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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누가 타르타로스에 갇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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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타르타로스Tartarus는 지하세계 아래에 있는 우주에서 가장 낮은(또는 가장 깊은) 지점을 말한다. 타르타로스는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를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태초에 존재했던 신의 이름이자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인간들이나 괴물, 티탄 등을 가두었던 지하세계의 특정 공간이기도 했다. 인간에 대한 형벌은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따라 달랐다. 신으로써 타르타로스는 괴물 티폰의 아버지이지만 감옥으로 사용되는 어두운 심연 외에는 다른 방식의 묘사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즉 타르타로스를 주제로 한 태초의 신 이야기나 신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태초에 우주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혼란이나 무질서가 아닌 ‘심연’과도 같은 카오스 즉 혼돈의 상태였다. 카오스는 여성 태초의 신으로 의인화되었으며 이어서 세 개의 서로 다른 존재 대지의 신 가이아Gaia, 욕망의 신 에로스Eros, 지하세계의 신 타르타로스Tartarus가 독립적으로 창조되었다. 헤시오도스는 타르타로스를 ‘하늘과 대지의 거리보다 더 깊은 지하세계’로 묘사했다. 헤시오도스는 또 타르타로스를 암울하고 눅눅한 거대한 틈새로 묘사했다. 타르타로스는 우주에서 가장 낮고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하세계인 하데스보다 더 낮은 곳에 독립적으로 존재했다. 제우스와 올림피아 신들이 크로노스로 다른 티탄족을 정복했을 때 패배한 그들이 감금된 곳이 바로 타르타로스였다.

 

 

타르타로스와 가이아는 티폰Typhon을 낳았다. 티폰은 백 개의 뱀 머리와 불이 이글거리는 눈을 가진 거대한 괴물이었다. 각각의 머리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포효하는 사자, 사냥개 무리, 우는 황소, 뱀 등이 쏟아져 나왔다.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에는 날개를 달고 믿을 수 없이 강력한 힘을 발산하는 티폰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아폴로도로스에 따르면 타르타로스와 가이아는 절반은 여성, 절반은 뱀인 에키드나Echidna의 부모이기도 했다. 그들은 티폰, 에키드나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괴물들의 부모였다고 한다.  

 

플라톤의 <고르기아스>에 따르면 죽은 자의 심판관들(라다만토스, 아이아코스, 미노스 등)이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판단한 영혼들은 타르타로스에 보내져 영원한 저주를 받았다고 한다. <파이돈>에서 플라톤은 모든 강들이 타르타로스의 틈새를 통과한 다음 대지를 통해 다시 흘러 나온다고 주장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의 저서 <아이네이아스>에서 하늘과 대지, 타르타로스 사이의 거리가 같다는 헤시오도스의 묘사와 달리 심연인 타르타로스 그 자체는 우리의 시선이 올림포스를 올려다보는 거리의 두 배에 해당하는 깊이의 어둠 속에 있다고 묘사했다. 그는 또 타르타로스가 안개로 가득 찬 음흉한 곳이 아닌 사악한 곳으로 묘사한다. 베르길리우스는 50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가 타르타로스의 커다란 문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했다.

 

타르타로스에 갇힌 이들은 그들이 저지른 악행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았다. 외눈박이 키클로페스와 손이 100개인 헤카톤케이레스는 다른 티탄족 신들과 마찬가지로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자식들이었다. 키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레스는 태어나자마자 타르타로스에 갇혔다. 이들은 타르타로스에 갇힌 첫 번째 존재였다.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신들과 티탄족 신들의 전쟁인 티타노마키아 이후 패배한 티탄족 신들도 모두 타르타로스에 갇히게 되었다.

 

리디아 왕 탄탈로스는 신들의 총애를 받았지만 오만하고 신들을 시험하려다 타르타로스에 갇히는 형벌을 받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그가 신들은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는지 또 자신의 아들 펠롭스를 죽여 음식으로 만들어도 신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생긴 일이었다. 딸 페르세포네를 잃고 여전히 슬픔에 빠져 정신을 잃고 펠롭스의 어깨로 만든 음식을 먹고 만 데메테르를 제외한 모든 신들은 즉시 뭔가 잘못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신들을 시험한 죄로 탄탈로스는 영원한 굶주림과 목마름의 저주를 받았다. 탄탈로스는 샘 옆에서도 물을 마실 수 없었으며 과일나무 아래에 있으면서도 과일을 먹을 수 없었다.

 

오만함 때문에 타르타르스에 갇힌 인간은 탄탈로스뿐만 아니었다. 코린트의 건설자이자 초대 왕이었던 시시포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시시포스는 두 번이나 죽음의 신을 속였다. 세 번째로 그가 죽어 안개가 자욱한 타르타로스에 도착했을 때 제우스는 그가 다른 필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다시는 죽음을 피할 수 없도록 했다. 그 결과 시시포스는 거대한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일을 영원히 반복해야만 하는 벌을 받았다.

 

테살리아의 왕이자 인류 최초의 친족 살해자로 알려진 익시온도 타르타로스에 갇혔다. 익시온은 어리석게도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아내 헤라를 유혹하려는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제우스는 구름의 님페 네펠레에게 지시해 만든 헤라의 환영과 정을 통해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종족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익시온은 타르타로스에서 불 바퀴에 묶여 바퀴와 함께 영원히 회전해야만 하는 저주를 받기도 했다.

 

거인 티티오스는 제우스와 엘라라의 아들이었다. 그는 헤라의 요청에 따라 레토 여신을 겁탈하려다 여신의 자식들인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의 화살을 맞고 죽었다. 뿐만 아니라 티티오스는 타르타로스에 갇혀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아야만 했다. 독수리가 쪼아 먹은 간은 다음날 원형으로 복구되어 다시 쪼아 먹히게 되었다.

 

아르고스의 왕 다나오스의 50명의 딸인 다나이데스는 이집트의 전설적인 왕 아이깁토스의 50명의 아들들과 결혼했다. 하지만 다나이데스는 아버지의 지시로 결혼 첫날밤에 50명의 신랑들을 죽이는 엽기적인 범죄를 저질렸다. 이 때 유일하게 린케오스만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린케오스는 형제들의 복수로 49명의 다나이데스를 죽였다. 린케오스를 살려준 히페름네스트라만 빼고. 다른 이야기에서 린케오스는 군대를 이끌고 아르고스를 쳐들어가 다나오스 왕과 히페름네스트라를 제외한 49명의 다나이데스를 모두 죽였다고 한다. 죽은 다나이데스는 남편을 죽인 죄로 타르타로스에서 구멍 뚫린 항아리에 영원히 물을 채워넣는 형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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