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북유럽

헤르모드, 신과 인간 영웅 사이에서

반응형

그리스 신화에서 헤르메스Hermes는 전령의 신으로 최고신 제우스의 전령이다. 헤르메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신들 중 유일하게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와 함께 유럽 신화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북유럽 판테온에도 헤르메스와 같은 신이 존재한다는 것. 이름도 비슷하다. 바로 헤르모드다. 헤레모드Heremod, 헤르모트Hermoth라고도 한다. 헤르메스와 헤르모드의 다른 점이라면 헤르메스는 그리스 판테온에서 으뜸신들 중 하나였다. 반면 헤르모드는 버금신 즉 하급 신이었다.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를 타고 지하세계 헬로 내려간 헤르모드. 출처>구글 검색

북유럽 판테온의 전령의 신 헤르모드(Hermod)는 최고신 오딘의 아들 중 하나로 호드르가 죽인 발드르를 석방하기 위해 지하세계 헬로 파견되었다. ‘헤르모드’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전사’ 또는 ‘분노의 전사’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헤르모드는 중세 아이슬란드의 시인이자 역사가였던 스노리 스툴루손의 <신 에다>를 통해 가장 잘 알려졌는데 그가 최고신 오딘의 말인 슬레이프니를 타고 지하세계로 여행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그곳에서 헤르모드는 죽음의 여신 헬에게 동생 발드르를 산 자의 세계로 돌려달라고 간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노리가 쓴 신화 이야기의 대부분은 외부 자료에 의해 검증되지 못했다. 즉 스노리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늘 건전한 회의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스노리의 이야기들이 지금은 사라져 버린 실제 존재했던 자료들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발드르의 죽음’과 ‘헬로 내려간 헤르모드’도 마찬가지다. 우선 그의 설명은 꽤 완벽하고 뉘앙스가 있다. 때로는 너무 지나친 면도 없지 않지만 순전히 스노리의 다소 특이한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헤르모드가 지하세계 헬로 내려간 이야기는 노르웨이 문학에 나타난 많은 지하세계로의 여행 이야기들 중 하나이며, 전반적인 구성과 세부사항에서 가장 대표할만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헤르모드는 게르만 문학에서 몇 가지 다른 의미로 언급된다. 번역된다. 에다에 나오는 시 중 하나인 ‘힌들라의 노래’의 오딘을 찬양하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신이 헤르모드와 인간 영웅 지그문드에게 무기와 갑옷을 주었는지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 헤르모드는 스노리 버전에 나오는 신이라기보다는 인간 영웅에 더 가깝다.

궁정시 ‘하콘의 노래’에서는 헤르모드와 브라기가 발할라로 들어가는 죽은 전사들에게 인사한다. 여기에서 브라기가 시가와 웅변의 신 브라기인지 9세기에 활동했던 인간 궁정시인 브라기 보다손인지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헤르모드도 신인지 인간 영웅인지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스노리 스툴루손은 <에다>에서 브라기 보다손의 시를 많이 인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고대 영국의 신들의 계보에서 헤르모드는 북유럽 판테온 최고신 오딘의 아들로 언급하고 있으며, 고대 영국의 영웅 서사시 <베어울프>에서는 헤르모드라는 왕이 망명 중에 길고 힘든 여행을 했다는 언급이 있다. 이것은 헤르모드가 죽음의 세계 헬까지 타고 간 이야기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추방된 왕의 모티브뿐만 아니라 전쟁, 샤머니즘과의 연관성 때문에 헤르모드는 어떤 의미에서는 오딘 자신과 동의어인 오딘의 유일한 명목상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옛 북유럽 문학들은 오딘의 다른 확장 버전들로 가득 차 있다. 헤르모드의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여행은 기독교 이전 북유럽 샤머니즘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해석들은 여전히 많은 의문점들을 남겨놓고 있지만 최초의 헤르모드에 관한 언급이 애매하기 때문에 이런 해석들은 우리가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헤르모드가 인간이었는지 아니면 반신반인의 영웅이었는지에 관한 유사한 전통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 후자의 해석 즉 헤르모드가 반신반인의 영웅이었다는 개념은 우연히 같은 이름을 공유하게 되는 다른 인물을 가리킬 수도 있다. 결국 많은 본질적 속성과 행위의 공유를 포함한 오딘과의 강한 연관성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