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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우갈루, 괴물에서 수호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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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갈루(Ugallu)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악마로 선한 신이기도 하고 악한 신이기도 했다. 그는 질병과 전염병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수호신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우갈루는 또 사나운 바람, 폭풍, 태풍 등으로 세상을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매우 종교적이었고 메소포타미아의 필경사들은 수많은 악마들과 신들을 기록했다. 그런 신들과 악마들로 가득 찬 메소포타미아 판테온은 그들의 문화적, 영적 신념이 반영된 결과였다. 메소포타미아를 점령한 세력에 따라 신들과 악마들의 이름은 달라졌지만 그들의 역할은 그대로 계승되었다. 마치 로마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으로 그리스 신들을 숭배했던 것처럼.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우갈루는 사람의 몸에 늑대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새와 같은 송곳니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 창조물이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늑대 머리를 한 폭풍 악마는 퇴마용 부적이나 액막이용 조각상으로 만들어졌다. 메소포타미아 문화에 따르면 우갈루는 폭풍의 악마이며 티아마트(태초의 염수의 여신으로 담수의 신 압주의 배우자)의 아들 중 한 명이었다. 게다가 우갈루는 폭풍의 신 아다드의 동료이자 태양신의 가장 큰 적으로 여겨졌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사자 머리를 한 악마는 많은 지하세계 악마들의 전형으로 묘사된다. 어떤 경우에는 날개를 가진 맹금류로 묘사되기도 한다. 우갈루의 도상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했고 짧은 치마를 입은 독수리 발톱을 가진 인간의 발로 변형되었다. 그는 신이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순간을 의인화한 당시의 악마들 중 하나였다. 사자 머리와 귀를 가진 외형 때문에 바빌로니아의 괴물로도 알려진 우갈루는 단검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대부분의 메소포타미아 예술에서 우갈루의 칼과 홀은 위협적인 방식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은 번개처럼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그의 행동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갈루는 ‘거대한 날씨 괴수’라는 뜻인데 그가 기후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화에서 그는 으르렁거리는 사자의 머리와 독수리의 발을 가진 인간으로 묘사되는데 바빌로니아 예술에서 포효하는 사자는 날씨나 폭풍과의 나타내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상징이다. 독수리는 바람과 대기를 폭풍의 일부로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다. 즉 폭풍과 같은 우갈루의 포악함을 사자와 독수리를 혼합한 외형으로 의인화했다고 볼 수 있다. 우갈루에 대한 또 다른 의미는 ‘지하세계의 문지기’이다. 이런 의미의 우갈루는 바빌로니아 제1왕조(BC 1894년~BC 1595년)행신으로 묘사되었다. 이후 우갈루는 매우 유사한 외관을 가진 룰랄과 함께 퇴마용 부적에 등장했다. 우갈루는 또 악마들의 수장이자 독수리 날개를 가진 악마 파주주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우갈루는 신선하고 달콤한 담수의 신 압수의 죽음을 복수하고 어린 신들을 파괴하기 위해 티아마트가 창조한 11개의신화적 괴물들 중 하나였다. 즉 이들은 모두 티아마트의 자식들로 형제라고 할 수 있다. 이 11개의 신화적 괴물로는 우갈루를 비롯해 뿔 달린 뱀인 우숨갈루(Usumgallu)와 무수마후(Musmahhu)와 바스무(Basmu), 털로 뒤덮인 초인인 라흐무(Lahmu), 뱀 용 무쉬후쉬슈(Mushhushshu), 사자 인간 우리딤무(Uridimmu), 폭풍을 일으키는 우무-데브라투(Umu-Debrutu), 전갈 인간 기르타블룰루(Girtablullu), 물고기 인간 쿨룰루(Kulullu), 황소 인간 쿠사릭쿠(Kusarikku) 등이 있다.

 

우갈루는 티아마트의 자식들 중 가장 뛰어났다. 하지만 우갈루는 그의 어머니 티아마트, 나머지 열 명의 형제들과 함께 어린 신들의 지도자인 마르둑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 신화에서 마르둑은 티아마트와 11명의 괴물들 시체로 우주를 창조했다. 이 신화를 통해 11명의 악마들은 악과 질병을 물리치기 위해 집의 대문과 침실을 비롯해 궁궐, 신전 등의 문에 부적 형태로 장식되었다. 그렇다면 우갈루는 선한 악마였을까? 악한 악마였을까? 아마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갈루가 일으킨 신의 분노는 악의 발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악한 악마와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수호신 역할을 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신화는 나름의 해석으로 만들어진 재창조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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