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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아프리카

아프리카 노예들과 함께 한 사랑의 여신, 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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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숨(Oxum), 오춘(Ochun)이라고도 부르는 오순(Oshun)은 서아프리카 요루바족(나이지리아, 베냉, 토고 등에 사는 민족) 종교의 정령이자 여신이다. 그녀는 다산, 사랑, 담수, 관능, 운명, 점 등을 관장하며 나이지리아에 있는 오순강의 수호여신으로 매년 그녀를 기리는 오순-오소그보 축제가 열린다. 오순은 우주를 창조한 최고신 올로두마레(올로두마레-올로룬이라고도 함)의 401명의 오리샤(Orisha, ‘신’을 의미하는 요루바어) 아바타 중 한 명이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녀는 올로두마레가 가장 좋아하고 신들의 영역인 오룬에서 환영 받는 유일한 오리샤이다. 그녀는 창조적인 힘이지만 그녀가 일으킨 홍수나 가뭄과 같은 파괴적인 힘은 그녀를 불신한 자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오순은 특히 의미 있는 관계를 원하는 여성이나 임산부, 임신을 원하는 여성 등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또한 도전과 변화 그리고 번영의 시기에 사람들은 오순에게 행운, 건강, 힘 등을 기원한다.

 

사랑과 강의 여신 오순. 출처>구글 검색

 

오순 숭배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타지에서 자신들과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 기간 중 신대륙으로 확산되었는데 오순은 노예로 팔려간 요루바 사람들에 의해 카리브해, 남미, 중미, 북미 등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곳에서 요루바 종교는 기독교와 융합해서 산테리아, 부두교, 칸돔블레 체계로 발전했고 오순은 이 종교들의 주요 신으로 숭배되었다. 그녀는 그리스 판테온의 아프로디테, 북유럽 판테온의 프레이야와 프리그, 로마 판테온의 베누스, 후르리 판테온의 사우스카, 우가리트 판테온의 아스타르테 등과 함께 세계 문화의 위대한 다산의 여신으로 꼽히며 자기 역량 강화의 원천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루바 종교는 지금의 나이지리아에서 발전했다. 기원전 300년 경 11세기에서 15세기 사이에 번성했던 도시 이페는 오리샤 오바탈라가 땅에서 물을 분리하고 대지에 생명체를 정착시킨 창조의 도시로 간주되었다. 같은 이야기의 다른 버전에서 대지와 요루바 사람들의 창조자는 오리샤 오두두와였다. 오두두와는 이페의 첫 번째 왕으로서 중요한 신으로 남아 있었고 그의 자녀들은 이페에서 다른 곳으로 보내져 군주제와 문화적 정체성의 개념을 확립했다. 오두두와는 일반적으로 다른 오리샤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목적을 수행했다. 오리샤는 존재의 최고 상태이자 신성한 올로두마레의 한 측면으로 브라만교와 힌두교에서 브라만의 모습처럼 인간의 마음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거대하다. 요루바 판테온은 오리샤의 수를 401명으로 특정한다.

 

오순은 오순강의 수호신이었다. 출처>구글 검색

 

올로두마레는 자신의 아바타인 오리샤를 통해 자신의 창조물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한다. 올로두마레는 이 아바타들을 공기 중에 던져 다양한 힘을 부여했다. 이런 식으로 상고는 번개와 불, 정력의 신이 되었고 예마야는 물과 여자들의 어머니가 되었으며 트릭스터 에슈는 출입구, 문, 교차로, 전령의 신이 되었다. 오리샤는 존재의 한 측면이지만 그들만의 개성과 욕망, 결점을 지닌 자율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그들은 인간처럼 질투하고 우울해 하며 화를 내고 악의를 품을 수 있었고 심지어 올로두마레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고 그의 자리를 차지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올로두마레는 항상 그들의 전령인 에슈로부터 그들의 계획을 전해 듣고  상화을 침착하게 처리했으며 오리샤들을 세상과 인간의 삶에 관한 개인적인 책임으로 되돌리도록 지시할 수 있었다.

 

이 음모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오리샤가 바로 오순이다. 그녀는 오리샤 중 막내로 이야기의 다른 판본에 따르면 예마야의 딸이거나 여동생이다. 태초에 오바탈라가 초기 작업을 마친 후 올로두마레는 17명의 오리샤를 대지로 보내 오바탈라의 창조 작업을 마무리하게 했다. 이 때 유일한 여신이 바로 오순이었다. 16명의 남성 오리샤들은 삶을 아름답고 의미있고 달콤하게 만들자는 그녀의 제안을 무시했고 결국 그들의 임무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올로두마레는 그녀 없이는 창조 작업을 완료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나머지 오리샤들은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오순은 세상에 사랑과 다산, 아름다움을 주었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것들에 대한 필요성을 심어줌으로써 창조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오순-오소그보의 신성한 숲. 출처>구글 검색

 

당시 오순은 다른 오리샤들과 달리 너무 어렸기 때문에 자신만의 영역이 없었다. 상고는 불과 번개의 군주, 오바탈라는 하늘의 군주, 오군은 야금술의 군주였으며 그 밖의 다른 모든 오리샤들은 자신만의 영향력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오순이 세상을 떠돌고 있던 어느 날 오군은 오순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의 뒤를 쫓았다. 도망치던 오순은 강에 빠져 하류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예마야가 그녀를 구출해 주었고 그녀에게 항상 안전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단물과 강을 그녀의 영역으로 선문했다. 그 후에도 예마야는 물의 어머니로 남아 있었지만 오순은 담수 특히 오순강을 관장했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오리샤들은 이전처럼 올로두마레를 최고 존재로 여기는 것에 다시 불만을 품게 되었고 자신들이 세상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에슈는 오리샤들이 더 이상 복종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최고 존재에게 전했고 올로두마레는 비를 멈추었다. 큰 가뭄이 대지를 휩쓸었고 시내와 강과 호수는 마르고 땅의 모든 생물들이 죽기 시작했다. 오리샤들은 그들이 올로두마레를 화나게 했다는 것을 알고는 용서를 구했지만 올로두마레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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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은 공작새로 변신해 오리샤들이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올로두마레에게 전하기 위해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그러나 여행은 길었고 오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태양 옆을 지나야 했고 이로 인해 깃털이 변색되고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그녀는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독수리의 모습으로 변신해 올로두마레의 품에 안겼다. 올로두마레는 그녀의 용기와 결단력, 희생에 감명을 받아 그녀를 치유하고 대지에 비를 내리게 했다. 그날부터 오순은 오룬의 유일한 전령이 되었다. 이 신화를 통해 공작새와 독수리가 오순과 관련을 맺게 되었다. 그녀는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구했지만 인간들이 그녀를 화나게 하면 가차없이 세상을 파괴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담수의 신으로서 오순은 비를 막아 가뭄을 일으키거나 홍수를 보내 땅을 범람시켜 인간들을 멸망시킬 수 있었다. 오순의 이런 행동은 인간의 죄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올로쿤(바다의 신)이 창조 행위의 일부로 너무 많은 땅을 차지하고 있던 오바탈라에 분노해 세상을 바닷물로 범람시키는 대홍수 이야기에서 오순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주기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 말고는 일반적으로 오순은 자비로운 신으로 그려진다. 한 이야기는 오소그보 근처의 오순강에 정착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녀의 단순한 요구를 무시하고 휩쓸려갔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나중에 온 또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존경하고 기렸다. 그 대가로 오순은 그들을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오소그보가 번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일로 오소그보는 오순과 연관되게 되었고 순례 성지가 되었다. 오순-오소그보 축제는 그녀를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되며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오순-오소그보의 신성한 숲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다. 사람들은 오순이 순례자들의 허약함과 질병을 치료하고 다산과 건강한 출산을 보증하며 삶의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 준다고 믿는다. 오순은 특히 전환기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신으로 인식되며 변화 또는 상실과 관련된 투쟁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슬픔에 잠기거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오순-오소그보 페스티벌. 출처>구글 검색

 

그러나 동시에 오순은 여느 인간처럼 나쁘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더 공감하게 된다. 그녀는 상고의 두 번째 아내였다. 참고로 천둥의 신 상고의 첫 번째 아내는 가정의 신이자 오바강의 여신 오바였고 세 번째 아내는 환생의 여신이자 니제르강의 여신 오야였다. 한 이야기에서 오순은 상고를 위해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법을 묻는 오바를 질투했다. 식사를 준비하기 전 오순은 머리를 묶고 귀를 막았다. 그런 다음 그녀는 자신이 준비하는 요리에 귀처럼 생긴 버섯을 추가하고 그것을 상고 앞에 내놓았다. 오바는 오순이 식사를 만들기 위해 귀를 잘랐다고 생각하고 다음 번 요리를 준비할 때 자신의 귀를 잘라 요리에 넣고 상고 앞에 내놓았지만 상고는 그 사실을 알고는 역겨워 먹기를 거부했다. 이에 오순과 오야는 오바를 비웃었다. 이 이야기는 오순도 나쁜 생각,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변화의 상징인 공작새와 관련이 있으며 독수리를 통해 죽음, 재생, 지성, 결단력 등과 연결되어 있고 스컹크를 통해서 자기 결정론과 보호의 상징, 수달을 통해서 장난기와 기쁨, 나비와 벌을 통해 다산, 행복, 변화 등과 연결되어 있다.

 

변화를 돕는 존재로서 오순의 정체성은 무한하며 여성의 생식, 영적 및 정신적 건강은 물론 남성의 도전도 포함하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녀는 보편적인 매력으로 인해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기있는 신 중 하나였으며 그녀의 백성들이 바다 건너 신세계로 끌려갈 때도 늘 같이 해서 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16세기에서 19세기 사이 대서양 횡단 노예 무역을 통해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해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특히 브라질과 아이티, 나중에 미국이 될 식민지 아메리카 지역에 많이 정착했다. 18세기에는 베냉 왕국, 다호메이 왕국, 오요 제국 등이 노예무역에 관여했으며 유럽 선박에 실린 노예 중 상당수가 요루바족이었다. 오순은 그들과 함께 신세계로 갔고 그곳에서 다른 오리샤들과 함께 계속해서 그들의 곁을 지켰다. 카톨릭 국가였던 브라질과 아이티에서 요루바족 사람들은 오리샤가 사람들과 올로두마레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기독교 성인들이 자신들의 고통을 하나님에게 전달해 준다고 믿었다. 이런 방식으로 요루바인들은 명목상 기독교인이지만 자신들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세세(Isese, ‘우리 전통의 기원’이라는 뜻)로 알려진 그들의 종교를 계속해서 실천할 수 있었다.

 

칸돔블레의 브라질 종교에서 오순은 옥숨(Oxum)으로 알려졌고 카리브해의 산테리아 및 부두교에서는 오춘(Ochun)이 되었다. 미국에서 오순은 노예 숙소에서 사용된 오순과 관련된 부채인 아베베를 통해 숭배되었지만 이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다. 그녀에 대한 숭배가 계속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오순은 다산의 여신이자 여성의 수호신으로서의 전통적인 속성을 유지했다. 현재 오순-오소그보의 신성한 숲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전세계 신자들이나 일반인들이 그녀의 아름다움, 사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오순 축제에 참여하기 서아프리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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