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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인도

풍요의 여신 마리암만을 '무투(진주)'로 부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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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암만Mariamman은 풍요(또는 다산)의 여신이자 비의 여신이다. 인도 남부 타밀 지역에서 기원한 이 힌두 여신은 약 2천년 동안 대체불가능한 역할을 해왔다. 그녀는 모든 시골 지역의 주요 신으로 거의 대부분의 시골 마을이 마리암만 사원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타밀어로 ‘마리Mari’는 ‘비’ 또는 ‘변화’를 의미하고 ‘암만Amman’은 ‘어머니’를 뜻한다. 그러므로 마리암만은 비를 가져와 번영을 제공함으로써 가뭄과 가난을 없애는 여신이 될 수 있다. 그녀는 또한 ‘무투 마리Muthu Maari’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투Muthu’는 진주를 ‘마리Maari’는 앞서 언급한 대로 ‘비’를 의미한다. 진주처럼 생긴 빗방울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비에 대한 시적 은유로 ‘무투 마리암만’이 사용되기도 한다. 타밀 사람들은 진주처럼 생긴 비로 진주처럼 생긴 종기를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마리암만. 출처>구글 검색

 

마리암만은 죽음과 파괴의 여신 칼리의 아바타로 알려진 드라우파디(<마하바라타>의 여주인공으로 전설적인 다섯 명의 형제를 일컫는 판다바의 아내)의 형상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내면의 모든 초능력을 억누르고 평범한 인간 여성으로 살았다. 그러나 남편 판다바가 잠을 자면 그녀는 반니야르(타밀 나두의 지역 공동체) 마을을 돌아다니며 제물을 받고 마을 공동체를 보호해 준다.

 

한 때 트리무르티(삼위일체신 또는 삼주신으로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로 구성됨) 신들이 현자 리시가 없을 때 나가바알리의 아름다움과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해 변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런 상황에서 나가바알리는 이 사실을 모른 채 그들을 아이들로 변신시키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트리무르티 신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퇴색시키기 위해 저주를 내려 천연두에 걸리게 했다. 다시 돌아온 리시는 그녀를 쫓아냈고 그녀가 악마 가족이 될 것이라며 ‘마리Mari’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훗날 진리를 깨달은 리시는 그녀[마리]를 설득해서 인간들의 천연두를 고치는 신이 될 것이라고 축복했다.

 

종교 연구에 따르면 마리암만 여신은 마을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그곳에 있었다고 묘사되며 그녀가 마을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마리암만은 토양의 상층부를 상징하며 마을은 그녀의 몸이며 마을 토양의 씨뿌리이다. 곧 그녀의 몸 위에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지키지만 그녀의 역할이 마을의 경계를 넘지는 않는다. 마을이 작은 우주라면 그 중심은 마리암만 여신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마을과 신성한 어머니 사이의 유대감이 형성된다.

 

마리암만 사원. 출처>구글 검색

 

마리암만은 모든 타밀 나두 농촌 지역의 모신이며 이 기원은 베다 시대(기원전 600년 경으로 후기 청동기와 초기 철시 시대를 말한다) 이전의 인도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다 시대 이후 마리암만은 파르바티(파괴의 신 시바의 아내이자 어머니 여신)와 칼리, 두르가(전쟁의 여신) 등이 합쳐진 신으로 간주되었다. 즉 마리암만은 모성을 지닌 파괴와 전쟁의 여신일 것이다. 그녀는 또 파르바티와 두르가의 아바타이다. 마리암만은 인도 남부 지역에서 주로 숭배되는데 인도 북부에서는 질병의 여신 시탈라와 인도 동부에서는 뱀의 여신 마나사와 동일시된다. 푸라나(베다의 가르침을 해설하는 힌두 성전)에서 마리암만은 마리카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그녀가 모든 악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는 어머니로 인식한다. 일부 사람들은 그녀를 가정의 수호신으로 숭배하기도 한다.

 

마리암만은 붉고 노란 얼굴색을 가진 아름답고 젊은 여성으로 묘사되며 주로 붉은 색 옷을 입고 있다. 그녀는 왕의 위엄을 강조한 랄리타사나 자세로 키르티무카 장식 위에 앉아 있으며 코브라 한 마리가 그녀를 감싸고 다섯 개의 코브라 머리가 그녀의 왕관에 달려 있다. 마리암만은 칼, 다마루(북), 트리덴트(삼지창), 카팔라(활) 등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는 많은 팔을 가지고 있다. 손은 아바야무드라(두려움 없는 몸짓을 상징하며 오른손을 똑바로 세우고 손바닥은 바깥쪽을 향한다)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편 그녀는 송곳니를 가지고 있거나 야생의 날갯짓을 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마리암만 축제는 마리암만 여신을 달래 농작물을 경작하기 위한 비옥한 땅을 일구기 위해 비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보통 11일 동안 열리며 마을의 대표자는 토론회를 통해 축제의 시작 날짜를 정한다. 마리암만 축제는 마을의 모든 집에서 아홉 개의 곡물 씨앗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인 곡물 씨앗은 마을의 모든 집에 다시 분배된다. 분배 받은 곡물 씨앗은 진흙과 염소 똥이 섞인 점토 항아리에 심어둔다. 여기서 자란 곡물은 다시 사원으로 가져간다. 이후 암마디라고 불리는 열흘 동안 금식한 사람들이 이 곡물들을 마을 강이나 연못 등에 잠기도록 놓아둔다. 또 마리암만 여신 동상을 만들어 집에 보관하기도 하는데 다산과 풍요, 무병을 기원하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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