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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세상 끝에 있는 선술집 주인, 시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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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제조의 여신, 시두리. 출처>구글 검색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시두리(Siduri)는 <길가메쉬 서사시>에 등장한다. 시두리는 세상 끝에 사는 술(포도주) 제조의 여신이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따르면 인간 세계의 끝에는 바다가 있었다. 시두리의 선술집은 이 바다 가장자리의 정원에 있었다고 한다. 시두리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끝’이자 ‘종착역’이다.

 

서사시에서 시두리는 ‘젊은 여인’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시두리는 여신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시두리를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인안나(Inanna, 바빌로니아의 Ishtar), 대지의 모신 키벨레(Kybele), 와인과 겨울의 여신 게쉬티난나(Gestinana)의 다른 이름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두리는 독립적인 와인의 여신일 수도 있고, 이쉬타르를 수행한 하급 여신일 수도 있다.

 

처음에 시두리는 길가메쉬로부터 도망가 자신의 문에 빗장을 걸었다. 시두리가 알아버린 길가메쉬의 마음 속 절망감은 마치 범죄자와도 같았다. 그러나 길가메쉬는 시두리에게 지체할 의지가 없었다. 그는 인간의 영역 너머에 있는 불멸의 비밀만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시두리는 그의 추격을 만류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행복을 찾으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또 조언했다. “잔치를 열어 기뻐하고 춤추며 배를 좋은 것으로 채워라. 또 목욕재개하고 네 손을 잡고 네 품에 안겨서 아내를 행복하게 만드는 어린아이를 소중히 여겨라.”

 

함무라비 시대 선술집 주인과 직원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사제였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여성 사제들의 선술집 운영이 금지되었다. 당시 술(포도주)는 신성불가침한 물질로 때로는 불경스러운 물질로 여겨졌다. 학자들은 술을 제조하려는 욕구가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일어난 농업혁명의 자극이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술은 평범한 음주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무속 의식과도 관련이 있었다. 선술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들었던 시두리는 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길가메쉬에게 좋은 충고를 할 수 있었다. 길가메쉬가 선술집 여주인이자 포도주 제조의 여신 시두리를 찾아가는 것은 길가메쉬가 방황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시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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