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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하급 전쟁 신들의 무리 세비티의 실제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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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티(Sebitti) 또는 세비투(Sebittu)는 수메르의 우르 제3왕조(BC 2112년~BC 2004년, 네오-수메르라고도 함), 아카드, 바빌로니아 특히 아시리아 전통에서 일곱 명으로 구성된 하급 전쟁 신들의 집단이다. 그들은 설형문자 서판의 원천이 된 시리아 북부의 고고학 유적지인 에마르의 토판에도 등장한다. 메소포타미아 문학에는 이 용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일곱 명의 집단’을 의미하는 세비티는 항상 남성 신으로 묘사되며 서로 친족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모든 전쟁 신들이 그렇듯 호전적이라는 것이다.

 

 

세비티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일곱 개의 별을 볼 수 있는 황소자리의 산개성단) 또는 다른 별자리나 대기 현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세비티는 엔릴, 니누르타, 마르둑 등과 적대적인 존재로 알려진 엔메샤라(Enmesharra, 지하세계의 신)의 아들일 수 있다. 일부 문헌은 이 집단을 ‘위대한 신들’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에게는 자신들과 동일한 이름의 아들들이 있었다. 셀레우코스(서아시아 일대의 헬레니즘 제국, BC 312년~BC 63년)와 파르티아(이란 북동부에 존재했던 왕국, BC 247년~AD 224년) 시대 세비티는 신들의 적과 엔메샤라의 아들들로 묘사되었으며 최고신 마르둑의 권력과 지위를 갈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아시리아 제국(BC 911년~BC 609년) 판테온의 하급 신들로서 세비티는 왕들의 정복 전쟁에 소환되었고 ‘그의 적들을 물리쳐라’라는 표식이 다른 신들의 그것과 함께 전차에 새겨졌다. 가장 오래된 메소포타미아 신목록인 An=Anum에서 세비티는 일곱 전사 중 한 무리로 전쟁의 신 니누르타에 의해 정복당한 괴물들과 동일시되었다. 기원전 8세기경 바빌로니아 사제들이 쓴 에라 서사시는 역병의 신 에라(또는 네르갈)가 바빌론을 약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세비티는 아누의 창조물로 그의 무기와 비할 데 없는 전사로서 전쟁에 참여한다. 집을 보호하기 위한 한 의식을 묘사한 텍스트에서 세비티는 결혼의 여신 이샤라(엔메샤라의 잘못된 표기일 수도 있다)의 아들들로 등장한다.

 

밤의 신이자 사후세계의 안내자인 헨두르사가의 수메르 찬송은 수행신으로서의 일곱 전사들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 이 일곱 수행신들은 각각 동물의 특징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여우, 개, 까마귀, 독수리, 올빼미, 상어 등으로 묘사된 이 수행신들이 나중에 등장하는 세비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세비티를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원전 1,2천년 경의 표식은 일곱 개의 점들로 구성되었고 때로는 네 개 또는 여섯 개의 점들이 짝을 이루거나 세 개의 쌍과 하나의 점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주술의식에 사용된 일곱 개의 의인화된 조각상도 있었으며 이 조각상들은 집 주변에 장식되었다. 불행히도 이 조각상들은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재까지 전해지지는 않고 있다. 다만 발굴된 문헌들은 이 조각상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타마리스크 받침대 위에 마치 걷는 듯한 모습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상들은 붉게 칠해졌고 오른손에는 도끼를, 왼손에는 단검을 들고 있었다. 또 이 일곱 개의 조각상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보행 자세를 하고 있었다.

 

세비티 숭배는 수메르의 우르 제3왕조 시대에 활발했지만 그 절정은 아시리아 시대 초기였다. 이 시기 이 일곱 신들에 대한 숭배는 신화적 전통이 아닌 국가적 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아시리아 시대 초기 세비티 숭배는 국가 판테온으로 통합되었다. 신아시리아 제국 시절 세비티는 가정과 거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의식에 소환되었다. 도끼, 단검, 활 등을 걸친 세비티 조각상은 집을 보호하기 위한 주술적 행위로 집 출입문 아래 묻혔다. 세비티는 아시리아 궁전에서도 다른 수호신들과 함께 궁전의 벽을 따라 부조로 새겨졌다. 아수르바니팔 궁전 두 개의 벽에는 각각 세 명의 신과 네 명의 신이 그려져 있는데 각각은 도깨와 단검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이 바로 세비티일 것이다. 어떤 문헌에서는 퇴마사가 수호신으로서의 일곱 별들 즉 세비티를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세비티의 정체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세비티로 추정되는 신에 대한 숭배는 아시리아 시대까지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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