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1030 Page)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쿠니 가오리 지음/신유희 옮김/소담출판사 펴냄 

여기 결혼 3년차 부부가 있다. 테디 베어 작가인 루리코와 자동차 보험 계약담당 사원인 사토시가 그들이다. 루리코는 남편 사토시보다 두 살이 많다. 그들은 부부로 살기위해 오늘도 달콤한 거짓말을 한다. 뭐가 그리도 달콤하고 왜 그들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독일 시인 하이네(Christian Johann Heinrich Heine, 1797~1856)의 말처럼 그들은 일찍이 어떤 나침반도 항로를 발견한 적이 없는 거친 바다를 항해중이다. 그들은 안전하게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솔라닌과 바꽃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가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소설의 진행에 긴장감과 생동감을 불어넣어준다. 저자는 사랑 그리고 사랑의 결실로 맺어진 부부의 일상을 다소 충격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때 인기리에 방영됐던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부부를 억겁의 인연이라고 한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어찌보면 찰나보다 짧은 게 부부의 인연인지도 모른다. 열정적인 아내 루리코와 냉정한 남편 사토시는 결코 조화롭지 못한 결합이지만 억겁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려 한다. 소설 첫머리에 등장하는 솔라닌은 이들 부부의 현실을 짐작케 한다. 솔라닌은 감자 싹에 함유된 독소 성분이다. 먹으면 죽는다.

아이도 친구도 필요없지만, 각자 다른 방에서 비디오와 게임을 상대하는 건 싫었다. 우리 속의 두 마리 고릴라도 성적 쾌락은 나눌 수 있는데.
"두 마리 고릴라만도 못하다면, 역시 솔라닌밖에 없지."
-[달콤한 작은 거짓말] 중에서-

그러나 솔라닌은 독 축에도 끼지 못한다. 바꽃도 있다. 조림을 해먹더라도 놋젓가락나물이랑 비슷해서 들통 나더라도 핑계 대기 수월하다.

달콤한 거짓말

그들의 고독한 결혼생활은 솔라닌과 바꽃만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이보다야 못하지만 그들은 놀랍게도 외도를 선택하고 이 비밀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유지된다. 아내 루리코는 하루오라는 남자를 만난다. 하루오는 여자 친구를 위해 루리코가 만든 베어 '나나'를 찾아다니던 열정적인 남자다. 남편 사토시는 시호를 만난다. 시호는 사토시가 대학 스키부 동문회에서 만난 조용한 성격을 지닌 후배다.

각자의 사랑은 달콤하다. 아야만이 이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 아야는 사토시의 동생이자 루리코의 시누이다. 서로 다른 상대를 만나 달콤한 사랑을 만끽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편식하는 남편을 위해 늘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는 게 루리코의 즐거움이었고 사토시는 결혼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부부란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달콤한 작은 거짓말] 중에서-

이들은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솔라닌을 선택하지 않아도 될까? 판단은 오로지 독자와 이 소설과 만나는 여느 부부의 몫이다.

대체 부부가 뭐길래

혼란스럽다. 부부의 결혼생활이 항상 진실해야만 하는 것인지....열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연애라면, 결혼이란 그 열정이 식고 나서도 계속해야 할 기나긴 생활이라는 옮긴이의 말에서 부부는 정으로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그러나 여전히 연애시절의 열정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게 모든 부부의 소망은 아닐런지 싶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대중가요처럼 부부라는 인연이 지니고 있는 억겁과 찰나의 양면성을 생각해 본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사랑해서 진실만을 얘기하고 때로는 사랑해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이 얽히고 설킨 부부관계 속에서 루리코와 사토시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또 그들의 결혼생활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그들은 진정한 부부로 살기 위해 오늘도 달콤한 거짓말을 한다.

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