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엘피스(Elpis)는 희망과 기대를 의인화한 하급 여신(?)이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들은 희망을 신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고통의 연장으로 인식했다. 희망의 하급 여신 엘피스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와 역사 중 극히 일부에만 등장한다. 밤의 여신 닉스의 아버지 없는 딸로 알려진 엘피스는 일반적으로 꽃이나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를 안고 있는 젊은 여성으로 묘사된다. 엘피스를 다룬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판도라 상자에 관한 신화일 것이다. 판도라 상자 신화에서 엘피스는 이야기의 교훈을 제공하는데 사용되었다.
헤시오도스의 <일과 나날>에서 그리스의 가장 강력한 신 제우스는 엘피스와 다른 악령들을 항아리(일명 판도라의 상자)에 가두어 이 항아리를 최초의 여성 판도라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제우스는 판도라를 에피메테우스에게 선물로 주었고 에피메테우스의 형 프로메테우스는 동생에게 판도라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에피메테우스가 그녀를 받아들인 후 판도라는 호기심에 항아리를 열었고 그 순간 엘피스를 제외한 모든 악령(죽음과 질병 등)이 항아리를 빠져나왔다. 헤시오도스는 이 때 왜 엘피스만 항아리에 남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엘피스가 항아리를 탈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큰 논쟁이 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단순한 아이러니이자 인류에 대한 저주로 생각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고대 그리스인들의 희망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기도 한다. 혹자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로 설명하기도 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아직 항아리 속에 희망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엘피스에 대한 모든 설명에서 희망은 고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 주제는 희망이 통제력, 능력, 운명의 부족을 낳는 그리스 신화의 대부분에 걸쳐 설명된다. 더욱이 희망의 필요성은 대개 부적절했다. 즉 이후의 기록에서는 엘피스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결국 엘피스는 대지의 마지막 정의로운 여신으로 여겨졌는데 다른 모든 신들이 올림포스산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엘피스의 진정한 의미와 고대 그리스인들의 희망이 담겨 있다. 그녀는 올림포스산의 신이 아니라 대지에 사는 인간들의 여신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바로 그녀가 이야기에서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언급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녀의 가계를 고려해 엘피스를 일정 부분 부정적인 태도로 규정했다.
밤의 여신 닉스는 주로 많은 신들을 혼자서 낳았다. 닉스는 엘피스와 함께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무서운 악마들도 낳았다. 여기에는 인간의 운명과 수명을 결정하는 모이라이도 포함되었다. 엘피스의 반대 개념이자 형제인 모로스는 파멸의 신이다. 또한 그녀의 형제들은 죽음, 슬픔, 비난, 갈등 등을 의인화한 신이었다. 분명히 엘피스는 인류의 어두운 특성을 의인화나 가문의 일원이었고 이는 판도라 상자의 진정한 의미를 암시하기도 한다. 설명하기 힘든 판도라 상자의 결말에 그녀의 등장은 역사가들과 호기심 많은 독자들에게 끝없는 논쟁의 불씨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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