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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신화와 전설/AS-동남아시아

커피 원두 이름이기도 한 바탁에 얽힌 전설

커피 전문점 열풍이 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커피는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커피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흔한 거리의 풍경 중 하나가 되었고, 이름도 생소한 커피 관련 용어들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고 간다. 그래서 말인데, 커피 원두 중에 ‘수마트라 블루 바탁’이 있다고 한다. 이름으로 원두 원산지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인가 보다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탁’은 무슨 뜻일까? 바탁은 수마트라 섬의 마을 이름이자 부족 이름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바탁 족 판테온의 최고신, 바탁Batak. 출처>구글 검색


한편 몇 해 전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90%가 이슬람을 믿지만 가톨릭, 개신교, 불교, 유교, 힌두교까지 6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해당되지 않은 신앙은 종교로 인정되지 않아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는 토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신분증에 종교가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특히 수마트라 섬 바탁 지역은 기독교가 도입된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토속신앙을 믿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바탁이다. 바탁 지역의 바탁? 지역 이름이기도 한 바탁Batak은 수마트라 바탁 족 판테온의 최고신이자 창조신이며 조상신이다. 바탁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시데악 파루자르Sideak Parujar는 도마뱀처럼 생긴 남편으로부터 탈출한 여신이었다. 그녀는 신들의 세계인 하늘에서 형체 없는 물로만 이루어진 중간세계(하늘과 지하세계의 중간 지점인 대지)로 내려갔다. 물론 중간세계에서의 생활은 편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하늘로 올라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자상한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한 줌의 흙을 보냈다. 시데악 파루자르는 그 흙을 넓고 길게 펼쳤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지하세계 물 속에 사는 괴물 용 나가 파도하Naga Padoha의 머리에 대지를 펼쳐 놓고 말았다. 괴물 용은 뒹굴면서 자신의 머리에 펼쳐진 대지를 없애려고 안간힘을 썼다. 시데악 파루자르는 몹시 당황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칼을 뽑아 괴물 용의 몸통에 꽂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고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사람들은 지진을 괴물 용의 몸부림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시데악 파루자르의 도마뱀처럼 생긴 전 남편이 변장을 하고 그녀를 따라 대지로 내려왔다. 이 사실을 모른 여신은 그와 결혼했고,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남매가 성인이 되었을 때 시데악 파루자르 부부는 신들의 세계인 하늘로 다시 올라갔다. 이후 남매는 부부의 연을 맺고 대지를 인간들로 가득 채웠다. 그들은 토바 호 서쪽 해변의 화산인 푸수트 부히트에 정착하기로 결정했고, 그곳에서 시 안주르 물라물라라는 마을을 세웠다. 그들의 손자 중 한 명인 시 라자 바탁Si Raja Batak은 바탁 족의 신화적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바탁 족은 수마트라 북부의 토바 호수 주변의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토바, 카로, 시멜룽군, 팍팍, 앙콜라 그리고 만달링 등 여러 문화 집단을 포괄하고 있다. 비록 이들은 집단과 언어는 다르지만 건축과 신화, 관습 등에는 강한 문화적 유사성이 있다. 현재 바탁 주민의 대다수는 기독교인이고 앙콜라와 만달링 지역은 19세기 초부터 이슬람교를 받아들였다. 역사를 통틀어 인도의 영향력이 상당했고, 산스트리트어 기반의 바탁 비문과 조상 신앙의 일부 개념에 적용되었다. 특히 그들의 신화와 종교는 바탁 직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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