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니즘(그리스) 신화에서 하르포크라테스Harpocrates는 침묵 또는 비밀의 신으로 고대 이집트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는 신 호루스를 고대 그리스인들이 받아들인 결과로 탄생한 신이었다. 하르포크라테스는 호루스의 어린이 형상을 취했다. 그는 보통 오른손 검지를 입에 대고 있는 나체로 묘사되었는데 이집트인들은 이 동작이 호루스의 어린시절을 상징한다고 믿었지만 그리스인들은 이를 침묵의 상징으로 이해했다. 하르포크라테스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어린아이 호루스를 번역한 이집트 단어를 각색한 것이다. 호루스의 성인 버전처럼 하르포크라테스도 떠오르는 태양과 겨울 태양의 첫 번째 힘을 상징했다.

 

 

하르포크라테스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그가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아들이었고 그가 절뚝거리는 다리를 가지고 조산아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하르포크라테스가 어머니와 함께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도 많은데 가장 흔한 것은 어머니가 그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하르포크라테스와 관련된 상징 중 하나는 장미였다. 이와 관련해서 ‘서브 로사sub rosa’라는 표현은 ‘비밀스런’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장미 그림은 종종 로마 연회장의 천장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포도주를 마시면서 논의된 것은 무엇이든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중세 시대에는 의사 결정을 비밀로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의사당 문에 장미꽃을 걸어 두는 것이 관례였다.

 

비밀을 상징하는 꽃 장미와 하르포크라테스에 관해서 전해 내려오는 신화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바람둥이의 상징이었다. 바람기의 대명사로 남신에 제우스가 있다면 여신 중에는 아프로디테가 있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남편인 헤파이스토스 몰래 자주 불륜을 저질렀다. 아프로디테가 불륜을 저지를 때마다 그의 아들 에로스는 침묵의 신 하르포크라테스를 찾아가 어머니의 부정행위를 누설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하르포크라테스가 부탁을 들어주면 에로스는 그에게 감사의 표시로 장미를 선물했다고 한다. 사실 에로스도 아프로디테가 전쟁의 신 아레스와 불륜을 저질러 낳은 아들이었다. 어쨌든 이런 신화를 바탕으로 서구사회에서는 장미가 ‘비밀을 지켜주는 꽃’이 되었다고 한다.

 

하르포크라테스를 상징하는 조각상이나 부조들은 런던의 대영 박물관과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등과 같은 몇몇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굴벤키안의 이집트 컬렉션에는 하르포크라테스 조각상 두 점이 전시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통제구역에 있었기 때문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작은 청동상은 하르포크라테스를 상징하는 것으로 장례 기능이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굴벤키안(Calouste Sarkis Gulbenkian, 1869~1955, 아르메니아 출신의 영국인으로 석유업자이자 수집가)컬렉션은 굴벤키안이 수집한 이슬람 미술, 그리스 로마 미술, 서양 18세기의 가구공예 등 다양한 작품을 전세계를 돌며 전시하는 컬렉션을 말한다.

 

두 번째는 기원전 305년에서 기원전 3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상으로 굴벤키안 박물관의 이집트 미술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굴벤키안은 1922년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해진 이집트학자 하워드 카터를 통해 이 작품을 얻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신의 상징을 포함하고 있으며 부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며 뒷면에 그것을 매달기 위한 고리가 있다. 굴벤키안은 또 1898년에 하르포크라테스의 이미지가 새겨진 보석을 구입했는데 이 보석은 타원형으로 생겼고 문에 조각되어 고리로 사용되었다.

Posted by 여강여호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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