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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필리핀

팬데믹에 도움(?)이 되었다는 쿠마카톡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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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신화에서 ‘문을 두드리는 자’라는 뜻의 쿠마카톡Kumakatok은 많은 사람들이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고 나쁜 징조를 가져온다고 믿는 세 명의 도둑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얼굴을 가린 두건을 쓰고 있다. 그들 중 한 명은 젊은 여성이고 또 한 명은 중년의 남성, 나머지 한 명은 노인을 닮았다고 한다. 다가올 나쁜 징조는 이들을 초대하기 위해 문을 열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들이 방문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쿠마카톡의 방문은 일반적으로 그 집의 연장자나 병을 앓고 있는 자가 쿠마카톡이 방문하고 나면 차례로 죽기 때문에 죽음의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쿠마카톡의 방문은 가족 구성원 누군가가 질병이 발생한 이후 더 빈번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손섬(필리핀 북부에 있는 필리핀 제도에서 가장 큰 섬)과 비사야 제도(루손섬과 민다나오섬 사이에 흩어진 섬들) 주민들은 한 때 쿠마카톡을 막기 위해 집 문에 흰색 십자가를 그려 놓았다. 이를 피해 쿠마카톡의 방문은 정부 건물이나 병원 심지어 교회로까지 확대되었다고 한다.

 

쿠마카톡 목격 사례는 제2차 대전 이후 크게 감소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건물이 파괴되어 쿠마카톡이 두드릴 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대유행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필리핀에서는 쿠마카톡이 방문해 문을 열어주는 사람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끝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관계 당국은 도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다만 이 소문과 두려움의 확산이 팬데믹 기간 동안 주민들의 이동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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