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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엔킴두의 패배가 상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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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안나의 선택에 관한 신화가 기록된 토판. 출처>구글 검색

메소포타미아(수메르) 신화에서 엔킴두(Enkimdu)는 수로와 도랑을 관리하는 농업의 신이다. 또 수메르 창조 신화에서 물의 신 엔키(Enki)가 엔킴두에게 임무를 주기도 한다.

 

엔킴두의 특징은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인안나(Inanna, 바빌로니아의 이쉬타르)가 농부를 더 좋아했다’는 신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화에 따르면 엔킴두와 목축의 신 두무지(Dumuzi)는 인안나의 선택을 기다린다. 인안나는 현실 물정에 밝은 농부에 이미 마음을 빼앗겨 있었다. 하지만 인안나의 오빠이자 태양신인 우투(Utu, 바빌로니아의 샤마쉬)는 인안나를 설득해 두무지와 결혼시키려고 했다.

 

두무지와 엔킴두는 누가 인안나를 차지할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두무지는 매우 공격적인 성격으로 인안나의 배우자로 자신이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반면 엔킴두는 유순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이 상황을 평화적으로 풀고자 했다.

 

이 신화가 기록된 토판은 여기까지만 발견됐고 나머지는 깨지고 망가져 이어진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나중에 발견된 ‘두무지와 인안나’, ‘지하세계로 내려간 인안나’ 등의 신화가 기록된 토판이 발견되면서 인안나의 의도와는 달리 결국 인안나의 배우자는 두무지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인안나는 본의 아니게 곡식보다는 짐승의 가죽을 선택한 것이다.

 

한편 엔킴두(농업의 신)와 두무지(목축의 신)는 각각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기존 토착세력과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유입된 목축을 기반으로 한 유목민 세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무지의 승리는 새롭게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점령하고 지배한 셈족 자신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신화학자들에 따르면 수메르의 ‘엔킴두와 두무지’ 신화는 인류 최초의 살인 이야기를 다룬 ‘카인과 아벨’ 신화의 원형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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