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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마르둑의 신성한 동물 무슈슈는 진짜로 존재했을까? 상상력의 발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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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슈Mushkhushshu(또는 시루슈Sirrush)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창조물이다. 용이나 그리핀을 닮은 신화 속 괴물 무슈슈는 독수리의 발톱을 닮은 뒷다리, 사자처럼 생긴 앞다리, 긴 목과 꼬리, 뿔이 있는 머리, 뱀처럼 갈라진 긴 혀, 볏을 가진 비늘로 뒤덮인 동물이다. 무슈슈는 기원전 6세기에 재건된 바빌론의 이슈타르 문에 잘 나타나 있다. 무슈슈는 아카드어로 ‘붉은 뱀’, ‘사나운 뱀’이라는 뜻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빛나는 뱀’이란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었을 것이다. 무슈슈의 또 다른 이름인 시루슈는 초기 아시리아학에서 설형문자를 잘못 번역한 결과다.

 

마르둑의 신성한 동물, 무슈슈.

 

무슈슈는 수메르의 통치자 구데아(Gudea, 재위기간: BC 2144년~BC 2124년)가 닌기쉬지다(식물, 지하세계의 신 때로는 전쟁의 신)에게 바친 술병에서처럼 이미 수메르의 종교와 예술에 등장한다. 신바빌로니아(BC 625년~BC 539년) 시대에 무슈슈는 최고신 마르둑과 그의 아들 나부(지혜와 문맹퇴치의 신)의 신성한 동물이었다. 마르둑이 물리친 무슈슈는 이후 그를 상징하는 동물이자 그의 수행신이 되었다. 본래 무슈슈는 에슈눈나(현재 이라크의 텔 아스마르)의 지역 신 티슈팍의 소유였다. 이후 에슈눈나가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 점령당하면서 무슈슈 또한 바빌로니아의 국가신이자 최고신인 마르둑 신화에 포함되었다. 봄철 남쪽 하늘에서 보이는 바다뱀자리가 바빌로니아의 천문 문헌에서는 ‘뱀’이라는 뜻의 바슈무로 알려졌는데 물고기의 몸통, 뱀의 꼬리, 사자의 앞발, 독수리의 뒷다리와 날개 그리고 무슈슈에 버금가는 머리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1899년부터 1917년까지 발굴작업을 하던 중 이슈타르 문을 발견한 독일의 고고학자 로버트 콜데베이(Robert Johann Koldewey, 1855년~1925년, 고대도시 바빌론을 심층 발굴로 유명)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슈슈가 실제로 존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슈슈가 다른 모든 전설적인 생물들을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콜데베이에 따르면 무슈슈가 실제 동물들 옆에 그려져 있는 것은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 이 생명체가 매우 친숙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선사시대의 도마뱀 유적으로부터 무슈슈의 외모를 모방했을 것이라는 이론도 있다. 특히 무슈슈는 메소포타미아인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을지도 모르는 왕도마뱀과 닮았기 때문이다. 무슈슈의 출현은 메소포타미아에 살지 않았던 동물들에 대한 고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이론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고대 문명이 종종 화석을 발굴, 운반, 재조립하는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들은 화석을 발견하고 바빌로니아 용각류의 잔해를 재건했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무슈슈와 같은 신화적 생물체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 주변에는 알려진 화석층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이슈타르 문에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벽돌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것으로 보아 바빌로니아인들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그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무슈슈가 진짜 존재했던 동물인지 아니면 선사시대 도마뱀에 근거한 상상인지는 신화를 읽는 독자의 상상력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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