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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그리스 신화에 편입된 크레타 섬의 님페, 브리토마르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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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아 시대(기원전 3천년 경 크레타 섬에서 발생한 문명) 사냥과 바다 항해의 여주인 브리토마르티스Britomartis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흡수된 많은 여신들 중 한 명이다. 브리토마르티스는 미케네인들이 오기 전 크레타 사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 자료들은 그녀의 모습이 숲과 바닷가의 수많은 숭배 장소에 세워졌음을 보여준다. 이것들 중 일부는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미궁을 발명한 신화 속 장인 다이달로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초기 크레타에는 정교하고 부유한 문화가 존재했고 그것들은 자연의 여성적 원리에 기반한 숭배였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제가 섬을 지배했을 때 여신들은 여성 영웅으로 강등되었고 그들의 전설은 그리스 영웅들의 그것과 접목되었다. 브리토마르티스는 이런 방식으로 살아남은 여신들 중 한 명이지만 일부 학자들은 그녀가 미노아 크레타의 가장 위대한 여신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브리토마르티스는 전통적으로 젊고 유연한 강한 사냥꾼으로 묘사되며 종종 화살을 들고 다닌다. 이런 이미지는 전쟁의 전리품으로써 아르테미스의 이미지와 합쳐져 오늘날까지 그녀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브리토마르티스 곁에는 젖을 빨고 있는 아기와 뱀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둘은 강력한 생식력의 상징이었다. ‘브리토마르티스’라는 이름은 ‘예쁜 처녀’, ‘예쁜 소녀’ ‘예쁜 숙녀’라는 뜻이다. 그녀는 제우스와 에불루스의 딸 카르메의 딸이었다. 그녀는 크레타 섬의 카이노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크레타의 님페들 중 하나로 아르테미스의 동료이자 사냥꾼이었다. 궁술의 여신 아르테미스처럼 브리토마르티스도 영원히 처녀로 남기를 원했다.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는 이 젊은 여인에게 관심을 표명했지만 브리토마르티스는 미노스 왕과 어떤 관계도 갖고 싶지 않았다. 미노스는 제우스와 에우로파의 아들로 그녀의 이복형제였기 때문이다. 크레타의 미노스는 그 처녀 여신을 겁탈할 목적으로 숲이 우거진 땅을 9개월 동안 쫓아다녔다. 하지만 평생을 처녀로 살고 싶었던 브리토마르티스는 높은 바다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것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기적적으로 아르테미스의 구원을 받았다. 아르테미스는 인간을 위해 그녀가 직접 만든 그물로 브리토마르티스를 붙잡았다. 그 후 서쪽 땅에서 브리토마르티스는 ‘그물에 잡힌 자’라는 뜻의 딕티나Dictynna로 불렸다. 한편 기원전 1세기경 활약했던 그리스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킬로스에 따르면 브리토마르티스가 ‘딕티아’라고 불리는 사냥용 그물을 발명했기 때문에 이미 전부터 이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혹자들은 아르테미스와 자주 사냥했던 산의 이름인 ‘딕테’에서 따온 이름이 딕틴나라고 주장한다. 딕틴나는 또한 미노스의 산모였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녀의 신전은 산꼭대기에 있었다. 동쪽 지역에서 그녀는 브리토마르티스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했다.

 

인간의 임신 기간인 9개월에 걸친 브리토마르티스와 미노스의 추격전과 바다에서 부활한다는 이야기는 브리토마르티스가 여성적 정신의 진실성과 재탄생을 상징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후 브리토마르티스는 아직도 그녀의 신전인 아파이아Aphaea가 있는 아이기나에서 숭배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그녀가 페니키아인이었고 크레타로 가기 전에 오랫동안 그녀가 라프리아Laphria라는 이름으로 숭배되었던 케팔로니아에서 살았다고 전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브리토마르티스는 아르테미스, 아이기나의 아파이아, 킥틴나 등으로 불렸던 산의 님페였다. 또 미노아 시대 크레타에서 그녀는 산과 사냥의 여신으로 숭배되었다.

 

이 크레타 여신의 가장 오래된 특징은 미노아 인장에 고르곤이나 뱀의 형상으로 등장한 산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공포스러운 특징은 브리토마르티스로 불리면서 많이 완화되었다. 브리토마르티스에 관한 고전 신화의 모든 요소는 말 그대로 그녀를 그물에 가두기 위해 그녀의 힘과 능력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심지어 가부장적 작가들은 그녀를 딕테산의 동굴에서 아기 제우스를 돌본 유모가 아닌 제우스의 딸로 만들었다. 또 그들은 브리토마르티스를 사냥꾼 여신 아르테미스로 진화시켰다. 그러나 고대 여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크레타 섬 동전의 모델이 되었고 제우스의 출생지인 딕테 산의 여신인 킥틴나Kiktynna로 살아남았다. 날개를 달고 인간의 얼굴로 대표되는 딕틴나로서 그녀는 고대 산에 서서 동물들의 여주인 포티나Potina로 가장하고 양손으로 동물을 움켜쥐고 있다. 후대의 그리스인들은 동물들의 여주인을 사냥꾼으로 생각했지만 초기 인장에서 그녀는 그리핀의 젖을 먹었다. 날개 달린 아르테미스의 고대 표현은 그녀가 동물들의 여주인인 포트니아 테론Potnia theron에서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노스 미술과 그리스 전역의 동전, 인장, 반지 등에 나타난 브리토마르티스는 양손에 도끼를 들고 야생동물을 동반한 악마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크레테의 고대 도시 올로우스 신전에는 다이달로스가 만든 브리토마르티스의 목조 조각상인 크소아논이 세워져 있다. 케르소네소스(크림 반도 남서부에 존재했던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와 올로우스에서 브리토마르티스는 동전에 묘사되어 있고 이 도시들에서는 그녀를 기리는 축제인 브리토마르페이아가 열렸다. 딕틴나로서 그녀의 얼굴은 크레타 섬의 키도니아, 폴리레니아, 팔라사르나라는 도시 등의 동전에 제우스의 보호자로 그려져 있었다. 크레타 섬에서 그녀는 제우스가 태어났다는 킥테 산과 관련이 있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에 신전이 있었지만 그녀는 주로 리소스, 서키도니아 등 서부 크레타에서 중요한 여신이었다. 그녀의 신전은 곰보다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포악한 개들이 지키고 있었다. 미케네 시대 브리토마르티스는 주로 아이기나 섬에서 아파이아로 숭배되었는데 훗날 이곳에 ‘아테나 아파이아’라는 신전이 세워졌다. 아테네가 아이기나를 지배하면서 그녀의 신전은 아테네 외곽 아스프로피르고스에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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