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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7:00:08 핀란드 판테온의 지하세계, 투오넬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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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라는 뜻의 투오넬라(Tuonela)는 핀란드인, 카렐리아족(카렐리야 자치 공화국에 사는 핀계 종족), 잉그리아족(루터교 핀란드 이민자의 후손) 및 기타 여러 핀란드어 관련 언어 사용자들의 종교적 전통에서 죽은 자들이 거처한다는 신화적 장소이다. 투오넬라는 저승의 신성한 장소를 의미하며 종종 지하세계 마날라 또는 극북의 신화적 왕국 포욜라의 동의어로 사용된다. 구전 서사시, 애가, 자장가 등에서 투오넬라는 ‘투오니의 집’을 의미하는데 투오니는 죽음의 신으로 아내 투오네타르와 함께 죽은 자들의 세계(투오넬라)를 통치한다고 한다. 카렐리아 민속에 투오닐마이넨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다른 공기’라는 뜻으로 저승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러시아 우랄 산맥 서쪽에 거주하는 만시족의 탐마아는 우주의 최북단에 있는 죽은 자들의 최종 목적지를 가리킨다. 죽은 자의 영혼은 거위 형태로 북극해를 건너 탐마아로 날아간다고 한다. 투오넬라는 죽은 자의 영혼이 간다는 신화적 지리적 목적지 외에도 개별 무덤이 모여 있는 마을 묘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투오넬라를 지키는 검은 백고.

 

핀란드-러시아 국경에 있는 카렐리야, 잉그리아, 베프(카렐리야 공화국에 사는 소수민족) 묘지는 전통적인 민속 신앙과 러시아 정교회 사이의 오랜 만남의 결과를 잘 보여준다. 작은 통나무 오두막이 무덤 위에 세워졌는데 한쪽 끝에 창문이 집 방향으로 설치되어 빛이 들어오고 죽은 사람이 바깥을 내다보고 가족의 재산과 사회적 통제를 위해 집에 있는 친척들의 삶과 행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쪽 끝에는 뢰일리(숨쉬는 영혼 또는 사우나 정령)가 무덤을 떠나 이전 집을 방문하거나 새 형태를 띤 투오니의 집(투오넬라)로 마지막 여행을 할 수 있는 구멍이 있다.

 

모르드빈족, 코미족, 만시족 등 러시아의 다른 피노-우그리아족(우랄어족에 속하는 모든 언어의 전통적인 언어 그룹)의 묘지에서도 비슷한 오두막이 발견되었다. 묘지에 오두막을 세우는 관습은 무덤 위에 비슷한 집 모양의 경사지붕 구조물을 세운 러시아인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구조물은 19세기 차르 정부에서 금지했다고 한다. 그러한 장소에서는 나무를 베거나 나뭇가지를 꺾는 것이 금지되었다.

 

핀란드의 민속 신앙, 서사시, 의식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핀란드 문화의 필수 요소로서 죽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문화 속에서 확장된 가족 단위는 아직 이 땅에 살고 있는 구성원과 죽어서 ‘다른 공기’인 투오니의 영역으로 넘어간 구성원으로 확장되었다. 죽은 자들은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시행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금기를 어긴 살아있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었다. 죽은 자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필수품 즉 옷, 음식, 작업 도구 등을 갖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필수품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죽은 자에게 양말을 신겨주는 투오니 신발의 제공이었다. 미혼으로 죽은 여성에게는 기혼 여성이 쓰는 면사포를 주어 다른 세계에서 결혼할 수 있도록 했다. 죽은 사람을 돌보는 일은 장례식 이후에도 계속되었는데 그들은 가족의 수입을 계속 공유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기념일과 연례 기념일에는 많은 음식을 무덤으로 가져갔다. 죽은 사람은 새의 형태로 무덤에 와서 봉헌된 음식을 먹는다고 인식되었다.

 

투오넬라 강변.

 

투오넬라의 지형은 핀란드의 민속과 신화에 따라 다양하다. 이웃 문화와 선교종교에 기반을 둔 신앙과 관습도 핀란드-카렐리야 우주론에 적용되었으며 예를 들어 장례 애가에서 상세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신앙에 따르면 죽은 자의 영역은 하늘이나 세계의 북쪽 끝에 위치할 수 있으며 깊은 절벽으로 살아있는 자의 세계와 분리되어 있다. 절벽 아래에는 태양이나 달에 비추지 않는 투오넬라의 검은 강이 흐른다. 강은 죽음의 주문을 부르는 검은 백조가 지키고 있다. 강에는 소용돌이치는 거친 폭포와 창, 칼, 바늘이 똑바로 서 있고 죽은 자들이 피 묻은 옷을 입고 수영하는 모습이 보이는 불의 흐름이 있다. 강을 건너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다. 죽은 자들은 강을 건너거나 얇은 실로 만든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죽은 자들은 투오니의 딸이 운전하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누군가가 귀에서 울림을 들으면 투오넬라의 친척들이 배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때때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정보와 주문을 모으기 위해 투오넬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여정은 가시덤불과 위험한 숲을 통과하고 부패의 여신 칼마를 위해 일하는 살을 찢는 괴물 수르마를 물리쳐야 했다. 산 사람들이 한번 투오넬라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었다. 투오니의 아내 투오네타르는 그들을 환영했고 투오네타르는 그들에게 과거의 삶을 지우기 위해 기억을 지우는 맥주를 제공했다. 한편 샤먼들은 무아지경에 빠져 경비병들을 속임으로써 투오넬라를 방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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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오넬라는 핀란드와 카렐리야 신화의 모음집인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칼레발라>에 따르면 샤머니즘 영웅인 베이네뫼이넨은 죽은 자의 지식을 구하기 위해 투오넬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그는 투오니의 강을 건너게 해 줄 뱃사공 투오넨 티티(‘투오니의 소녀’라는 뜻)를 만난다. 그러나 투오니 섬에서 그는 찾고 있던 주문을 얻지 못하고 뱀으로 변신해 간신히 그곳을 탈출한다. 돌아온 후 그는 살아서 그곳에 들어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저주를 내린다. 또한 <칼레발라>에 따르면 모험가이자 샤먼인 레민카이넨은 늙은 마법사 로우히의 딸에게 구애하기 위해 포욜라로 간다. 로우히는 레민카이넨에게 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준다. 투오넬라의 백조를 죽이는 세 번째 임무를 완수하려던 레민카이넨은 물뱀에 의해 토막이 나 투오넬라 강의 소용돌이에 던져진다. 레민카이넨의 어머니는 마법으로 그의 죽음을 알린다. 그녀는 강으로 가서 아들의 시체 조각을 긁어 모은다. 레민카이넨의 어머니는 꿀벌의 도움으로 아들의 시체 조각을 하나로 모아 다시 살려낸다.

 

손톱과 머리카락은 투오넬라에 대한 카렐리야와 잉그리아의 믿음에서 특히 중요했다. 사망자의 손톱은 토요일 밤에 깎아서 둘로 자르고 사망자 옷의 넥홀(머리로부터 뒤집어 써서 입는 형식으로 된 의복 트임의 총칭)에 끼웠다. 손톱은 달걀 껍질처럼 매끈한 투오넬라 산을 오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손톱은 조각으로 깎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악마가 손톱 전체로 배를 만들어 사망자를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 데 사용했다. 투오넬라에 대한 이러한 믿음의 생생한 본질은 부분적으로 발트-슬라브, 비잔틴 및 고대 이집트 전통과 중세 기독교 환상 문학과 성인전(칭송 일색의 전기)에서 비롯되었다. 핀란드 서사시에서 이러한 전통은 샤머니즘적 환상과 죽은 자의 땅으로의 여행이라는 오래된 전통과 결합했다. 민담에 신과 샤먼으로 등장하는 레민카이넨은 전통적인 샤머니즘 서사시가 어떻게 이집트 오시리스 신화의 요소들을 포함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핀란드 기독교에서 투오넬라는 종종 최후의 심판 전에 죽은 자들이 가는 곳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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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