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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아르고스의 왕 펠라스고스가 겔라노르로 불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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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아르고스의 왕 겔라노르(Gelanor)는 아르고스의 시조인 강의 신 이나코스의 후손으로 스테넬라스의 아들이자 후계자였다.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von Ranke Graves, 1895년~1985년)가 ‘겔라노르’라는 이름을 ‘웃음’을 의미하는 문학적 장치라고 주장했듯이 그의 실제 이름은 펠라스고스(Pelasgus)였다. 다나오스가 아르고스에 대한 왕권을 주장할 때 이를 비웃었기 때문에 ‘웃는 자’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끝내 겔라노르는 자진해서 다나오스에게 권력을 넘겨 주었다. 그렇다면 겔라노르는 왜 이렇게 쉽게 아르고스의 왕권을 넘겨 주었을까?

 

다나오스의 딸들. 출처>구글 검색

 

다나오스는 이집트의 전설적인 왕 벨로스와 안키노에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었다. 그에게는 아이깁토스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다나오스와 아이깁토스는 아버지의 유산을 놓고 자주 충돌했다. 결국 벨로스왕은 다나오스에게는 리비아를, 아이깁토스에게는 아라비아를 물려주었다. 하지만 아이깁토스의 영토 확장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었다. 아이깁토스는 자신의 50명의 아들과 다나오스의 50명의 딸을 결혼시키자고 제안했다. 아이깁토스의 의도를 간파한 다나오스는 이를 거부했고 그의 위협을 피해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아르고스로 탈출했던 것이다. 아르고스는 다나오스의 조상인 이오가 황소로 변하기 전에 살던 곳이었다.

 

하지만 다나오스도 그의 쌍둥이 형제인 아이깁토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신의 일행을 환대해준 겔라노르에게 자신이 이오의 후손임을 내세워 왕권을 요구했던 것이다. 다나오스의 입장에서는 헛웃음이 나올 수 밖에. 하지만 늑대 한 마리가 아르고스의 소떼들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 다툼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아르고스인들은 이를 신들의 계시로 받아들였다. 아폴론이 다나오스를 보냈다는 것이다. 결국 겔라노르는 다나오스에게 아르고스의 왕권을 넘겨 주었고 감사의 뜻으로 리케이오스 아폴론(‘늑대의 신 아폴론’이라는 뜻)에게 신전을 지어 바쳤다.

 

다나오스가 왕이 되었을 당시 아르고스는 오랫동안 물이 부족한 상태였다. 포세이돈이 헤라와 아르고스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다툴 때 강의 신들이 헤라 편을 들었는데 이에 화가 난 포세이돈이 모든 아르고스의 강물을 마르게 했던 것이다. 다나오스는 50명의 딸들에게 물을 찾게 했다. 그런 다나오스의 딸들 중에 아미노네가 숲의 신 사티로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이를 포세이돈이 구해 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아미모네를 연모하게 된 포세이돈이 다시 아르고스의 샘에 물이 솟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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