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화 속 중매쟁이, 월하노인

타이완 용산사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이유는 이곳에 관성제군과 월하노인이 있기 때문이다. 관성제군은 <삼국지>의 영웅 관우로 현재 도교에서는 재물의 신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재물의 신 관우와 함께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신이 바로 중국 신화 속 중매쟁이 월하노인이다.

월하노인月下老人Yue Lao은 남녀의 결혼을 관장하는 중국의 신이다. 최초의 월하노인 이야기는 당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고라는 젊은 남자는 신부감을 찾지 못해 고민이었다. 위고가 신부감을 찾아 송성을 여행하고 있을 때 달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위고는 노인에게 달빛 아래서 무슨 책을 읽는지 물었다. 노인은 결혼에 관한 책이라고 알려주면서 자신은 붉은 실로 남녀를 부부로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결혼의 신, 중매쟁이 월하노인月下老人. 출처>구글 검색

신부감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위고는 노인에게 미래의 아내를 보여줄 수 있는지 물었다. 위고는 노인이 세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은 모두 가난해 보였다. 노인에 따르면 그 세 살짜리 아이는 위고의 미래의 아내였다. 너무도 황당한 위고는 화가 나서 하인을 시켜 그 아이를 죽이게 했다. 다행히 아이는 상처만 조금 입었을 뿐 무사했다.

몇 년이 지나 한 고위 관료가 자신의 딸을 위고의 아내로 주었다. 마침내 신부감을 찾은 위고는 기뻐 어찌할 줄을 몰랐다. 하지만 결혼식 날 밤 위고는 신부의 눈썹 사이에 흉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에 대해 궁금해 물었다. 위고의 새 신부는 어렸을 적 송성에게 어떤 남자의 칼에 찔린 사건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신부의 이야기를 들은 위고는 오래 전 자신이 죽이려 했던 그 세 살짜리 아이가 자신의 신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곧바로 발 없는 말이 되어 이 마을 저 마을로 퍼져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신통 방통한 그 노인에게 결혼 문제에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노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저 ‘달 아래 늙은이’이라는 뜻의 ‘월하노인月下老人’ 또는 ‘월노月老’, ‘월노신군 月老神君’으로 부를 뿐이었다. 중국 전통 결혼식에서 신부와 신랑은 가운데에 리본이 있는 붉은 천을 들고 함께 걷는다. 이것은 월하노인에 의해 맺어졌다는 상징일 것이다.

중국에는 월하노인을 기리기 위한 많은 절과 사원들이 있다. 월하노인은 왼손에는 미래 예비 부부가 될 남녀의 인연부를,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노인으로 그려진다. 때로는 커플을 상징하는 점토 인형과 함께 붉은 실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음력 8월15일 중추절에는 각 절과 사원에서 월하노인을 기리는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월하노인을 모신 사원에는 결혼을 기원하는 연인들과 새로운 연인을 찾는 남녀는 물론 자녀의 결혼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타이완의 월하노인을 모신 많은 사원에는 연인이나 독신남녀들이 월하노인에게 소원을 비는 안내판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타이완에는 월하노인 사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동성애자들을 위한 사원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월하노인 대신 토끼를 신으로 숭배해 일명 ‘게이 토끼 사원’이라고 부른다. 월하노인 숭배가 시대적 흐름 속에 진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새 연인을 찾고, 결혼이라는 새 출발을 원하는 모든 젊은 남녀들이 존재하는 한 중매쟁이 월하노인의 존재감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