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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일본

수면 장애가 키지무나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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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화와 문명에는 신비하고 마법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생물에 관한 신화와 민간전설이 있다. 아마도 이 초자연적인 생물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은 현상을 설명하거나 기억하기 쉬운 방식으로 삶의 조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에는 고유한 설화가 있으며 서양 문화에서 이러한 생물로는 뱀파이어, 고스트, 레프러콘(아일랜드 민속에 등장하는 남성 요정)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신화적 창조물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요카이(妖怪, Yokai, 요괴)로 알려진 하나의 용어로 분류된다. 키지무나(木の精, Kijimuna, 나무의 정령) 역시 본질적으로 요카이이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키나와 거리에 있는 키지무나 동상. 출처>구글 검색

 

키지무나 민속의 발상지는 오키나와 키조카이다. 오키나와는 1879년에 오키나와현으로 일본에 편입되었다. 그 전에는 류큐 왕국(瑜球國, Ryukyu Kingdom, 1429년~1879년)으로 일본과는 군신 관계로 묶여 있었다. 일본에 편입되기 전 류큐 왕국은 중국과도 비슷한 관계로 엮여 있었다. 그러나 류큐섬은 역사를 통틀어 바다 건너 수많은 이웃 국가들의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런 영향으로 키지무나는 오키나와가 일본의 일부가 되기 전에 등장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요카이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는 키지무나를 오키나와 특유의 요카이라고 부르고 있다.

 

키지무나는 종종 꼬마 요정이나 나무의 정령으로 묘사된다. 키지무나는 어린이 정도의 키이지만 몸집에 비례하지 않은 커다란 머리와 손을 갖고 있다. 큰 머리 꼭대기에는 특유의 거칠고 밝은 붉은색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다. 키지무나는 일반적으로 옷을 입지 않고 나뭇잎으로 만든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다. 키지무나는 섬 주변의 반얀 나무에 집을 짓고 산다. 키지무나를 부나가야라고도 하는데 이는 ‘큰 머리’라는 뜻이다.

 

키지무나가 산다는 반얀 나무. 출처>구글 검색

 

키지무나는 훌륭한 낚시꾼이자 잠수부이다. 키지무나의 식단은 그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물고기 머리 그 중에서도 눈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키지무나가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는 줄돔이라고 한다. 고대 오키나와 사람들은 잡은 물고기의 눈이 없을 때 키지무나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이 숲의 정령들은 인간보다 야생적이지만 여러 면에서 인간과 닮아 있다. 이들은 가족도 있으며 심지어 인간과 결혼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키지무나의 가장 주목할만한 특징 중 하나는 그들이 장난끼 가득한 트릭스터 신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키지무나와의 상호작용은 그들이 누군가에게 장난을 칠 때 이루어진다. 가장 흔한 장난은 자고 있는 사람의 가슴 위에 앉아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오키나와 사람들은 수면장애를 키지무나의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키지무나는 세키한(赤飯, Sekihan. 팥을 넣어 찐 밥)을 황토로 바꾸기도 하고 밤에 등불을 훔치기도 하며 정말로 화가 나면 속이 빈 나무에 사람들을 가두기도 한다. 이런 장난에도 불구하고 키지무나는 일반적으로 선량한 신으로 인식되고 있다. 키지무나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간들이 반얀 나무를 베려고 할 때 키지무나가 가장 분노한다고 한다. 반얀 나무를 베면 끊임없는 키지무나의 저주를 받는다고 한다. 일부 키지무나는 가축을 죽이기도 하고 배를 침몰시키기도 하며 누군가의 삶을 망치기도 한다.

 

키지무나는 문어를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출처>구글 검색

 

반면 키지무나는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이러한 관계는 그들의 여전히 짜증날 정도로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기꺼이 음식을 제물로 바친다면 키지무나는 사람들을 업고 섬이나 바다를 건너고 풍어를 위해 낚시를 도울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키지무나는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또 냄비 뚜껑이나 닭 요리도 싫어한다. 하지만 키지무나가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것은 문어라고 한다. 그래서 키지무나의 장난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문어를 곁에 두기도 한다. 매년 여름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아동청소년 연극 축제인 ‘키지무나 페스타’도 바로 이 나무 정령의 이름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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