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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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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은 무슨 고민을 할까 오탁번의 /1973년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같이 치러지는 해다.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에 최소공배수라는 수학적 개념을 도입해 보면 20년마다 양대 선거가 같은 해에 치러지는 셈이다. 내가 대학 새내기였던 20년 전에도 그랬다. 일 년 전 백골단에 의해 사망한 명지대학교 강경대 열사의 여운이 남아있던 터라 대학은 그야말로 정치투쟁의 장이었다. 게다가 민주화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김영삼이 군부세력에 투항해 여당 후보가 되어 대통령 선거를 치른 여파도 컸으리라. 대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낭만을 채 즐기지도 못한 채 각종 정치 현장을 발로 뛰면서 나의 시선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열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누구나 그렇듯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나를 뜻하지 않는 고민의 세계로..
단 5분간의 회담이 결렬된 이유 김성한의 /1955년 "저걸 좀 내려다보아라. 과거는 잊어버리자. 저걸 수습해야 할 거 아니냐? 요컨대 너와 나의 싸움이니 적절히 타협하잔 말이다. " "그게 역사죠. 역사는 당신과 나의 투쟁의 기록이니까." "그러나 이건 진전이 아니라 말세다." "당신의 종말이 가까웠으니까……" "내 종말은 즉 세상의 종말이 아니야?" "흥, 그거 또 괴상한 얘기로군." - 중에서- 프로메테우스와 신이 구름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며 단 5분간의 짧은 회담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인간세상에서는 프로메테우스와 신을 대리하는 자들이 열변을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회담의 아름다운 결정체가 타협이거늘 프로메테우스와 신 사이에는 접점이 보이지않는 평행선만 존재할 뿐이다. "지나치게 자기 재주를 믿는 것도 사고야. 이제 막다른..
일제는 왜 <금수회의록>을 금서로 지정했을까 안국선의 /1908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나타났던 고전소설과 현대소설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소설의 한 갈래를 신소설이라고 한다. 김동인의 소설을 근대소설의 시작으로 본다면 신소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월씬 광범위한 작가와 작품을 포괄한 소설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신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는 이인직이 꼽힌다. 그러나 그의 친일행적들이 밝혀지면서 이인직을 신소설 대표작가로 교과서에 올려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기야 몸만 조선인이었을 뿐 정신은 온통 내지인(일본인)이었으니 그를 한국 문학사의 주연급으로 대우한다는 것도 문학인들에게는 자존심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의 저자 이해조를 신소설 대표작가로 부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은 힘을 얻고 있..
판타지로 읽는 어느 아나키스트의 꿈 신채호(1880~1936)의 /1928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이 땅에서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선생의 며느리 이덕남씨가 친일파 후손들이 조상땅 찾기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는 현실과 반대로 남편은 독립운동가인 아버지 신채호 선생의 아들임을 밝히기 위해 기나긴 법정투쟁을 벌여야만 했던 현실을 개탄하며 한 말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국이 광복된 지 64년이나 지난 2009년에야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다. 앞서 1986년 호적을 취득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자부심에 살았어야 할 신채호 선생 후손이 자부심 대신 사치를 얘기한 현실에 가슴 아플 뿐이다. 20세기 초 1,2차 세계대전..
지식인이라고 다 지성인이 아니다 유진오의 /「신동아」39호(1935.1) 가 발표된 1935년 식민지 조선은 그 어느 때보다 일제의 사상탄압이 극심하던 시절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카프 맹원에 대한 검거 열풍이 있었고 문화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조선의 전통적 가치관은 황국신민의 지위를 강요받고 있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많은 지식인들 특히 문학인들은 조선 청년들을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모는 데 그들의 지식을 아낌없이 동원하곤 했다. 자발적이었건, 강요되었건 일제 말기 식민지 조선에는 지식인만 넘쳐날 뿐 지성인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시국이 되고 말았다. 의 저자 유진오가 문학인보다 정치인으로 더 기억되는 데는 이런 시대적 배경이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문학에 심정적 지지를 보냈던 동반작가로도 활동했던 유진오는 1939년 잡지「삼..
태석이 빨갱이가 된 사연 [20세기 한국소설] 중 채만식의 『도야지』/「문장」27호(1948.10)/창비사 펴냄 “1940년대의 남부조선에서 볼셰비키, 멘셰비키는 물론, 아나키스트, 사회민주당, 자유주의자, 일부의 크리스천, 일부의 불교도, 일부의 공맹교인, 일부의 천도교인, 그리고 주장 중등학교 이상의 학생들로서 사회적 환경으로나 나이로나 아직 확고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잡힌 것이 아니요, 단지 추잡한 것과 부정사악한 것과 불의한 것을 싫어하고, 아름다운 것과 바르고 참된 것과 정의를 동경 추구하는 청소년들, 그 밖에도 XXX과 XXXX당의 정치노선을 따르지 않는 모든 양심적이요 애국적인 사람들(그리고 차경석의 보천교나 전해룡의 백백교도 혹은 거기에 편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사람을 통틀어 빨갱이라고 불렀느니라.” -『도..
‘장두노미(藏頭露尾)’, 역대 어느 정권도 진실은 숨기지 못했다 수많은 결식아동들이 방학 중에 밥을 굶게 생겼어도, 영유아들이 무료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게 생겼어도, 장애인들이 맘놓고 외출을 못하게 생겼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내몰리게 생겼어도, 많은 저소득층 서민들이 의료비가 없어 전전긍긍하게 생겼어도, 독거노인들은 요양시설이 없어 차가운 방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생겼어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에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환경파괴논란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아직도 천안함 침몰로 산화한 젊은이들은 사고원인조차 모르고 구천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고원인에 대한 정부의 해명이 있을 때마다 거듭되는 진실을 둘러싼 논란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미FTA로 우리 시장을 다 내주고도 정부는 뻔뻔스럽게 자화자찬에 열을..
청와대엔 귀신이 산다 장서희, 차승원 주연의 (김상진 감독, 2004년)를 보면 삼대째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박필기는 낮에는 조선소 기사로,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끝내 남해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그림같은 내집을 장만한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밤마다 출몰하는 귀신으로 파출소에 신고도 해보고 친구들을 불러 밤을 새우려고도 해보지만 이 귀신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탓에 졸지에 겁쟁이 바보로 전락하고 만다. '귀신잡는 해병대' 출신 박필기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밤마다 박필기를 괴롭히는 귀신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고로 죽었지만 지방령이 되어 그 집을 떠나지 않고 남편을 기다리던 연화(장서희)였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전정권 탓만 하고 있는 현정부와 여당 인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마도 청와대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