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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외눈박이 괴물 키클로페스, 그 상상력의 원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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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스Bronte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로페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아들로 두 명의 다른 키클로페스 즉 아르게스와 스테로페스의 형제였다. 그의 다른 형제들로는 티탄족과 헤카톤케이레스가 있었다. 키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레스는 그들의 외모 때문에 아버지에 의해 타르타로스에 갇히게 되었다. 크로노스는 아버지(우라노스)를 타도하기 위해 형제들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들은 결국 조카인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에 의해 타르타로스에서 풀려났고 티탄족과 올림포스 신들간의 전쟁인 티타노마키아에서 올림포스 신들을 도왔다. 제우스의 번개, 포세이돈의 삼지창, 하데스의 투명 투구가 모두 키클로페스 삼형제의 작품이었다. 브론테스는 ‘천둥’이라는 뜻이다.

 

헤파이스토스 대장간의 키클로페스.

 

키클로페스나 헤카톤케이레스처럼 고대 그리스 신화는 환상적인 짐승과 괴물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예가 바로 외눈박이 괴물 키클로페스일 것이다. 여러 다른 키클로페스가 다양한 신화에 등장했다. 제우스가 티탄족을 물리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키클로페스도 있었고 인간을 잡아먹는 포악한 습관을 가진 키클로페스도 있었다. 이런 키클로페스를 만들어낸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키클로페스는 단지 상상력의 산물이었을까 아니면 키클로페스에 맞먹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키클로페스라는 이름의 세 집단은 서로 다른 신화에 등장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경, 시인)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키클로페스이다. 오늘날 대중문화에 널리 퍼져 있는 키클로페스가 바로 이 호메로스의 키클로페스이다. 이 키클로페스는 외눈박이 야만적인 거인으로 인육을 먹는 목동이었다.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에 먹을 것을 찾아 키클로페스 섬에 당도했다. 키클로페스 중에 한 명인 폴리페모스(포세이돈의 아들)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한 명씩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 때 오디세우스는 재치를 발휘해 키클로페스를 취하게 하고 눈을 멀게 한 후 남은 부하들과 함께 도망쳤다.

 

또 하나의 키클로페스는 헤시오도스(Hesiodos, 기원전 7세기경, 음유시인)가 언급했다. 이 키클로페스는 앞서 언급한 키클로페스와 동일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적지 않게 다른 부분도 있었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는 브론테스, 스테로페스, 아르게스 등 세 명의 키클로페스를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아들로 티탄족, 헤카톤케이레스의 형제였다. 여기에서 키클로페스는 타르타로스로 추방되었지만 제우스에 의해 구출되었다. 그들은 제우스에게 그리스 신화 전반에 걸쳐 그의 주요 무기가 될 번개를 만들어 줌으로써 제우스는 그리스 왕위 계승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들은 또한 하데스의 보이지 않는 투구 퀴네에와 포세이돈의 삼지창 트리아이니도 만들었다. 그들은 야만적인 괴물이라기보다 주인에게 충실한 장인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세 번째 키클로페스는 성벽 건설자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미케네, 티린스, 아르고스의 거대한 성벽이 모두 키클로페스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믿었다. 이 키클로페스에 대해서는 성벽 축조 말고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들은 어떤 사람도 들어올릴 수 없는 돌로 거대한 성벽을 만들었다는 것 말고도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투쟁을 설명하기 위해 이용되었다.

 

현대 코끼리의 고대 친척으로 알려진 데이노테리움

 

21세기 초 데이노테리움 기간테움 유적이 크레타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데이노테리움 기간테움Deinotherium giganteum은 현대 코끼리의 고대 친척이었다. 그것은 높이가 4.6미터에 달했고 상아의 길이는 1.3미터였다. 두개골은 현대의 그것보다 훨씬 더 원시적이고 부피가 컸다. 무엇보다도 두개골 중앙에 엄청나게 긴 콧구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고생물학자들 혹은 코끼리를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 큰 구멍은 거대한 코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 이 큰 구멍은 키클로페스의 두개골로 인식할 수도 있었다. 고대 과학 역사가이자 고전 민속학자인 아드리엔 메이어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는 그리스인들이 데이노테리움 기간테움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이 현존하는 신화를 지지하고 심지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화석 증거를 사용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미지의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신화와 종교가 사용되어 왔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은 설명과 대답을 갈망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대부분 농부였고 종종 화석을 발견하곤 했다. 진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뼈를 발견했을 때 그들은 이 뼈를 상상 속의 괴물의 것으로 재구성했을 것이다. 아드리엔 메이어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시작해 신화가 많은 지역이 화석층의 본거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메이어 교수는 많은 신화들이 폭풍우가 지나간 뒤 땅 밑에서 발견된 괴물들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폭풍우의 토양 침식이 오랜 시간 감춰져 있던 화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이어 교수가 코끼리 화석을 키클로페스 신화와 연결시킨 첫 번째 학자는 아니었다. 한 세기 전에 오스트리아의 고생물학자인 오테니오 아벨이 처음으로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는 그리스에서 피그미 코끼리(또는 보르네오 코끼리) 두개골 화석이 발견되면서 키클로페스 신화가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피그미 코끼리 두개골은 큰 코구멍에 비해 작은 눈을 가지고 있다. 그 화석들은 또한 보통 다른 화석화된 뼈들과 함께 발견된다. 그리스인들에게 이것은 키클로페스의 야만적인 식습관의 증거로 보였을 것이다. 아벨은 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BC 494년~BC 434년)가 시칠리아 동굴에서 피그미 코끼리 유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벨이 잘못 알고 있었다. 마이어 교수는 엠페도클레스가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고 피그미 코끼리 화석을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타임머신이 없는 이상 우리는 마이어와 아벨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키클로페스 신화를 창조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주장을 아예 부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 그리스인들의 이런 신화와 화석 발견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는 비단 그리스인들의 상상력만은 아니었다. 가령 용을 예로 들어보면 전세계 다양한 곳에서 용에 관한 신화와 전설이 존재한다. 현대인들이 공룡 화석을 바탕으로 용을 상상하는 것처럼 고대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창조론자들은 화석을 수백만 년 전 살았던 동물들의 증거라기보다는 성경에 등장하는 리바이어던과 같은 생물의 증거라고 주장하는데 사용한다. 결국 고대 그리스인들이 코끼리 두개골 화석을 보고 키클로페스의 그것과 혼동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자료:acient-ori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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