헤스페로스 등이 있다. 어쨌든 프로메테우스는 흙과 물을 반죽해 인간(남자)을 만들었고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직립보행 할 수 있게끔해서 동물들 중 유일하게 하늘과 별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 때 아직 여자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만드는 동안 그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는 인간과 다른 동물에게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부여하라는 임무가 맡겨졌다. 에피메테우스는 각각의 동물에게 그에 맞는 능력을 부여했다. 가령 날개라든지, 손톱이나 발톱이라든지, 조가비....따위였다. 하지만 인간 차례가 오자 에피메테우스는 그 자원을 모두 탕진해 인간에게는 줄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 사실을 형 프로메테우스에게 알렸고 프로메테우스는 고민 끝에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기로 결정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으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불의 발견은 인류 역사의 커다란 분기점이었다. 신화는 이런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을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은 제우스가 이미 인간에게는 내어줄 수 없음을 선포한 터였다. 그 사연은 이랬다. 인간이 신과 협정을 맺을 때 프로메테우스는 늘 인간 편에 있었다. 그래서 제우스까지 속였던 것이다. 이를 눈치 챈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금하는 벌을 내린 것이다.

프로메테우스, 카우카소스산 바위에 묶이다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를 벌하기 위해 제우스가 인간 세상에 보낸 것이 바로 최초의 여자 판도라였다. '미리 아는 자'라는 의미답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의도를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그렇게 당부했건만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아내로 받아들였다. 이 때 에피메테우스 집에는 상자 한 개가 있었는데 그 속에는 갖가지 해로운 것들이 들어 있었다. 인간 생활에 해가 되기 때문에 인간에게 주지 않고 상자에 넣어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 많았던 판도라는 이 상자를 열고 말았다. 결국 이 상자에서 나온 것들로 인간에게는 질투와 원한 등이 생겼고 갖가지 병들이 생기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판도라 상자 맨 아래에 남아있던 희망 때문에 인간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고 있는 프로메테우스. 사진>구글 검색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를 분노케 한 것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것뿐만이 아니었다. 티탄족과 올림포스 신들과의 전쟁에서도 제우스편에 서지 않았고 제우스의 운명에 관한 비밀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더 가혹한 처벌을 내리게 되는데 힘의 신 크라토스와 폭력의 신 비아를 시켜 프로메테우스를 카우카소스산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 이어 매일 독수리를 보내 바위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게 했다. 다시 돋아난 간은 다음 날 또 다시 독수리가 와서 파먹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런 고통 속에서 삼천 년을 견뎌야만 했다. 훗날 헤라클레스가 이 바위산에서 해방시켜 주기 전까지. 그럼에도 끝내 제우스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고 훗날 프로메테우스는 불의와 억업에 맞서는 저항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한편 프로메테우스가 미리 알고 있었던 제우스의 운명에 관한 비밀은 프로메테우스가 카우소스산 쇠사슬에서 해방된 후에야 밝혀지게 되었다. 당시 제우스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사랑에 빠져 있었는데 프로메테우스에 의하면 장차 테티스가 낳을 아들이 아버지를 능가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는 이런 프로메테우스의 예언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제우스는 테티스를 단념하고 그녀를 인간 펠레우스에게 시집보내고 말았다. 훗날 테티스와 펠레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이가 바로 반신반인의 영웅 아킬레우스였다.


그렇다면 프로메테우스가 처음 만들었던 인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은 지금의 인류는 프로메테우스의 작품이 아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프로메테우스에게 받은 직립보행과 불이라는 선물 뿐만아니라 에피메테우스에게 받은 지적 능력 때문에 인간은 날로 오만방자해져 갔다. 안그래도 제우스에게는 인간이 눈엣가시였는데 이때다 싶어 신들을 소집해서 인간을 멸망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방법은 홍수였다. 불은 신들의 세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홍수 와중에 남은 이가 바로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 퓌라였다. 설에 따라서는 데우칼리온이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이 되기도 하고 티탄족 동료가 되기도 한다.


살아남은 부부는 프로메테우스가 처음 창조해낸 인간을 복원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정의와 질서의 신으로 알려진 테미스를 찾아가 신탁을 듣게 된다. 테미스는'얼굴을 가리고 옷을 벗고 너희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져라.'라는 신탁을 내렸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탁은 늘 애매모호하다. 다행히 데우칼리온과 퓌라 부부는 현명해서 그 어머니의 뼈가 '대지의 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테미스 여신이 시킨대로 얼굴을 가리고 옷을 벗은 다음 돌을 집어 등 뒤로 던졌다. 이때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자가, 퓌라가 던진 돌은 여자가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인류가 바로 이 종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728x90
Posted by 여강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